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 판타지아 시니어바둑리그 정규리그 우승…포스트시즌서 4팀 4색 격돌
지난 11월 25일 서울 성동구 한국기원 바둑TV스튜디오에서 열린 편강배 2021 시니어바둑리그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데이터스트림즈가 구전녹용에 2-1로 승리했다.
승리한 데이터스트림즈는 이미 경기를 마친 부천 판타지아와 팀 전적(9승 5패)과 개인승수(24승) 모두 동률을 기록했지만, 전·후반기 맞대결에서 모두 승리한 부천 판타지아가 승자승에서 앞서며 우승을 확정지었다. 데이터스트림즈는 최종전에서 3-0으로 승리했으면 개인승수에서 부천 판타지아에 1승 앞서며 정규리그 1위에 오를 찬스도 있었지만 살리지 못했다.
이로써 2021년 챔피언을 가릴 포스트시즌에는 정규리그 1위 부천 판타지아와 2위 데이터스트림즈, 3위 KH에너지(8승 6패), 4위 구전녹용(7승 7패)이 진출하게 됐다.
#서봉수·유창혁보다 최규병
부천 판타지아의 정규리그 우승은 예상 밖이다. 어느 리그를 막론하고 우승컵은 슈퍼 에이스를 보유한 팀이 가져가는 게 그동안의 관례였기 때문. 시니어리그의 슈퍼에이스는 조훈현, 서봉수, 유창혁 9단이다. 하지만 조훈현은 불참했고 그렇다면 서봉수나 유창혁이 속한 팀에서 우승팀이 나오는 것이 그동안의 패턴이었는데 그것이 올해 깨졌다.
부천 판타지아는 1지명 최규병 9단이 이끄는 팀이다. 최규병은 정규리그에서 10승 4패를 거뒀다. 나란히 11승 3패를 올린 서봉수, 유창혁에 이은 2위다. 마지막 13, 14라운드에서 복병 박승문 8단, 김철중 4단에게 발목을 잡힌 것이 아쉽다. 그동안 시니어바둑리그에서 별 재미를 보지 못했는데 올해 드디어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부천에는 최규병만 있는 게 아니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조치훈 9단과 함께 3연패를 이룬(당시 KH에너지) 노련한 강훈 9단과 물러섬 없는 파이터 정대상 9단이 각각 7승 7패로 뒤를 받쳤다. 승률 50%가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여도 3판2승제의 시니어리그에선 1지명과 3지명의 전력 차가 적을수록 유리하다.
#키맨 백성호, 장수영 9단
슈퍼에이스를 앞세워 우승을 노리는 건 바둑리그에서 일종의 공식 같은 셈법이다. 지난해 정규리그 우승팀 데이터스트림즈는 상대적으로 ‘젊은 피’인 에이스 유창혁 9단을 앞세워 우승에 도전한다. 데이터스트림즈는 지난해 12승 2패라는 압도적 성적으로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지만 챔피언결정전에서 패해 최종 우승컵을 가져가지 못했다. 올해는 정규리그 2위로 우승에 도전한다.
데이터스트림즈의 키맨은 2지명 백성호 9단이다. 1지명 유창혁이 제몫을 해준다고 가정할 때 팀 승리를 위해선 나머지 1승이 필요한데 이를 백성호가 책임져줘야 한다. 3지명 김종준 8단(5승 8패)으로는 불안하다.
백성호의 정규리그 성적은 8승 6패로 나쁘지 않은 편. 데이터스트림즈 양상국 감독이 인터뷰 때마다 “우리 팀은 백성호 9단만 이기면 됩니다”라고 하는 것이 농담이 아닌 것이다.
2017년 일본에서 활동 중인 조치훈 9단을 영입해 3연패를 이뤘던 KH에너지는 코로나19로 출전 제한을 받는 조 9단 대신 서봉수 9단을 드래프트로 픽업해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70대 노장 서봉수는 올해도 11승 3패, 노익장의 상징과도 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KH에너지도 2위 데이터스트림즈와 같은 고민을 안는다. 서봉수의 뒤를 받쳐줄 남은 1승 카드가 누구냐는 것. KH에너지는 다행히 4지명 김철중 4단이 6승 5패로 깜짝 활약 중이지만 2지명 장수영 9단(4승 10패)의 슬럼프 탈출이 절실하다. 포스트시즌에서 경쟁력을 보이기 위해선 장 9단이 살아나야 한다.
#도깨비 팀, 구전녹용
정규리그 4위 구전녹용은 시니어바둑리그의 ‘도깨비 팀’이라 불린다. 7승 7패 4위로 포스트시즌에 턱걸이했지만, 개인 승수에서는 25승으로 24승의 1위와 2위를 앞지른 모습을 보여줬다. 그러니까 구전녹용은 이길 땐 3-0, 질 때는 1-2의 비효율적 승부가 많았다는 뜻이다.
1지명 김일환 9단, 2지명 안관욱 9단, 3지명 차민수 4단의 진용이지만 성적은 거꾸로라는 점도 재미있다. 3지명 차민수가 10승 4패로 서봉수, 유창혁에 이은 다승 3위다. 2지명 안관욱도 8승 6패로 제몫 이상을 해냈다. 1지명 김일환 9단은 7승 7패. 8개 구단 중 2지명과 3지명 승률이 50% 이상을 기록한 팀은 구전녹용이 유일하다.
다만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데이터스트림즈에 1-2로 패한 것이 못내 아쉽다. 만일 그 경기에서 승리했으면 개인승수를 많이 쌓아둔 구전녹용은 2위로 포스트시즌 진출이 가능했다. 하지만 마지막 대국에서 안관욱 9단이 백성호 9단에 패하는 바람에 4위로 마감하게 된 것. 3위와 4위가 대결하는 준플레이오프는 상위팀 어드밴티지를 두어 4위 팀은 2승을 거둬야 다음 라운드에 진출할 수 있어 구전녹용은 KH에너지에 2연승을 거둬야 하는 큰 부담을 안게 됐다.
바둑TV 해설의 김영삼 9단은 “이번 시니어바둑리그 포스트시즌도 전통의 강호 유창혁 서봉수 9단을 보유한 팀의 우승확률이 높다고 본다”면서 “올해는 최규병 9단도 에이스 대열에 합류하면서 부천도 무시 못 할 전력으로 올라섰다. 포스트시즌에 오른 4팀 모두 각각의 경쟁력이 있어 재미있는 승부가 될 것 같다”고 예측했다.
전반기(1∼7라운드) 지명제, 후반기(8∼14라운드) 오더제로 정규리그를 마친 편강배 2021시니어바둑리그는 12월 6일부터 KH에너지와 구전녹용의 준플레이오프를 시작으로 포스트시즌에 돌입한다. 승리 팀은 8일부터 2위 데이터스트림즈와 3전 2선승제의 플레이오프를, 플레이오프 승자는 15일부터 정규리그 1위 부천 판타지아와 3전 2선승제의 챔피언결정전을 벌인다.
유경춘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