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으로 왕조 부활’ 대어급 FA 취임선물 기대…‘48세 동갑’ 장정석 단장과 케미도 관심
KIA 구단은 "김종국 신임 감독은 프로 데뷔 때부터 타이거즈에만 몸담은 '원클럽맨'이다. 누구보다 타이거즈를 잘 알고 있다"며 "조용하면서도 강단 있는 리더십을 바탕으로 선수단 장악력이 뛰어나다는 점을 높게 평가했다. 선수단과 코치진으로부터 두터운 신망을 받고 있어 팀을 빠르게 정비하고 재도약시킬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선임 이유를 설명했다.
#장정석 단장 선임이 먼저
KIA의 차기 감독은 지난 11월 1일 전임 맷 윌리엄스 감독이 물러난 뒤부터 꾸준히 야구계의 관심사 중 하나였다. 메이저리그(MLB) 스타플레이어 출신이자 워싱턴 내셔널스 감독을 역임했던 윌리엄스 감독은 2020년 3년 계약을 하고 KIA에 왔지만, 지난 2년간의 성적(2020년 6위, 올해 9위)이 좋지 않아 계약기간을 다 채우지 못했다. 이화원 전 대표이사와 조계현 전 단장도 윌리엄스 감독과 함께 옷을 벗었다.
사장 단장 감독이 한꺼번에 물러난 KIA는 최준영 기아 부사장이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되면서 본격적으로 팀을 재편하기 시작했다. 일단 감독에 앞서 새로운 단장을 뽑는 게 먼저였다. 최 대표가 직접 복수의 감독 출신 야구인들을 단장 후보로 올려 면접을 진행했고, 장고 끝에 방송 해설위원으로 일하고 있던 장정석 전 키움 히어로즈 감독(48)을 영입했다. 조계현 단장에 이어 두 번 연속 선수 출신 단장에게 팀 재건을 맡기기로 결정한 것이다.
장정석 단장은 1996년 현대 유니콘스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한 뒤 2002년 KIA로 이적해 3년을 뛰고 2004년 은퇴했다. 현역 때 남긴 통산 기록은 타율 0.215, 홈런 7개, 75타점이다. 이후 현대 구단과 히어로즈 구단에서 프런트로 경험을 쌓았고, 2017~2019년 키움 히어로즈 감독을 맡아 프로야구 사령탑으로서 주목할 만한 성과도 거뒀다. 2019년 키움의 한국시리즈 준우승이 대표적이다. 그해 말 키움이 장정석 감독과 재계약을 포기하고 팀에서 내보내자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구단을 향한 비난이 쏟아졌다.
KIA는 장정석 단장을 선임한 배경에 대해 "KIA에서 3년간 선수로 생활한 경험을 바탕으로 누구보다 구단 분위기를 잘 이해하고 있다. 프런트와 선수단의 화합과 소통에 중심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장 단장 역시 "언젠가는 명문 구단이면서 가장 많은 팬덤을 보유한 KIA의 단장을 해보면 좋겠다고 생각하곤 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구단의 단장으로 선택받아 행복하다"며 "데이터 분석, 트레이닝 파트, 스카우트 파트 등을 살펴보고 점검해 과거 타이거즈 왕조의 시간이 다시 이어질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다짐했다.
#김종국 기존 코치진 중 최고점
장정석 단장이 부임한 뒤 새 감독 선임 작업에 속도가 붙었다. 이미 야구계에는 한 달 가까이 "김종국 코치가 차기 감독으로 내정된 상황"이라는 소문이 파다했다. 윌리엄스 감독이 떠난 뒤에도 KIA의 1·2군 코치진에 큰 변화가 없었던 터라 "차기 감독은 현재 멤버들과 호흡이 잘 맞는 내부 인물일 것"이라는 추측에도 무게가 실렸다. 구단은 장 단장과 함께 여러 후보를 살피며 신중하게 고민했지만, 결국 기존 코치진 중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1순위 후보에게 힘을 실어주기로 했다.
김종국 신임 감독은 KIA 사령탑 자리에 어울리는 인물이다. 광주에서 야구를 시작했고, KIA의 전신 해태에서 프로 무대에 선 프랜차이즈 스타다. 1996년 1차 지명으로 해태에 입단한 뒤 첫 해부터 주전 2루수를 꿰찼고, 탄탄하고 견고한 수비력을 자랑하는 내야수로 이름을 날렸다. 2009년 은퇴할 때까지 타이거즈 유니폼만 입었다. 1군에서 통산 1359경기에 출전해 타율 0.247, 홈런 66개, 429타점, 도루 254개를 기록했다.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국가대표로도 출전했다. 은퇴 후 지도자 생활 역시 KIA에서만 했다. 2010~2021년 12시즌 동안 작전·주루·수석코치를 두루 거쳤다. 26년간 KIA의 모든 역사를 빠짐없이 지켜본 인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선수·코치로 4회 우승
그만큼 어깨도 무겁다. 구단은 김종국 감독이 '강팀 DNA'를 다시 끌어내 주길 바라고 있다. 김 감독은 '타이거즈 왕조'의 후예다. 선수와 코치로 한국시리즈 우승 반지 4개를 갖고 있다. 1996~1997년과 2009년에는 선수로, 2017년은 주루코치로 각각 팀 우승에 힘을 보탰다. 하지만 KIA는 올 시즌을 9위로 마감했다. 창단 후 가장 낮은 순위다. 최근 세 시즌 연속 포스트시즌 무대에도 오르지 못했다. 김 감독 부임 후 "KIA도 리빌딩 체제로 돌입하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 이유다.
김종국 감독의 생각은 그렇지 않다. "구단은 프로 감독 경험이 없는 나에게 3년(계약 기간)을 보장했다. 책임감을 가져달라는 의미로 받아들였다"며 "타이거즈는 한국 야구에서 우승을 가장 많이 한 팀이다. 전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변화도 필요하지만, '윈 나우'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9위 팀의 새 사령탑이 '육성과 성적 모두 잡겠다'라고 자신 있게 말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김종국 감독은 "프로, 특히 1군은 성적을 내야 하는 무대"라고 여긴다. 김 감독은 "지속적으로 강한 전력을 유지할 수 있는 팀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모두 바라는 성과를 위해 그동안 준비했고, 잘해낼 자신이 있다"고 강조하면서 "코치들에게 많은 권한을 주고 소통하면서 좋은 방향을 만들어가겠다. 야구는 선수가 하는 것이기 때문에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했다. '리빌딩'이라는 단어 뒤에 숨어 있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김종국 감독의 희망이 실현되려면 새 수뇌부를 맞이한 구단의 지원도 뒤따라야 한다. KIA는 올겨울 메이저리그 도전을 마치고 돌아온 에이스 양현종과 자유계약선수(FA) 협상을 해야 하고, 수준급 외국인 선수를 영입해야 하는 숙제도 안고 있다. KIA가 대어급 외부 FA 선수에게 관심이 있다는 얘기도 이미 퍼져 나가고 있다. 김 감독이 어느 정도의 '취임 선물'을 받을지 관심거리다. 김 감독은 "매년 더 높은 곳을 바라보겠다. 프로는 당연히 우승을 목표로 달려야 한다"며 "감독으로도 꼭 우승하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배영은 중앙일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