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명 중 27명 1주택자로…매각 의무 9명 여전히 다주택 이유는 제각각, 이 중 셋은 제명·탈당
총선 압승 1년 후 이들 중 25명은 주택을 매각해 ‘1주택자’가 됐고, 15명은 여전히 다주택자였다. 그로부터 다시 1년이 지나 약속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일요신문 분석 결과 민주당 계열 다주택자 15명 중 지난 1년간 주택을 처분해 1주택자가 된 의원은 단 2명뿐이었다.
민주당 총선기획단은 2020년 1월 4·15 총선 공천 과정에서 지역구 출마 후보자 253명에게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 내 2주택 이상을 보유한 후보자는 당선 2년 이내 실거주 주택 1채를 제외한 주택을 매각한다”는 ‘부동산 매각 서약서’를 받았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및 국회공직자 정기재산변동신고 공개목록 등에 따르면 4월 총선 기준으로 민주당 소속 및 민주당 계열 의원 177명 중 본인과 배우자 명의로 다주택을 보유한 의원은 40명이었다. 22.6%의 비율이다. 이 중 2020년 6·17 부동산 대책 이후 적용된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 내 주택을 2채 이상 보유한 의원이 21명, 이외 지역에 주택을 가진 의원은 19명이었다.
총선 이후 1년 동안 25명 의원들이 실거주 외 주택을 처분해 ‘1주택자’됐다.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 내 보유 의원이 10명, 아닌 곳 보유 의원이 15명이 주택을 매각했다(관련기사 ‘매각 서약’ 1년, 민주당 다주택 의원 15명 아직도 ‘무소식’). 다시 1년이 지나 약속한 시간이 다가왔다.
#임종성, 지역구 대신 강남 주택 선택 1주택자로
2021년 4월 기준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 내 주택 2채 이상 보유한 의원은 이상민 임종성(3채) 서영교 윤관석 박찬대 김홍걸 김회재 양정숙 양향자 윤준병 이성만 의원(2채) 등 11명이었다. 이들 중 1년 사이 주택을 처분해 ‘1주택’이 된 의원은 임종성 김회재 의원 두 명뿐이었다.
재선의 임종성 의원은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와 경기 광주시 오포읍에 단독주택, 경기 하남시 덕풍동의 단독주택, 서울 방이동 복합건물 등 4채로 민주당 의원 중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에 가장 많은 주택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총선 이후 1년 동안은 한 채도 매각하지 않고, 방이동의 복합건물만 근린생활시설로 용도변경돼 주택이 3채로 줄어들었다. 하지만 지난 1년 사이 광주시 단독주택과 하남시 단독주택을 처분해 1주택자가 됐다. 지역구인 광주의 주택 대신 서울 강남의 은마아파트를 택했다.
초선 김회재 의원의 경우 지역구는 여수을이지만, 서울 잠실동과 서빙고동에 아파트를 한 채씩 소유하고 있다. 1년 사이 잠실동의 아파트를 매도하면서 다주택자 명단에서 제외됐다.
나머지 9명의 의원들은 여전히 다주택 문제를 해결하지 않았다. 5선 중진이자 ‘미스터 쓴소리’로 불리는 이상민 의원은 대전 유성구에 아파트 2채, 경기 화성시 반송동에 복합건물 등 총 3채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2020년 총선 이후 2년 동안 변동 없이 매각하지 않고 있다. 이 의원 측은 “아파트 1채는 이 의원 모친이 거주하고, 복합건물은 매물로 내놨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3선 서영교 의원은 지역구인 서울시 중랑구에 아파트와 단독주택을 한 채씩 보유하고 있다. 다만 앞서 재산 신고에서 서 의원은 단독주택에 시댁이 거주 중이라고 밝혔다.
윤관석 의원은 본인 명의로 지역구인 인천 남동구에 아파트를, 배우자 명의로 서울 삼성동에 복합건물을 한 채씩 신고해 당의 방침에도 여전히 처분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윤 의원 측은 “의원 배우자의 형제들이 지분상속을 받은 것이다. 이 중 지하 사무소만 소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홍근 원내대표 체제에서 원내정책수석부대표에 선임된 박찬대 의원도 지역구인 인천 연수구에 연립주택과 서구 청라의 아파트를 갖고 있어 2주택자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박찬대 의원 측 관계자는 “청라의 아파트에 전세 입주민이 살고 있다. 입주민이 임대차3법에 따라 전세권을 연장했다. 그렇다고 입주민을 내보내기 위해 지역구를 버리고 아파트에 들어가 처분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라며 “현재 입주민의 전세권이 끝나는 대로 매각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성만 의원은 배우자 명의로 지역구인 인천 부평구에 아파트, 연수구에 오피스텔을 한 채씩 보유하고 있다. 이 의원 측은 “오피스텔 1채는 주거용으로 신고했다가 상업용으로 바꿨다”고 해명했다.
