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 때마다 두드러기 알고보니 프로틴이 원인…금속 알레르기엔 니켈 많은 커피·초콜릿 피해야
#운동 전에 먹었더니 두드러기가…
도쿄에 사는 52세 남성은 예상치 못한 알레르기로 고생한 경험이 있다. 그는 “스포츠센터에 등록했는데, 평상시 식단만으로는 근육량이 증가하지 않아 운동 전에 유청프로틴을 우유에 타 마시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상하게도 운동할 때마다 두드러기가 일어났다. 혹시나 해서 마시지 않으니 멀쩡했다.
사가미하라병원 임상연구센터의 사토 사쿠라 의사는 “우유나 프로틴에 함유된 성분으로 알레르기 검사를 해봐야겠지만, ‘음식의존성 운동유발 아나필락시스’일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특정 음식물을 섭취한 후 운동하면 발생하는 알레르기 반응이다. 운동에 의해 알레르겐(알레르기의 유발물질) 흡수가 높아지는 것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일반적으로 격렬한 운동 시 발생하는 경우가 많지만, 산책이나 계단을 뛰어오른 정도로 나타나기도 한다. 경증은 ‘속이 좀 불편하다’ ‘나른하다’로 그치는 반면, 심할 경우 △전신 두드러기 △호흡곤란 △구토 △혈압저하 △의식장애 등의 증상까지 온다.
사토 의사는 “음식의존성 운동유발 아나필락시스의 경우 ‘원인 음식’을 먹은 뒤 최소 2시간 동안은 안정을 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증상이 나타나면 항히스타민제를 복용한다. 다만 “심각한 아나필락시스에는 효과가 없기 때문에 평소 응급주사제 에피펜을 처방받아 만일을 대비해 휴대하고 다닐 것”을 권했다.
#금속 알레르기 조심해야 할 식품들
음식물 섭취 외에 약물, 흡입, 피부 접촉 등을 통해서도 알레르기 반응이 유발된다. 특히 접촉 피부염의 경우 알레르기 유발 물질인 ‘알레르겐’이 매우 다양한 것이 특징이다. 일반적으로 분자량이 500~600(아토피성 피부염의 경우 1000) 이하인 물질이라면 피부를 통해 체내로 들어오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에 사실 그 모든 것에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나도 이론상으로는 이상하지 않다.
라텍스(고무) 알레르기가 유명하며 안경테, 시계, 목걸이 같은 금속 알레르기, 파스나 스포츠테이프 등을 떼어낸 다음 자외선(빛)을 받으면 염증이 생기는 광접촉 피부염 등이 대표적이다.
한편 이러한 접촉성 피부염에 뜻밖의 음식이 관여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금속 알레르기다. 금속이 피부에 닿으면 부종이나 발진, 가려움증 등을 일으키고 심한 경우 염증을 동반하게 된다. 흥미롭게도 금속 알레르기 환자들에게 “커피를 좋아하냐?”고 물으면 “그렇다”고 답할 확률이 상당히 높다는 것. 금속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물질은 니켈로 알려졌는데, 니켈은 원두커피와 콩류, 초콜릿 등에도 많이 들어 있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금속 알레르기 예방법으로 가장 좋은 것은 니켈 제품과 직접 접촉하지 않는 것”이다. 또한 커피나 초콜릿 등 니켈이 많이 함유된 식품을 피하면 증상 조절에 효과가 있다고 하니 참고해보자.
#특정 과일만 먹으면 입술이 퉁퉁
꽃가루 알레르기가 있다면 꽃가루뿐만 아니라 음식 섭취에도 주의가 필요하다. ‘꽃가루-음식 알레르기 증후군(PFAS)’이란 것이 있다. 일명 ‘구강 알레르기 증후군’이라고도 부르는데, 꽃가루와 유사한 단백질 구조를 가지고 있는 생과일이나 생채소를 먹을 때 발생한다. 이들의 단백질을 꽃가루로 오인해 마치 바이러스와 싸우는 것처럼 체내에서 과도한 반응이 나타나는 것이다. 섭취할 때 닿는 부위인 입술, 입안, 혀, 목 등이 가렵고 붓는 증상을 보인다.
만약 봄철 나무 꽃가루(삼나무, 자작나무) 알레르기가 있다면 사과, 복숭아, 토마토 등에 증상이 일어나기 쉽다. 가을철에 날리는 잡초 꽃가루(돼지풀, 쑥) 알레르기라면 수박, 오이, 호박, 바나나와 같은 식품에 주의해야 한다.
PFAS는 어떤 대책이 필요할까. 알레르기 전문의 마쓰야마 쓰요시는 “사과나 토마토 등의 알레르기를 호소하는 환자에게 우선 ‘꽃가루 알레르기가 있는가’를 묻고, 이어서 ‘가열하면 먹을 수 있는가’를 확인한다”고 전했다. 생으로 먹을 때만 이상 증상이 나타나고, 파이나 잼으로 먹으면 문제가 없을 경우 대부분 PFAS라 할 수 있다. 특정 음식물 알레르기라면 식품의 형태가 바뀌어도 증상이 똑같이 나타난다.
PFAS가 의심되는 식품은 가급적 생으로 먹지 말고 조리해 먹도록 한다. 아무래도 과일 본래의 맛을 느끼고 싶은 사람은 전자레인지에 가열해 섭취할 것. 또 항알레르기 약을 식사 1~2시간 전에 먹는 것도 방법이다.
#서퍼에게 낫토 알레르기가 많은 이유
1970년대 일본에서 서핑이 유행하기 시작했을 무렵의 이야기다. 서핑 명소인 가나가와현 피부과 의사들 사이에서 “서퍼들에게 낫토 알레르기가 많다”는 정보가 공유됐다. 서핑 시 간혹 해파리에게 쏘일 수 있다. 그런데 전문가들에 의하면 “해파리 가시에 있는 폴리감마글루탐산(PGA)이라는 성분과 낫토의 끈적끈적한 성분이 동일하다”고 한다. 즉, 해파리에 쏘여 체내에서 PGA를 이물질로 판단하고 알레르기가 발생하면, 낫토를 섭취할 때도 같은 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2010년대 초반 미국에서는 “특정 진드기에 물리면 소고기 알레르기를 유발할 수 있다”는 사실이 새롭게 밝혀졌다. 당시 햄버거와 스테이크를 먹은 뒤 심각한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켜 병원에 입원하는 사례가 속출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진드기로 인한 고기 알레르기’ 증세가 알려지지 않았던 터라 의사들조차 이 증세를 파악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연구에 의하면 “진드기 몸속에는 ‘알파갈(alpha-gal)’이라는 당 성분이 잠입해 있다”고 한다. 만일 진드기를 통해 알파갈이 인체로 들어올 경우, 우리 몸은 이를 해로운 물질로 인식해 면역반응을 일으킨다. 문제는 알파갈이 소고기나 사슴고기 같은 붉은색 고기에도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평소 음식으로 섭취하면 아무 문제가 없으나, 특정 진드기에 물린 후라면 인체는 면역반응을 일으켜 고기에도 알레르기를 유발하게 된다. 요컨대 평생 잘 먹어온 고기인데, 어느 날 갑자기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난 사람은 진드기가 하나의 원인일 수 있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