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행 방법 검색…스토킹 신고로 보복”
김 씨는 이날 오전 7시 59분쯤 호송차로 옮겨지는 과정에서 취재진에게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계획 살인 인정하냐’ ‘접근금지 조치를 받고도 왜 스토킹을 했냐’는 취재진들 질문에 “죄송합니다”만 반복한 채 호송차에 탑승했다.
김 씨는 지난 19일 서울 중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자신의 전 여자친구인 A 씨를 흉기로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앞서 A 씨는 지난 6월 교제하던 김 씨와 헤어진 뒤 지속적으로 연락을 받고 폭언 등을 들었다며 경찰에 총 다섯 차례 스토킹 신고를 접수했다. A 씨는 지난 7일부터 경찰 신변보호를 받았고, 법원은 김 씨에게 100m 이내 접근 금지, 정보통신 이용 접근 금지 등의 잠정 조치를 내렸다. 하지만 A 씨는 결국 김 씨에 의해 숨졌다.
김 씨는 우발 범죄라고 주장했지만 경찰은 지난해 11월 7일 A 씨가 김 씨를 신고한 데 대한 보복살인으로 판단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 씨는 같은 해 11월 9일 법원이 피해자에 대한 접근금지 등을 통보한 이후 인터넷에 범행 도구를 검색했다. 경찰 관계자는 “(김 씨의 휴대전화를) 디지털 포렌식한 결과 범행 도구나 방법 등을 수차례 걸쳐 검색한 게 확인되는 등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여러 개 나왔다”고 언급했다.
김 씨는 지난 18일 서울 중구의 한 마트에서 흉기를 구입했다. 이후 이튿날인 지난 19일 오전 11시 6분쯤 A 씨 자택 주차장에서 차량을 확인한 뒤 복도에서 A 씨를 기다렸다.
김 씨와 마주친 A 씨는 지난 19일 오전 11시 29분과 11시 33분에 착용하고 있던 스마트워치로 경찰에 긴급 구조 요청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경찰은 A 씨 소재를 바로 파악하지 못했고, 12분이 지난 뒤 현장에 도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흉기에 심하게 다친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결국 숨졌다.
경찰 관계자는 “처음에는 헤어진 사실에 대해 잘못된 걸 풀고 싶어서 스토킹했지만 나중에 (스토킹) 신고가 들어가자 이에 대한 보복으로 범행을 저지른 걸로 보고 있다”며 “5개월 정도 스토킹이 있었던 걸로 보이고 이 과정에서 주거침입·협박·상해 등 추가 혐의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서울경찰청은 지난 24일 신상정보 공개심의위원회를 진행한 뒤 김 씨의 얼굴과 이름 등 신상정보를 공개했다. 경찰 관계자는 "김 씨가 범행 일체를 시인하고 감식 결과 폐쇄회로(CC)TV 영상 등 충분한 증거가 확보돼 있다"고 신상공개 결정 이유를 말했다.
정소영 기자 upjs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