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 전투서 ‘위장색’으로 맹활약…1980년대까지 사용, 현재 1억원상당 희귀품
사실 군용 차량에 가장 많이 쓰이는 색상은 카키색과 베이지색이다. 그런데 이렇게 분홍색이 사용됐던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사막에서 위장색으로 사용하기에는 분홍색이 단연 최고였기 때문이다.
한때 ‘사막 핑크’라고 불렸던 이 분홍색이 처음 도입된 때는 제2차 세계대전이었다. 당시 북아프리카 사막에서 추락한 비행기 잔해를 찾던 영국군은 좀처럼 파편이 발견되지 않아 애를 먹고 있었다. 그러던 중 모래 속에서 수년 동안 비바람에 노출된 후 분홍색으로 변해 있었던 비행기 잔해를 발견했고, 이에 부대는 분홍색이 사막에서 더할 나위 없는 위장색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 후 분홍색으로 도장된 ‘핑크 팬서’는 오만의 사막에서 펼쳐진 배후작전을 위해 주로 투입됐으며, 모래사막 전술과 완벽하게 어우러져 맹활약을 펼쳤다. 전쟁이 끝난 후에도 1968~1984년까지 분홍색을 띤 ‘시리즈 2A 랜드로버 지프’는 SAS 부대에서 계속해서 사용됐다.
현재 남아있는 ‘핑크 팬서’는 SAS가 1960년대 초에 구입한 ‘72 시리즈 2A 랜드로버’ 20대가 전부다. 물론 희귀한 만큼 높은 가격에 팔린다. 2019년에 매물로 나왔던 ‘핑크 팬서’ 한 대는 1986년 전역한 모델로, 8만 5000달러(약 1억 원)에 판매됐다. 이 지프차는 매물로 나온 몇 안 되는 ‘핑크 팬서’들 가운데 하나였으며, 현재 나머지는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거나 개인 소장품으로 보관되어 있다. 출처 ‘아더티센트럴’.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