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열차에서 태블릿으로 업무 시작…고령화에도 20대 직원 60% ‘통근개혁 효과’
일본 이와테 현에 있는 건설회사 ‘오다시마’. 차량 한 대가 도착하더니, 사원 4명이 함께 내린다. 정시 출근 시간은 8시. 30분이나 늦었음에도 불구하고, 모두들 서두르는 기색이 없다. 오히려 직원들은 “이미 근무를 시작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한 직원은 “출근하는 차 안에서 태블릿으로 메일 업무를 봤다”면서 “규정상 통근시간도 근무시간이 된다”고 설명했다.
NHK에 따르면 “이 회사의 파격적인 통근개혁은 오다시마 나오키 사장(57)의 아이디어였다”고 한다. 회사가 위치해 있는 이와테 현은 혼슈에서도 가장 면적이 넓은 지역으로 알려졌다. 자가용을 타고 장시간을 투자해 출퇴근하는 사원들도 많다.
이와 관련, 오다시마 사장은 “젊은 사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이와테가 왜 도쿄를 이길 수 없는지를 고민했을 때 출근 사정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고 전했다. 자가용으로 출근하는 시간은 생산성이 제로다. “효율적으로 시간을 활용하는 법을 모색하다가 ‘통근개혁’에 이르게 됐다”는 설명이다.
본래라면 정시 출근은 오전 8시, 퇴근은 오후 5시 20분이다. 사원들은 출근에 늦지 않기 위해 새벽같이 나와 각각 자가용 등으로 출근. 그리고 종업시간이 지나서야 퇴근할 수 있었다. 그러나 새로운 제도에서는 자가용 대신, 회사차로 합승해 출근을 하거나 열차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방법을 권장한다.
아울러 통근 중에 태블릿이나 스마트폰을 사용해 서류 정리 및 메일 회신 등의 업무를 하면 근무 개시로 간주한다. 요컨대, 근무시간에서 통근시간이 공제되기 때문에 그만큼 직원들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개인시간이 늘어나는 셈이다.
홍보팀에 근무하는 마리 씨는 이 제도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예전이라면 새벽 6시 반경에 자택을 출발, 자가용으로 1시간 이상을 달려 출근해야만 했다. 하지만 지금은 오전 7시 50분쯤 집을 나선다. 이후엔 열차와 버스로 환승해 출근하고 있다.
마리 씨는 “열차 내에서 태블릿으로 SNS에 게재할 홍보 동영상을 확인하거나 자료 작성, 때로는 상사와 메일을 주고 받는다”고 전했다. “열차 안이라 집중이 안 되는 것도 아니고, 태블릿이 있으면 일에 제한이 거의 없기 때문에 업무 양은 기존과 동일하다”고 한다. 그는 “사무실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과 통근 중에도 할 수 있는 일을 제대로 나누어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퇴근은 종업 1시간 전인 오후 4시 10분쯤 회사에서 나온다. 마리 씨는 “오후 6시 전에 보육원에 있는 아들을 데리러 갈 수 있게 됐다”면서 “아침저녁으로 분주했던 예전과 달리 마음의 여유가 생겨 업무에도 더욱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통근개혁 이후 일과 생활의 균형이 맞춰진 것 같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건설회사 ‘오다시마’의 사원 수는 164명이다. 이 중에서 20대는 102명으로, 전체 직원의 60% 이상을 차지한다. 고령화가 진행돼 일손 부족이 심각한 건설업계에서 지극히 이례적인 사원 구성이다. 이에 대해 NHK는 “오다시마 사장은 사원들과 커뮤니케이션을 거듭해 일하는 방식을 개혁하고 있다”면서 “이것이 사원들의 동기부여와 실적향상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일손 부족이 심각한 지방에서 ‘선택되는 회사’, ‘살아남는 회사’가 되는 힌트가 여기에 있는 것 같다”는 분석이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