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몸담았던 워싱턴, 놀라움 안겨…헤어질 땐 90도 각도 인사
박효준과는 인연이 없었지만 그가 한국 선수라는 걸 잘 알고 있었던 워싱턴 코치는 박효준의 타격 훈련 때 케이지 옆으로 다가가 박효준에게 말을 걸었다. 그 말이 “이리 와봐”였던 것.
워싱턴 코치는 일찌감치 선수 생활을 접고 스물여섯의 나이에 LA 다저스 루키팀 코치를 시작으로 단계를 밟아 나아가다 샌디에이고 메이저리그 1루 코치를 역임했다. 그 후 수베로 감독의 부름에 한화 이글스에서 코치 생활을 이어갔다.
메이저리그 코치를 맡았던 그가 KBO리그에서 코치 생활을 시작한 이유가 궁금했다. 그는 ‘기회’ 때문이라며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내게는 또 다른 기회, 새로운 기회였다. 야구에서 몇 가지 다른 것들을 배울 수 있는, 그리고 내가 성장할 수 있는 기회였다.”
워싱턴 코치는 KBO리그에서 만난 젊은 선수들 중 한화의 노시환, 정은원, 하주석 등이 재능이 많다고 꼽았고, 키움의 51번 선수(이정후)는 메이저리그에서 뛸 수 있는 실력을 갖췄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한화 시절 선수들에게 스트라이크존으로 들어오는 공을 놓치지 말라는 의미에서 ‘가운데’라는 말을 한국어로 외쳤는데 조만간 컵스 선수들한테도 시행해 볼 계획이라고 귀띔했다.
워싱턴 코치가 한국에서 가장 좋아했던 간식은 ‘새콤달콤’이었다고 한다. 경기 중 더그아웃에서 즐겨 먹을 정도였는데 미국에선 ‘새콤달콤’을 먹지 못해 아쉽다는 말도 덧붙였다.
인터뷰를 마치고 헤어지기 전 모자를 벗고 90도 각도로 허리를 굽혀 인사하고 떠난 워싱턴 코치. 한국의 다양한 문화에 푹 빠져 지냈다는 그는 비시즌에 한국을 방문할 계획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샌디에이고=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