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고 조양호 전 회장의 사업체, 처음부터 조세 회피를 위한 수단에 불과”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부장 이정희)는 3일 고(故)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의 아내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과 자녀 조원태 회장·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조현민 한진 사장이 관할세무서 4곳을 상대로 낸 세금부과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고 밝혔다.
서울지방국세청은 2018년 한진그룹 총수 일가에 대한 세무조사 끝에 같은 해 1월 증여세와 종합소득세 총 140억여 원을 부과했다.
당시 과세 당국은 조 전 회장이 대한항공 면세품 납품을 목적으로 설립한 개인 사업체에 가족을 공동 사업자로 등록해, 회사 수익을 가지급금으로 지급하는 편법 증여가 이뤄졌다고 판단했다. 이 고문과 삼 남매는 과세 처분에 불복했다. 조세심판원에 심판을 청구했다. 그러나 이는 이내 기각됐다.
한진그룹 총수 일가는 지난해 2월 행정소송을 냈다. 이들은 모두가 실질적인 사업자였기 때문에 증여세 처분은 위법하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망인(조 전 회장)은 중개업체의 실질적인 사업자이고 사업체의 이익이 망인에게서 원고에게 이전된 것은 처음부터 조세 회피를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원고들이 중개업체에 높은 출자 지분을 갖고 있는데도 업체의 사업 내용을 모르고 있었고 사업에 관여한 바가 전혀 없었다”며 “망인은 증여세 부담 없이 무상으로 수익을 이전할 목적으로 중개업체를 설립·운영했고 원고들은 이를 용인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박찬웅 기자 roone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