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꺾기 위해 ‘국가대표 연구회’ 열고 토론…박정환과 중국 기사들 대결 주목
이번 대회 주최국 한국은 신진서, 박정환, 변상일, 신민준, 원성진 9단으로 팀을 꾸렸다. 10월 11일 열린 1라운드에선 1장 원성진 9단을 잃었지만, 예상을 깨고 조기 출전한 박정환 9단이 일본 2장 쉬자위안 9단을 꺾으면서 대회 2연패에 청신호를 밝혔다.
지난 대회까지 15년 연속 한국과 우승을 다퉜던 중국은 톱타자 리웨이칭 9단이 일본 쉬자위안에게 패했으나(원성진에겐 승리) 주력인 커제, 미위팅, 판팅위, 리친청 9단이 건재하다. 다만 일본은 시바노 도라마루 9단과 쉬자위안 9단이 1라운드에서 살아남지 못해 가장 출혈이 컸다.
2라운드 첫 경기는 26일 1라운드 마지막 경기에서 승리한 박정환 9단과 중국 2장 판팅위 9단의 대국으로 시작된다.
#한국, 박정환 조기 출전에 기대
1라운드와 2라운드의 최대 관심사는 박정환 9단의 조기 출전이었다. 농심배에서 주장급 기사의 이른 출격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운 일이다. 과거 이세돌 9단이 한두 번 일찍 나온 적이 있었지만 결과는 좋지 못했다. 가장 성공적인 사례는 서봉수 9단이 9연승을 쓸어 담은 1997년 제5회 진로배 세계바둑최강전이다. 농심배의 전신인 이 대회에서 당시 서 9단은 주장급 실력을 갖췄음에도 1장으로 출전해 중국과 일본 기사 9명을 잇달아 물리치고 혼자 우승컵을 들어 올리는 신화를 만들었었다.
박정환도 내심 욕심낼 만한 상황이다. 최근 신진서 9단을 꺾고 삼성화재배에서 우승했고, 매일 이어지는 대국이지만 온라인 대국이어서 상대적으로 체력 부담도 덜하다. 무엇보다 박정환의 현 세계랭킹이 신진서에 이은 2위라서 실력적으로도 충분히 기대할 만하다. 설령 박정환이 실족한다 하더라도 최근 실력적으로는 이미 신진서에 필적한다고 평가받고 있는 변상일 9단이 뒤를 받치고 있어 한국은 조기에 우승컵을 확정짓는다는 각오로 2라운드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필사적 각오로 임해
올해 한국에 밀려 단 하나의 세계대회 우승도 기록하지 못한 중국은 필사적인 각오로 이번 대회에 임할 것으로 보인다. 농심배는 한국과 중국, 일본의 국가대항전 성격을 띠고 있어 각국 기사들이나 협회에서 임하는 각오가 남다르다.
중국 인터넷바둑전문 사이트 예후(野狐) 보도에 따르면 최근 삼성화재배 준결승에서 중국 기사들이 전멸하자 중국 바둑협회 주석 린젠차오가 ‘국가대표 연구회를 열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이 보도에 따르면 연구회의 주제는 ‘한국의 신진서, 박정환을 어떻게 이길 것인가’이며 연구회는 11월 3일 삼성화재배 결승3국이 벌어질 때 시작됐다. 삼성화재배 4강전 신진서 대 양딩신, 박정환 대 자오천위의 대국을 차례로 올려놓고 열띤 토론이 이어졌고, 연구회에선 한국을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준결승에서 신진서에 패한 양딩신은 “한국에선 신진서, 신민준이 삼성화재배와 같은 제한시간 2시간으로 훈련한다, 우리도 2시간짜리 연습경기를 가졌으면 한다”고 의견을 제시했고, 2000년생 중국 4위 딩하오는 “절예와 같은 수준 높은 AI(인공지능)끼리의 최신 바둑을 보게 해달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위빈 국가대표 총감독은 “5일부터 시작되는 국가대표의 대국은 2시간으로 둔다. 대국자가 합의할 경우 1시간 또는 1시간 30분으로 둬도 된다”고 결론을 내리면서 “텐센트 사에 연락해 절예의 기보를 볼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위빈과 화쉐밍 등 중국 코칭스태프는 연구회가 끝난 후 “앞으로 연구회 횟수를 늘릴 것이며 국가대표 선수들의 훈련과 자세에 문제는 없었는지 철저히 검토하겠다”고 말했는데 이는 더 이상 한국에 밀릴 수 없다는 절박한 상황을 보여준다.
한편 한·중에 맞설 일본은 이야마 유타, 이치리키 료 9단, 위정치 8단이 나선다. 일단 2라운드에서 전멸하지 않고 최종 3라운드까지 가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2라운드 첫 경기에 출전하는 박정환 9단과 맞서게 될 중국 2번 주자 판팅위는 현 중국랭킹 6위로 두 차례 7연승 등 통산 17승 6패를 기록 중인 농심배의 강자다. 박정환은 판팅위를 상대로 최근 5연승과 함께 10승 6패로 앞서 있다.
한국기원이 주최하고 농심이 후원하는 농심신라면배의 우승상금은 5억 원이며 2위, 3위는 상금이 없다. 본선에서 3연승하면 1000만 원의 연승상금(3연승 후 1승 추가 때마다 1000만 원 추가 지급)이 지급된다. 제한시간은 각자 1시간에 초읽기 1분 1회씩이 주어진다.
제23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 각국 출전선수 명단
한국 : 신진서·박정환·변상일·신민준/탈락-원성진(1승1패)
중국 : 커제·미위팅·판팅위·리친청/탈락-리웨이칭(1승1패)
일본 : 이야마 유타·이치리키 료·위정치/탈락-시바노 도라마루(1패)·쉬자위안(1승1패)
유경춘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