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산 상대 전적 최정 26승 6패 압도적, 최근 성적 3연승 오유진 우위…전문가 예상도 엇갈려
1월 8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 K바둑스튜디오에서 열린 2021 호반 여자최고기사결정전 본선리그 최종국에서 오유진 9단이 조승아 5단에게 200수 만에 백 불계승을 거뒀다. 이로써 리그 전적 5승 2패를 기록한 오유진 9단은 6승 1패의 최정 9단에 이어 2위를 확정, 결승5번기에 합류했다. 최정과 오유진은 여자국수전, 여자기성전에 이어 또 다시 결승 대결을 펼치게 됐다.
#최정·오유진 결승 진출
2021년 신설된 호반 여자최고기사 결정전은 여자 기전으로는 처음으로 토너먼트가 아닌 본선 리그제를 채택해 큰 관심을 모았다. 호반배는 41명이 참가한 예선을 거친 4명, 시드 3명과 와일드카드 1명이 합류한 본선리그를 거쳐 본선 1, 2위가 결승5번기로 초대 우승자를 가리는 방식을 채택했다.
흥행에도 성공했다. 현재 여자바둑을 대표하는 최정 9단, 오유진 9단, 조승아 4단이 마지막까지 결승진출권을 놓고 치열한 각축전을 펼쳐 팬들의 눈을 잡아끌었다. 최정이 1월 4일 열린 이민진 9단과의 마지막 대국에서 승리하며 6승 1패로 먼저 결승진출권을 가져가자, 팬들의 관심은 이제 4승 2패 동률로 마지막 대결을 앞두고 있는 오유진과 조승아의 대결로 집중됐다.
최종국은 중반까지 흑을 든 조승아가 약간 유리한 국면이었으나, 상변 패싸움부터 번진 전투 도중 조승아의 방향착오가 등장하면서 결승진출권은 오유진의 차지가 됐다. 조승아로서는 아쉬운 결과다. 본선리그 첫 판에서 최정을 꺾는 등 3연승을 질주했으나 막판 3패를 당하면서 차기대회 시드마저 놓쳐버리고 말았다. 조승아는 김채영 7단과 리그전적 4승 3패로 동률을 이뤘지만 승자승 원칙에 의해 김채영이 3위, 조승아가 4위를 기록했다(3위까지 시드).
한편 오유진은 조승아에게 승리, 최근 3연패를 끊어내면서 상대전적 8승 5패로 한발 더 달아났다.
#일곱 번째 결승 맞대결
우승컵을 놓고 결승5번기를 벌일 최정과 오유진은 이번이 통산 일곱 번째 결승 맞대결이다. 그동안의 결승전은 최정이 4승 2패로 앞섰다. 통산 상대 전적에서도 최정이 26승 6패, 압도적 우위에 있다. 하지만 2021년 성적만 놓고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오히려 오유진이 우위를 점하고 있다.
오유진은 지난 11월 치러진 26기 여자국수전 결승에서 2-1로 승리하며 처음으로 최정을 꺾고 우승했다. 이어 12월 열린 제5기 여자기성전에서도 2-0 완승을 거두고 2연속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2021년 최정과의 맞대결에서 4승 3패로 앞서는 등 3연승 중인 오유진은 연말 바둑대상 시상식에서 최정을 제치고 여자기사상을 차지하기도 했다.
최정은 호반배 결승 진출을 확정 지은 후 가진 인터뷰에서 “오유진 9단에게 진 빚이 많아 이번에 갚았으면 좋겠다. 가능하다면 한 판도 지고 싶지 않다”며 설욕 의지를 불태웠다. 이에 대해 오유진은 “최정 9단과 다시 결승에서 만나게 돼 기쁘지만 결승5번기는 처음이라 낯설다. 체력 관리를 잘해야 할 것 같다. 1패도 하고 싶지 않다는 최정 9단의 인터뷰를 봤다. 하지만 나도 쉽게 승리를 내주고 싶진 않다”며 호락호락 물러날 뜻이 없음을 밝혔다.
전문가들의 예상은 엇갈린다. “2021년 말 최정 9단의 연패는 대국 일정이 빡빡해 그런 것일 뿐 최정의 한 수 위 기량은 여전하다”는 쪽이 있는가 하면 “한두 번의 승리라면 이변으로 치부하겠지만 최근 둘 간의 바둑 내용을 살펴보면 오유진이 절대 최정에게 밀리지 않는다”면서 “제한시간 2시간의 결승5번기도 두 살 어린 오유진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며 오유진의 우세를 점치는 쪽도 많다.
2021 호반 여자최고기사 결정전 결승5번기는 1월 17∼18일, 21일, 28∼29일 K바둑 스튜디오에서 열린다. 우승상금은 3000만 원, 준우승 상금은 1000만 원이다.
[승부처 돋보기] 상변 패싸움 조승아의 실수
2021 호반 여자최고기사 결정전 본선리그 최종국 ● 조승아 5단 ○ 오유진 9단, 200수 끝 백 불계승
[장면도] 흑의 패착, 그렇다면?
지금 상변 흑 전체의 생사가 걸려있는 패싸움이 벌어진 장면. 백은 일단 2로 꼬부려 좌변 백을 살리면서 좌변 흑을 위협하고 나왔는데 여기서 흑3으로 백 한 점을 끊어잡은 것이 패착이 됐다.
[실전진행] 흑, 비세
계속해서 백1로 패를 따냈을 때 흑은 2에 두어 사는 것으로 타협했지만, 일단 백3이 선수라는 게 아프다. 흑4를 기다려 계속해서 백7의 삭감을 먼저 당해서는 흑이 어려운 국면이 됐다.
[참고도1] 패를 계속 했어야
따라서 흑은 백1에 A로 잡지 않고 2로 단수 쳐서 패싸움을 계속하는 것이 좋았다. 상변 흑은 살자는 자체 팻감이 많아 잡힐 돌이 아니었던 것. 이랬으면 피차 어려운 바둑이었다.
[참고도2] 흑, 찬스를 놓치다
돌이켜보면 흑은 초반 상변에서 승기를 잡을 기회가 있었다. 백1은 방향착오. 좌상 흑에 위협이 되지 못한다. 여기서 흑은 2로 두어 상변 백 2점을 가둬두는 게 좋았다. 백3은 흑4로 살지 못한다. 실전은 흑이 A로 욕심을 부렸는데 백2점이 살아가면서 어지러운 바둑이 됐던 것.
유경춘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