정읍시 고창군에 지역구를 두고 있는 윤준병 의원 역시 서울 종로구 연립주택과 마포구에 오피스텔을 각각 한 채씩 보유하고 있다. 당초 윤 의원 측 관계자는 “마포구 오피스텔은 업무용으로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당에 소명이 돼 주택 처분 방침 해당사항이 안 된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어 최근 “올해 2월 한 채를 팔았다. 하지만 (재산등록) 공보에 넣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성만 윤준병 의원은 다음 재산공개 때 확인이 되면 다주택자 명단에서 빠질 것으로 보인다.
김홍걸 양정숙 양향자 의원 등 민주당 소속이었다가 제명·탈당해 무소속 신분인 의원들도 여전히 ‘다주택자’로 이름을 올리고 있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 3남’ 김홍걸 의원은 부동산 투기 의혹 등으로 민주당에서 제명돼 무소속 신분이다. 김홍걸 의원은 보유 주택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 부부가 생전 머물던 서울 동교동 사저와 강남구 일원동 아파트, 서초구 반포동 아파트 등 3채를 신고했다. 이후 강동구 고덕동의 아파트 분양권이 누락됐던 게 추가로 발견됐다. 이에 김 의원은 공직선거법 위반(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법원에서 80만 원 벌금형을 선고 받았다.
다주택 문제 해결 요구가 이어지자 김 의원은 지난해 고덕동 아파트 분양권은 매도하고, 일원동의 아파트는 차남에게 증여하는 방식으로 2채를 처분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2채는 보유하고 있다. 한 채는 김 의원이 실거주 중인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아파트고, 다른 한 채는 동교동 사저다.
동교동 사저는 ‘김대중·이희호 기념사업회’의 기념관으로 사용하기 위해 갖고 있는 중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 측 관계자는 “동교동 사저는 기념관을 위해 용도가 바뀌어 내부 준비는 끝났다. 하지만 정부나 서울시 등에서 관심을 가져줘야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고 전했다.
양정숙 의원은 총선 과정에서 서울 대치동 선경아파트, 서초동 삼풍아파트와 래미안스위트를 소유하고 있다고 신고해 논란이 일었다. 또한 부동산실명제 위반 등 혐의까지 불거졌다. 이에 양 의원은 서초동 래미안스위트는 매각했지만, 여전히 2주택을 보유하고 있다. 이에 양 의원은 21대 의원 중 강남3구 최다 주택 보유자로 이름을 올렸다.
양향자 의원은 본인 명의로 경기 화성시에 아파트를, 배우자 명의로 경기 수원시 망포동에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는데, 현재까지 별다른 처분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 외 다주택자는?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이 아닌 곳에 주택 2채 이상 보유한 의원들은 서약서에 따라 당선 2년 이내 매각할 의무가 없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와 여당의 1주택 기조에 따라 주택 매각 권고를 받았고, 총선 이후 1년 동안 19명 중 15명이 실거주 외 주택을 처분해 ‘1주택자’가 됐다.
다만 홍영표 이학영 송기헌 정태호 의원은 현재까지도 2주택자에 이름을 올리고 있었다. 4선 중진의 홍영표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인 인천 부평구에 아파트와 고향인 전북 고창군에 단독주택을 각각 보유 중이다.
3선의 이학영 의원 역시 지역구인 경기 군포시에 아파트와 전남 구례군 단독주택을 갖고 있다고 신고했다. 재선의 송기헌 의원은 배우자 명의로 서울 목동 아파트와 지역구인 강원 원주시의 단독주택을 소유하고 있다. 정태호 의원은 서울 신림동 아파트 외에 미국 뉴욕주 포킵시에 단독주택을 갖고 있어 눈길을 끈다.
다주택 보유 의원들에 대한 처분에 대해 민주당 관계자는 “주택 매각에 대한 약속과 처분은 당 지도부가 바뀌어도 이어져야 하는 게 맞다. 하지만 의원 정기재산변동신고 목록 공개 이후 지도부 등에서 아직 공식적인 입장은 없다”면서도 “국민과의 약속인 만큼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1주택에서 무주택으로, 무주택에서 1주택으로
1주택자에서 더 나아가 ‘무주택자’가 된 의원들도 있다. 강선우 의원은 서울 종로구 오피스텔과 고양시 덕양구의 복합건물 총 2채를 보유하고 있다가, 지난해 종로구 오피스텔을 처분한 데 이어 올해 덕양구의 복합건물도 매도했다고 신고했다.
박상혁 의원은 서울 강서구에 아파트와 오피스텔을 보유 중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4월 아파트를 처분한 데 이어 오피스텔까지 매도하면서 이번 정기재산변동신고에서 주택을 소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3선의 김경협 의원은 지역구인 경기 부천시에 본인 명의의 연립주택을 갖고 있어 1주택자였으나, 매도에 따라 소유권을 상실해 ‘무주택자’가 됐다.
무주택자였다가 1주택자가 된 경우도 있었다. 초선의 양이원영 의원은 이번 정기재산변동신고에서 본인과 배우자 공동명의로 서울 종로구에 다세대주택을 신규 매입했다고 기재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