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 실현 어려운 전세렌터카로 거액 편취…원금 상환할 의사도 능력도 없다” 이영훈 대표 11년 중형
원카는 시작부터 큰 주목을 받았지만 결국 대형 사기극으로 끝났다. 일요신문은 ‘차도 전세로 타라더니…차 값 먹튀 ‘원카’ 사기극 전말’ 기사(1455호)를 통해 그 실체를 보도한 바 있다. 2022년 1월 14일 원카를 둘러싼 1심 선고가 나왔다. 일요신문은 판결문을 통해 이영훈 원카 대표의 행적을 들여다봤다.
원카는 “내 차처럼 실컷 타다가 처음 차 값 그대로 돌려받는 차량 서비스 어디 없나요?”라는 광고 문구를 들고 나왔다. 감가상각이 큰 차는 4년이면 중고차 시장에서 반값 이하로 떨어지기도 한다. 원카는 이를 차량 4대를 동시에 출고하는 방법으로 해결하겠다고 했다.
구체적으로는 고객에게 차량 1대 값을 전세대금처럼 받은 뒤, 그 돈으로 차량 4대를 할부로 구매한다. 이영훈 원카 대표는 고객에게 차량 1대를 지급하고 나머지 3대로 장기렌트, 단기렌트, 보험대차 등 영업을 하면 차량 4대에 대한 할부 대금을 납입하고, 감가상각 손실도 초월하는 이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보증금 가운데 60% 상당액은 보증보험 또는 은행을 통해 지급보증서를 발급해주고 40% 상당액은 고객에게 인도된 차량에 고객 명의로 2순위 근저당권을 설정해주기 때문에 고객 보증금을 안전하게 보장할 수 있다고 홍보했다. 60%는 은행에서 보증해주고, 타던 중고차를 팔면 40%는 회수할 수 있다는 얘기였다.
이 대표는 원카를 앞으로 유망한 사업이라고 홍보하면서 본부장은 영업 보증금 명목으로 1억 원, 지점장은 5000만 원을 받고 영업권을 줬다. 이 대표는 “본부장에게는 전세렌터카 차량 가격의 12%를, 지점장에게는 10%를 수수료로 지급해주겠다”면서 “계약 기간이 끝나면 보증금은 반환해주겠다”고 말했다. 원카는 전국에 190여 개 본부와 지점을 두는 등 사업을 확장했다. 문제는 2019년 8월 은행 지급보증이 나오지 않으면서다. 지급보증이 나오지 않았지만, 영업사원은 이를 숨기고 계약을 진행했다.
2019년 연말로 갈수록 문제는 계속 터졌다. 지급보증이 나오지 않아 계약을 해지한 A 씨는 계약금 2000만 원을 돌려받지 못했다. B 씨는 차 값 전액을 원카에 넣었지만, 차량을 받지 못해 차 값 전액을 날렸다. 2020년 4월 이 대표는 잠적했다. 결국 이 대표는 도주 4개월 만인 2020년 8월 12일 서울 강동구의 도로에서 잠복 중이던 경찰에게 붙잡혔다.
판결문에 따르면 이 대표의 범죄 사실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전세렌터카 사업 자체의 문제를 비롯해 △사모사채(회사가 한정된 투자자에게 발행하는 채권) 및 사모전환사채 사기 △전세렌터카 계약 고객에 대한 사기 △본부장 및 지점장에 대한 사기 △횡령 △사문서 위조 및 위조 사문서 행사 △직원 퇴직금 미지급 등 근로기준법 위반 등이다.
전세렌터카 사업의 문제는 일반적으로 알려진 바와 비슷하다. 그런데 사모사채 및 사모전환사채 관련 사기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다. 판결문에 따르면 이 대표는 피해자들에게 원카 보증 사모사채를 인수하면 대출 기간 2년 동안 7%의 이자를 지급하겠다고 거짓말해 투자금을 모았다. 사모사채는 일반적으로 50인 미만으로 모집해야 하지만 이 대표는 88명에게 약 28억 원을 편취했다.
원카는 본부장, 지점장, 영업사원 등에게 보증금의 7~12% 영업수수료를 지급해야 하므로 적자가 누적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더군다나 금융기관 지급보증을 받기 위해서는 지급보증액의 80% 이상을 예치해야 한다. 법원은 원카가 원금을 상환할 의사나 능력이 없다고 봤다.
