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재산·수익 인증 거짓, 투자·강의 명목 160억대 뜯었지만 주식으로 빚더미…1심 징역 8년 선고
판결문에 따르면 이 씨는 2015년 3월부터 인스타그램에 주식투자로 하루에 수백만 원에서 많게는 수천만 원의 수익을 인증하는 사진과 주식 잔고증명서를 캡처한 사진을 올렸다. 이 씨는 주식 종목의 최저점에서 매수해 최고점에서 매도한 사진을 올리고, 이 수익으로 얻은 고급 스포츠카와 명품 등으로 자신을 과시했다. 특히 이 씨는 자신이 소위 작전 세력인 ‘부띠끄’ 출신이라는 글도 올린 바 있다.
이 씨는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대유행) 상황에서 대구 지역 의료기관 등에 방호복과 마스크 등을 기부한 사진들을 게시해 대중들 사이에서 명성을 키웠다. 이 씨는 인스타그램 팔로어 약 2만 6000명이 될 정도로 인지도가 높아졌고, 스캘핑(단타) 초고수, 주식하는 인스타 아줌마(인줌마) 등으로 알려졌다.
판결문에 따르면 사기는 2017년 2월 본격화됐다. 이 씨는 피해자 A 씨에게 전화해 “나는 초단타로 국내에서 다섯 손가락에 들어가는 고수인데, 주식 차트를 보면 언제 시세가 올라가고 내려갈지 알기 때문에 확실히 수익을 낼 수가 있다. 가지고 있는 돈도 많아서 물타기를 할 수도 있으니 손해를 볼 일이 없다. 그러니 나에게 돈을 맡기면 월 7~10%의 수익을 고정적으로 지급해주고, 원금은 언제든지 원할 때 돌려주겠다”고 거짓말을 했다.
이런 말과 달리 이 씨의 당시 상황은 최악이었다. 이 씨는 2017년 1월부터 약 1억 9000만 원 상당의 미수금으로 주식을 매수했지만, 이 대금도 제때 지급하지 못해 이자를 연체하고 있었다. 당시 이 씨는 신용카드 대금, 아파트 관리비, 은행권 대출 이자에 심지어 자동차 담보 대출을 받은 돈의 이자까지 연체되고 있었다. 법원은 이 씨가 투자금을 받더라도 다른 투자자들의 원금 및 수익에 돌려막을 생각이었을 뿐 피해자의 원금 및 수익을 약속한 시기에 지급할 의사나 능력이 없다고 봤다.
이 씨의 주식 잔고증명서나 주식 수익인증 캡처 사진 등은 모두 앱(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조작한 것이었다. 수십억 원 주식 잔고는 그 실체가 없었고, 부띠끄 회사에 근무한 사실도 없었다. 심지어 이 씨는 자신이 근무했다는 부띠끄 소속 일명 ‘한 부장’과 대화한 내용도 보여줬는데 이 대화 내용도 앱을 통해 만들어낸 것이었다.
이 씨는 인스타그램에 높은 수익을 낸 사진을 올리고, 이를 보고 접근한 사람들에게 투자금을 받아 돌려막기(폰지) 사기를 계속했다. 피해자마다 수익도 월 2~5%부터 월 7~10%까지 다양하게 제시했다. 이 씨는 이런 방법으로 피해자 7명으로부터 약 118억 원 거액 사기를 쳤고, 피해자 36명으로부터는 약 41억 원을 받아냈다.
이 씨는 이렇게 얻은 명성으로 고액 주식 강의를 계획했다. 2021년 3월 이 씨는 ‘주식 강의를 하면 어떨까’라고 글을 게시했다. 앞서 말했듯 이 씨는 앱으로 조작한 사진 외에 수익을 낸 사실이 거의 없었다. 부띠끄 회사 근무 경력도 없었다. 이때도 이 씨는 주식투자 및 해외선물 투자를 통해 손해가 발생하고 있어서 수강생들에게 주식 거래를 통해 수익을 얻는 방법을 알려줄 능력이 없었다. 하지만 이 씨는 이런 강의를 통해 154명으로부터 1인당 330만 원씩 총 5억 800만 원을 받았다.
이 씨는 법원에 “모든 피해자에게 원금 및 확정 수익금 보장을 약속한 것은 아니다. 이 씨가 인스타그램에 주식 투자 수익 등을 조작하여 게시한 것은 사실이나 해당 게시물을 기망의 수단으로 사용한 바 없다”면서 “이 씨는 주식 투자로 수익을 내 피해자들에게 약속한 수익금을 지급할 의사와 능력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또한 수강료 편취 사기에 대해서도 이 씨 측은 “실제로 주식 투자에 도움이 되는 유용한 강의를 하였으므로 수강료를 편취한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법원은 이에 대해 주식 투자 능력에 대해 기망한 점 등을 들어 이 씨 주장을 근거 없다고 봤다. 판결문에 따르면 이 씨는 2017년 1월 1일부터 2021년 7월 27일까지 주식거래를 통해 약 25억 원의 손실, 선물 거래를 통해 약 17억 원 손실을 봤다. 이 씨가 이 기간에 거래를 통해 날린 손실만 약 42억 원이었다. 이 씨는 손실을 보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피해자들로부터 받은 투자금으로 고급 차량, 명품, 보석 등을 구입해 주식 투자로 큰 부를 이룬 것처럼 과시했다.
또한 이 씨가 전문 트레이더로 활동한 바 없음에도 인스타그램에 ‘현역 때 모니터 3개에 차트 12개를 돌리며 스캘핑을 했다’, ‘12년 동안, 이 바닥에 있고 현역 때 부띠끄나 VIP 관리도 해보았다’는 글을 게시했다. 이 씨는 피해자들에게도 “고정적인 수익이 월에 10% 내외면 나쁘진 않은 수익이다. 내가 가이드 쳐주는 매매라 8~10% 보장이다. 8% 밑으론 나와 본 역사가 없다” 등의 얘기를 했다. 법원은 이 씨의 이런 말과 행동 모두 상대를 기망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본 셈이다.
이 씨는 기존 투자자들에게 투자 원리금을 반환하기 위해 점차 고율의 수익금 지급을 약정했다. 일 1% 내지 주 10%의 수익률을 약정하면서 신규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법원은 이 같은 방식으로는 반환해야 할 원리금이 지속적으로 늘어나 어느 순간 지급불능 상태가 올 수밖에 없다고 봤다.
수강료에 대해서도 법원은 이 씨가 수년 동안 큰 손실을 보았음에도 조작된 사진을 올렸다는 점을 중요하게 봤다. 주식 투자 강의를 수강하는 결정적인 요소는 강사의 주식 투자 능력과 전문성이다. 법원은 만약 수강생들이 이 씨 실제 거래 내역을 봤다면 5시간짜리 강의에 330만 원을 내고 수강하지 않았을 것으로 판단했다.
법원은 이 씨가 피해자의 지인에게도 투자를 유치하도록 해 피해를 확대했고, 다수의 피해자는 이 씨의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징역 8년을 선고했다. 특히 법원은 이 씨가 법정에서도 사기 범행을 부인하며 자신의 잘못에 대한 진지한 반성의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을 들어 엄중한 형의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검찰과 이 씨 모두 2월 17일 상소해 곧 항소심이 열릴 예정이다. 피해자 B 씨는 “대부분의 돈을 찾을 수 없는 상황에서 이 씨는 죄를 부인하고 있어 엄벌밖에는 바라는 게 없다”면서 “항소심에서 더 큰 형이 나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