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빵·치즈·생꿀 조합 등 ‘칼로리 폭탄’ 유행…“이렇게 먹어도 돼?” 죄책감 들어도 스트레스 해소에 제격
현지 매체 ‘동양경제온라인’은 “지난 2년간 미증유의 코로나 사태가 일상을 크게 변모시켰다”며 “외출자제 등 여러 제약이 따르는 가운데, 음식 정도는 참지 않고 먹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칼로리 폭탄’이라는 것을 분명히 알고는 있지만, 달콤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음으로써 짜릿한 배덕감과 함께 소소한 행복감을 느끼는 것이다.
“배덕의 음식 세계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오사카시 아베노구에는 죄가 많기로 유명한 맛집이 있다. 바로 ‘치즈와 생꿀 전문점 베네(BeNe)’다. 이곳은 10여 가지의 치즈와 생꿀을 이용한 요리를 제공한다.
그중에서도 특히 젊은 여성들에게 인기를 끄는 것이 ‘천사가 만든 악마의 토스트’라는 메뉴다. 한눈에 보기에도 토스트에 올라간 치즈의 양이 어마어마하다. 마스카포네, 고르곤졸라 등 4종류의 치즈를 아낌없이 사용한 것이 특징이다. 게다가 그 위에 달콤한 생꿀을 잔뜩 뿌려준다.
최근 간사이TV에서는 화제의 토스트를 맛보는 모습이 전파를 탔다. 시식한 우스다 주리아 캐스터는 “식빵, 치즈, 생꿀이라니 절대 맛있을 수밖에 없는 조합이다. 하지만 절대 칼로리가 높을 것임에도 틀림없다”며 “악마의 음식이 맞다”고 웃었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이 토스트는 하나당 950칼로리(kcal)에 달한다. 무려 흰쌀밥 세 공기와 맞먹는 열량이다.
우스다 캐스터는 “악마의 토스트를 먹고 혈당치가 아마 최고로 솟지 않았을까 싶다. 하지 말아야 하는 걸 알면서도 그것이 주는 쾌감이 있다. 먹지 말아야 할 음식이라 더욱 맛있게 느껴지는 것 같다”고 평했다. 동시에 “묘한 달성감도 든다”고 덧붙였다.
치즈를 활용한 또 다른 길티 푸드로는 스테이크 체인점 ‘가부리코(GABURICO)’가 선보인 ‘악마의 고기치즈 타워’를 꼽을 수 있다. 켜켜이 쌓아올린 스테이크 위에 특제 모짜렐라 치즈가 그야말로 폭포처럼 흘러넘친다. 비주얼만 봐도 칼로리 폭탄이다. 간사이TV는 “이러한 배덕 맛집들이 올해 들어서 모두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6월 오사카 혼마치에 오픈한 ‘베이커리&카페 더 테라스(The. Terrace)’도 배덕의 마늘빵으로 유명한 곳이다. 얼핏 평범한 빵 같지만, 만드는 모습을 들여다보면 죄책감을 자극한다. 갈릭버터와 파슬리를 섞은 소스를 단지 빵 위에 바르는 것이 아니라, 푹 담그는 수준이다. 우스다 캐스터는 “이 정도로 엄청난 마늘소스를 뒤집어 쓴 빵을 본 적이 없다”며 감탄했다. “마늘 냄새만으로도 상당한 배덕감이 든다”는 설명이다. 더욱이 빵 속에는 연유와 크림치즈까지 듬뿍 들어 있다.
실제로 빵을 시식한 후 그는 “마늘 냄새 때문에 오늘 사람과 만나는 걸 피해야 할지 모른다. 그래도 너무 맛있다. 마늘향이 먼저 퍼지고 이후 혀에 닿는 ‘단짠’ 크림의 조합이 천국의 맛”이라고 극찬했다. 이 빵은 중독성이 강해 한 번 먹고 마는 사람이 드물다고 한다. 개업 초기와 비교했을 때 10월 매상은 3배 이상 뛰어올랐다.
익히 알려진 대로 현대인들의 건강에 대한 관심은 매우 높다. 그럼에도 배덕 맛집이 주목을 끄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본의 요리연구가 류지는 “역시 외출자제로 집에 있는 동안 다들 스트레스가 쌓인 게 아닐까 싶다”고 밝혔다. “코로나로 인한 스트레스를 이른바 ‘배덕 음식’으로 해소하는 것 같다”는 설명이다. 류지 연구가는 “나 역시 배덕 음식을 먹으며 스트레스를 풀곤 한다. 평소 칼로리가 낮은 음식을 섭취하는 건 칼로리가 높은 걸 먹기 위한 준비라는 말에 동의한다”고 공감했다.
아울러 그는 “죄책감이 오히려 최고의 조미료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몇 년 전부터 저탄수화물 다이어트가 유행 중인데, 가끔은 ‘악마와 계약한 날’을 지정해 그날만큼은 먹고 싶은 욕망대로 먹어도 좋지 않을까 한다”고 덧붙였다. 류지 연구가는 이러한 콘셉트를 적용한 레시피 책 ‘배덕의 밥’을 출간해 뜨거운 관심을 받기도 했다.
마케팅 분석가 하라다 요헤이는 ‘두바이에서 알코올을 금지하자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디저트가 발전한 사례’를 예시로 들었다. 그러면서 그는 “2년간 지속되고 있는 코로나 스트레스를 완화하기 위해 고칼로리의 길티 푸드가 유행하는 것 같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또한 “몇 번이나 반복된 긴급사태 선언으로 약속은 물론, 수영복을 입고 바다에 갈 기회도 줄어들었다”면서 “예년보다 체형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됐다는 점도 길티 푸드가 유행한 이유 중 하나”라고 언급했다.
한편, 배덕감을 활용한 마케팅은 미식계만 부는 것이 아니다. 간사이TV에 따르면, 관련 장난감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빌리지뱅가드에서 출시한 ‘천하제일 스퀴즈 선물세트’는 마치 명절선물로 주고받는 햄 세트처럼 생겼다. 하지만 실은 손에 쥐고 으깰 수 있는 장난감이다. 진짜 햄을 손에 쥐고 으깨는 행동은 차마 할 수 없는 일. 그래서 가짜를 만들어 묘한 배덕감을 맛보게 한 상품이다.
긴키대학의 기요시마 히데키 명예교수는 “최근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이런 상품이 늘고 있다”며 “특히 SNS에서 유행 중”이라고 밝혔다. 진짜 나쁜 건 아니고, 이를테면 안전한 배덕감이다. 아이들의 장난에 가깝다고도 할 수 있다. 그래서 “그 장난을 모두와 공유하고 싶어 하며 보는 사람도 왠지 쾌감이 느껴지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일종의 재미난 화젯거리인 셈이다.
실제로 장난감을 만져본 기요시마 교수는 “굉장히 재미있다. 중독성도 상당하다”며 “기분이 좋아지는 동시에 조금 죄책감이 드는 면도 있다”고 전했다. 그는 “평소 맛볼 수 없는 쾌락, 맛있는 음식을 먹음으로써 스트레스를 발산하는 것은 어쩌면 답답한 코로나 시대를 즐겁게 보내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지 모른다”는 소견을 더했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