“김광현 빅리그에 자리 있다” 평가, 정용진 러브콜이 고민 지점…양현종-KIA 컴백 공감대 형성
얼마 전 미국 스포츠전문매체 디애슬레틱은 ‘세인트루이스가 직면한 오프시즌 시급한 다섯 가지 과제’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김광현의 재계약 여부를 다뤘다. 이 매체는 김광현과 세인트루이스의 결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그 이유로 김광현이 선발을 선호했는데 자신을 불펜으로 전환한 것에 불만을 갖고 있고, 올 시즌 세 차례 부상자명단에 등재된 부분이 구단 입장에선 재계약을 주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기사를 쓴 디애슬레틱의 케이티 우 기자(세인트루이스 전담)를 미국 출장 중 세인트루이스 부시스타디움에서 직접 만난 적이 있다. 그는 김광현이 선발로 활약하다 8월 불펜으로 내려간 상황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카디널스가 김광현을 가장 높게 평가한 부분은 매우 다재다능하다는 점이다. 한 이닝을 던져도 능률적으로 던지고 그 이후 2, 3이닝을 더 던질 때도 있다. 그의 가치를 점수로 판단할 수 없지만 게임 상황에 따라 선수의 역할이 변하는 것 같다. 이전 김광현과 이야기를 나눴을 때 그는 자신한테 주어진 상황들을 잘 받아들였고 팀을 위해 도움을 주고 싶어 했다. 많은 선수들이 선발에서 뛰고 싶어 하지만 그가 세 차례의 부상을 당했고 짧은 시간 동안 좀 더 효율적인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에 불펜에서 역할이 적합했다고 본다.”
국내 언론에 자주 소개되는 세인트루이스 포스트-디스패치의 데릭 굴드 기자는 김광현과 세인트루이스의 재계약과 관련해 우회적으로 부정적인 견해를 내비쳤다.
“메이저리그에서 김광현의 자리는 있을 것이다. 경쟁을 하려는 팀들은 김광현처럼 공을 던지는 선수가 필요하다. 김광현은 스트라이크를 던지며 5, 6이닝을 소화할 수 있다. 세인트루이스와 재계약보다 안정적인 로테이션을 소화하며 팀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김광현을 필요로 하는 팀은 분명 많이 있을 것이다.”
김광현은 이전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자신의 불펜행과 관련해 사전에 충분히 설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불펜으로 내려 보낸 구단의 처사에 불만을 내비친 적이 있다. 데릭 굴드 기자는 그 내용을 떠올린 후 “김광현이 선발투수로서 좋은 모습을 보였는데 불펜행 관련해서 좀 더 명확한 구단의 의사가 전달됐더라면 좋았을 것”이라며 “김광현이 선발투수에 대해 큰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김광현은 2022시즌 어느 리그, 어느 팀에서 뛰게 될까. 올 시즌을 끝으로 미국에서 FA 신분이 된 김광현은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가 종료되기 전까진 어느 팀과도 접촉할 수 없다. 탬퍼링(사전 접촉) 논란이 일 수 있기 때문에 지금은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
김광현은 미국에서 보낸 두 시즌 동안 성적이 나쁘지 않았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60경기 단축 시즌으로 치른 2020년에는 3승 무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1.62를 찍었고, 올 시즌에는 7승 7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3.46의 준수한 성적을 올렸다. 2년 동안 35경기 145.2이닝을 소화했다. 이 정도라면 메이저리그에서 김광현을 원하는 팀은 충분히 나타날 것이다. 실제로 한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는 기자와 통화에서 월드시리즈가 끝나는 대로 김광현 에이전트와 직접 만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광현의 의중을 직접 확인하고 싶다는 말도 덧붙였다. 김광현도 마음 한편에는 올 시즌 불펜에서 아쉬웠던 부분을 내년 메이저리그에서 풀고 싶은 마음도 있을 것이다.
최근 김광현은 SSG 랜더스 민경삼 사장과 류선규 단장을 만나 귀국 인사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단순한 인사차 만남이었다. SSG 측은 김광현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다. 구단 입장에선 김광현의 복귀가 최대 희망 사항이기 때문이다.
김광현은 뛰어난 기량뿐 아니라 이전 SK 와이번스 시절 투수조의 정신적 지주로 큰 역할을 했다. 올 시즌 박종훈, 문승원이 나란히 수술대에 올랐고, 외국인 원투펀치가 고전을 거듭하면서 SSG 선발진은 유독 큰 변화를 겪었다. 이런 상황에서 내년 김광현이 복귀하고, 재활 중인 박종훈, 문승원까지 합류한다면 2022시즌 SSG 마운드 전체가 업그레이드될 것이 분명하다.
관건은 SSG의 간절함이 어느 정도 통할지다. 만약 빅리그에서 김광현에게 오퍼를 한다면 연봉 싸움에선 SSG가 메이저리그를 이길 수 없다. 연봉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추신수를 한국으로 데려온 정용진 SSG 구단주가 김광현을 진심으로 필요로 하고, 데려오고 싶어 한다면 양상이 달라질 수 있다. 정용진 구단주의 ‘러브콜’이라면 김광현도 고민의 지점에 이를 것이기 때문이다. 단, 그 ‘러브콜’에 어떤 내용이 담겨 있는지가 중요하다.
양현종이 귀국할 때만 해도 그를 탐내는 구단이 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그중 한 팀이 SSG였다. 그러나 SSG 측에선 펄쩍 뛰었다. 김광현의 거취에 집중하고 있을 뿐 다른 카드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는 반응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만약 SSG가 양현종을 데려오려면 KIA에 보상금 46억 원을 지급해야 한다. 적자 운영을 거듭하는 KBO리그 구단으로선 엄청난 금액이다.
양현종은 최근 구단 사무실을 방문해선 KIA로 돌아오겠다는 뜻을 밝혔고 구단과 선수 모두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게 KIA의 공식 입장이다. 즉 다른 팀에서 양현종에게 관심을 두지 말라는 KIA의 선전포고나 마찬가지다.
올 시즌 텍사스 레인저스와 스플릿 계약을 맺고 메이저리그 도전을 선택했던 양현종은 빅리그에서 8경기에 등판해 승리 없이 3패 평균자책점 5.59를 기록했고 마이너리그에서 시즌을 마무리했다. KIA는 양현종이 없는 올 시즌 리그 9위에 머물러 있고 팀 타선은 물론 마운드까지 총체적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양현종도 미국에서 다양한 경험을 통해 야구와 인생을 배웠다. 양현종의 KIA 복귀는 서로에게 윈윈이 되는 카드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