이 대표는 지점장 등에게 “차량 보증금 전액 100% 보장한다”고 홍보하도록 해 피해자 220여 명에게 약 42억 원을 편취했다. 본부장과 지점장들은 피해를 양산하는 데 일조했지만, 이들도 금전적으로 피해를 봤다고 보인다. 법원은 이 대표가 2018년 7월부터 2019년 11월까지 본부장 등을 속여 영업 보증금 명목으로 184명에게 약 105억 원을 편취했다고 봤다.
2018년 원카는 전세렌터카 상품을 판매하고 이렇게 받은 보증금으로 협약이 돼 있는 캐피탈사나 렌터카 업체에서 4배로 출고하는 구조를 짰다. 하지만 당초 홍보한 협력사들은 별다른 자본금이나 매출 실적이 없었다. 총 4대 차량을 할부로 구매할 수 있는 정도의 여신 한도를 보유하고 있지 않았다. 80% 금액을 예치해야 지급보증이 나오기 때문에 본부장 등에게 지급되는 영업 수수료 약 10%를 떼고 나면 사실상 1대 출고만 가능했다.
2019년 4월 업무 협약을 맺었다고 한 협력사들의 여신 한도가 소진돼 차량을 할부로 구매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자 또 다른 렌터카 업체를 인수해 차량 구매를 담당하도록 했다. 그런데도 이 대표는 여전히 기존 협력사 이름으로 된 전세렌터카 보증계약서를 출력했다. 이렇게 위조된 사문서가 계약에 사용돼 고객들은 기존 홍보한 협력사와 계약을 맺은 줄 알게 됐다. 법원은 이렇게 이 대표의 사문서 위조와 위조 사문서 행사 혐의를 인정했다.
법원은 상세하게 이영훈 대표의 횡령과 도박 내용을 밝혔다. 판결문에 따르면 2018년 7월 5일 이 대표는 원카 사무실에서 자금관리업무 담당자에게 지시해 회사 계좌에서 자신의 계좌로 2540만 원을 이체 받아 도박 자금 등으로 사용했다. 사람들의 추측보다 훨씬 오래전인 사업 시작 시기부터 도박에 손댄 것이다.
이렇게 2018년 7월부터 2019년 12월 말까지 총 109회에 걸쳐 107억 원을 자신의 계좌로 이체해 도박 자금으로 사용했다. 또한 법원은 이 대표가 상시 근로자 35명을 사용하는 경영자였지만 임금과 퇴직금 수천만 원을 미지급한 사실도 지적했다.
법원은 이 대표에게 징역 11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법원은 “전세렌터카는 실제로는 수익 실현이 매우 어려운 근본적인 문제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객들에게 보증금을 100% 반환할 수 있고,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신사업임을 내세워 거액을 편취한 사안이다”라고 규정하면서 “사기 피해 금액은 합계 177억 원 상당이고 횡령 범행 이득액 또한 107억 원 상당으로 피해의 규모가 막대하다. 횡령 금액 대부분은 스포츠토토, 프로토 등 도박 자금으로 소비해 피해 회복이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여 죄질이 좋지 않다”고 했다.
이어 법원은 “횡령 범행 피해액 가운데 약 24억 원은 원카 계좌로 재입금됐고, 사기 범행으로 인한 피해 중 일부는 지급보증 또는 차량 명의 이전 방법으로 일부 회복된 것으로 보이고, 이 대표가 내세운 전세렌터카 사업의 실체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죄질이 좋지 않아 일반적인 형량보다 몇 년 더 나온 듯하다. 재판부는 처음부터 되지도 않는 사업으로 사람들을 속여 그 돈을 대부분 도박 자금으로 사용했고 수사망이 좁혀오자 도주해 버린 행동 등을 비춰 볼 때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본 것 같다”고 설명했다.
피해자 최 아무개 씨는 “입금한 돈을 하나도 돌려받지 못했다. 그나마 형량이 10년 이상 나와서 속이라도 후련할 뿐이다”라면서 “2심에서 감형이 없길 바라고 있다”고 일갈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