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500년 전통 축제 “잔혹행위 그만두라” “화상 입은 말 없다” 공방
축제의 분위기는 말이나 당나귀, 또는 노새를 탄 사람들이 불길에 휩싸인 나뭇가지 더미를 통과하는 종교적 의식에서 절정에 이른다. 북소리와 백파이프 연주에 맞춰 불구덩이 속으로 말을 끌고 돌진하는 모습을 보면 간담이 서늘해지게 마련.
불길을 뚫고 통과하는 이유는 이렇게 하면 성 안토니오의 축복을 받은 동물들이 정화되고 1년 내내 질병에 걸리지 않는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런 까닭에 위험천만해 보이는 이 독특한 전통은 500년 넘게 이어져오며 지역의 자랑거리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비난도 적지 않다. 엄연한 동물학대라고 반대하고 있는 동물보호 운동가들은 당장 위험한 쇼를 그만둘 것을 촉구하고 있다. ‘정의 및 동물보호관측소’의 후안 이그나치오 콘디나는 “동물들이 자신들의 본성에 반하여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 놓이게 하는 건 부당하다. 21세기에 이런 전통은 구시대적이다. 이런 잔혹 행위를 정당화할 만한 미신이나 믿음은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런 비난에 대해 주민들은 동물들이 화상을 입지 않도록 털을 짧게 잘라주는 등 충분히 예방 조치를 하고 있기 때문에 불구덩이에 뛰어드는 동안 말들이 다치는 경우는 없다고 항변한다. 산 바르톨로메 데 피나레스 시장 역시 “수의사들이 축제 이후 말들의 건강 상태를 살핀 결과, 화상을 입은 흔적이나 다른 어떤 부상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또 한 가지 문제는 ‘라스 루미나리아스’가 최근 몇 년 동안 너무 관광상품화된 나머지 점점 과격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전에는 불을 밝히던 관목과 소나무 가지가 훨씬 적었기 때문에 불길도 작았지만, 요즘은 트럭으로 대량의 땔감을 옮겨와 불을 지피는 통에 불길이 훨씬 더 커졌다. 이에 동물들이 불길을 뚫고 돌진하는 것보다는 작은 불꽃 위를 걷는 옛날 방식을 그리워하는 현지 주민들도 많다. 출처 ‘아더티센트럴’.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