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는 차, 가을에는 고구마소주 생산…위기 탈출 일환으로 둘 섞었더니 ‘대박’
최근 NHK 아침방송 ‘오하요닛폰’은 “또 다른 이도류로 주목받는 경영자가 있다”면서 가고시마현에 위치한 치란양조의 모리 노비루 사장에 대해 소개했다. “지역 특산물인 고구마소주와 녹차를 조합해 성공을 거둔 사례”라고 한다.
지난 9월 프랑스 파리에서는 주류 전문가들이 소주 품평회를 열었다. 164개의 소주 브랜드 가운데 최우수상에 선정된 것은 차향기가 나는 고구마소주, ‘치란Tea추(知覧Tea酎)’였다. 당시 심사위원장은 “복합적인 향이 매우 아름답다”며 “희석해 마셔도 절묘한 향기가 돋보인다”고 평했다. NHK에 따르면 “이외에도 치란Tea추는 국내외 주류 콩쿠르에서 다수의 상을 수상했다”고 한다.
이 소주가 탄생한 곳은 가고시마현에 있는 작은 양조장 ‘치란양조’다. 가고시마현은 일본 유수의 차 생산지로 알려져 있다. 현지에서 채취한 일등급 차를 고구마가 섞인 모로미(거르기 전의 술)에 대량으로 투입, 일주일 정도 발효시킨 후 증류하면 향긋한 차향이 나는 고구마소주가 완성된다. 포근한 고구마향까지 더해져 한층 풍미가 깊은 소주다.
치란양조는 1919년 창업한 이래, 양조와 차 재배를 병행해왔다. 가을에는 고구마소주, 봄부터 여름은 차 생산에 주력하는 ‘이도류 경영’으로, 안정적인 수입을 창출해온 것. 그런데 승승장구하던 두 칼에 어둠이 드리워졌다. 시대가 변하면서 소주를 찾는 고객이 급감했고, 우려마시는 고급 찻잎의 수요 또한 침체되어 갔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했다. 고민하던 모리 사장은 ‘고구마소주’와 ‘차’의 장점을 곱하는 전략을 취했다. 그는 “가까이에 있는 것들로 만들면 의외로 굉장히 맛있지 않을까 싶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상품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고구마소주의 강한 맛과 섬세한 녹차 향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 여기서 양쪽 모두를 잘 알고 있는 ‘이도류’의 경험이 빛을 발했다.
모리 사장은 고구마소주와 현지에서 나는 약 10종류의 찻잎을 섞어 시음하기 시작했다. 차 농가로서는 ‘이보다 향긋한 차향이 날 수 있다’, 양조장 입장에서는 ‘소주의 장점을 더욱 살려야 하지 않을까’ 등 수많은 블렌딩을 반복한 끝에 최적의 조합에 도달했다고 한다.
이렇게 탄생한 새로운 특산품은 일반 소주보다 가격이 50% 정도 비싼데도 불구하고 불티나게 팔렸다. 국내외 주류 콩쿠르에서 다수 수상하면서 인지도는 더욱 높아졌다. 모리 사장은 “외국에서도 치란Tea추의 술 향기가 통한다고 확신하기 때문에 수출에도 힘쓰고 싶다”고 포부를 전했다.
NHK는 “지역 특산품이 가지는 하나하나의 강점을 살려 그것을 곱하는 전략은 보다 강력한 신상품을 만들어낼 수 있다”면서 “그러한 유연한 발상이 비즈니스에서 살아남는 키워드가 된다”고 덧붙였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