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회장 “대전제 이행될 걸로 믿었다” 한상원 대표 “합의 한 적 없다”…김앤장 쌍방대리 논란까지 점입가경
#“백미당 분사 등 계약 대전제 지켜지리라 믿었다”
지난 6월 21일 오후 2시,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는 남양유업과 한앤코의 계약 불이행 관련 주식양도 소송 7차 변론기일이 열렸다. 앞서 지난해 5월 27일 남양유업은 한앤코에 오너 일가의 지분 53.08% 전부를 3107억 원에 넘기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 주당 가격은 82만 원 수준. 그러나 계약 체결 이후 홍 회장 측이 주식을 넘기지 않자 한앤코는 8월 소송에 이르렀다. 이날은 홍원식 회장과 한상원 대표가 증인으로 각각 오후 2시와 4시에 출석해 주목을 받았다.
홍원식 회장이 주식매매계약 무효를 주장하는 가장 큰 이유는 계약 전 약속한 △남양유업 외식사업부인 백미당 분사 △자녀 임원 예우라는 대전제가 지켜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날 홍 회장은 “가업을 갑자기 매각하는 것이라 아내와 아들에게 죄책감이 있었다”며 거래를 중재한 함춘승 피에이치앤컴퍼니 사장에게 아내 이운경 고문이 총괄했던 백미당은 분사하고 자식에 대한 임원진 예우를 해줄 것을 분명히 전달했다고 밝혔다. 특히 함춘승 사장, 한상원 대표와 함께 처음 만난 자리에서도 이러한 내용에 대한 약속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상원 대표는 서면 혹은 구두로 합의한 적이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한 대표는 “처음 만난 지난해 5월 11일 혹은 그 이후에 (홍 회장, 부인, 아들의 처우에 관해) 약속한 적이 없다. 첫 만남인 11일에는 일절 그러한 이야기가 오가지 않았다. 이후 계약 체결 전 외식사업부 매각에 관한 내용을 확인했지만, 오히려 회장님이 (백미당 분사를) 원하지 않는다고 해 그 이후로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별도 합의서, 고작 저장 시간으로 유효성 입증?
이날 ‘별도 합의서’에 대한 좀 더 구체적인 이야기도 나왔다. 홍원식 회장에 대한 피고 측 변호사 증인 신문에 따르면, 별도 합의서는 주식매매계약 체결일 오전 10시쯤 홍 회장이 남양유업 총무팀장에 작성하라고 지시하며 만들어졌다. 여기에는 한앤코가 남양유업을 인수한 뒤 재매각에 나설 때까지 홍 회장은 고문 계약을 통해 남양유업 15층 사무실을 사용하고 복지를 제공 받는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추후 한앤코가 남양유업 재매각 시 홍 회장이 우선매수권을 가진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홍 회장은 “구두로 얘기한 계약 전제 조건이 잘 이행되는지 확인돼야 최종 날인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계약 체결일 오전 한상원 대표와 통화한 뒤 문서 작성을 지시했다. 이 문서를 박 아무개 김앤장 변호사를 통해 한앤코 쪽에 보냈지만, 박 변호사는 ‘이 문서에 사인할 수 없다더라’고 전했다. 대신 한앤코 쪽에서 고문 위촉 제안서와 확인서를 보내왔고 박 변호사도 다른 대안이 있다고 말했다. 주식매매계약서에 사인하기 찝찝했지만 한 대표와 함춘승 사장을 믿었기에 조건부 사인을 했다. 거래 종결 전까지 (백미당 분사 등이) 해결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고 주장했다
별도 합의서가 있었고 양측이 이 합의서에 동의했다는 사실이 입증되면 재판 향방은 달라질 수 있었다. 주식매매계약서를 뒤집어엎을 만한 증거가 되기 때문이다. 앞서 7일 6차 변론기일에서 홍 회장 측은, 문서가 아닌 카메라로 찍은 별도 합의서 사진 파일을 처음 공개했다. 그러나 날인은 없었다. A 변호사는 “원 계약은 서면 형태로 했는데, 가장 중요하다고 주장하는 전제 조건을 구두로만 했다는 주장은 재판부 입장에선 받아들이기 어렵다. 다만 날인이 없더라도 구두로 이면 계약했음을 입증할 수 있는 녹취나, 별도 합의서를 확인했다는 메일 등도 별도 합의서의 효력을 입증할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남양유업 측은 별도 합의서의 유효성을 입증하지 못했다. 이날 갖고 나온 증거는 별도 합의서가 컴퓨터에 저장된 파일 위치와 시간에 그쳤다. 별도 합의서를 한앤코에 전달했다는 홍 회장 측 주장과 달리 법정에 등장한 한상원 대표는 “아예 본 적이 없다”고 맞섰다. 만약 이메일을 통해서 남양유업이 별도 합의서를 보내 한앤코가 받았다면 기록이 있어야 하지만, 그것조차 제시하지 못했다. 별도 합의서에 담긴 우선매수권 등의 내용은 주식매매계약에 들어가야 되는 내용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대표 측은 “별도 합의서가 있었다면 1년이 넘도록 왜 날인을 요청하지도 않았냐. 별도 합의서가 있다 해도 그토록 중요하다 한 백미당 얘기는 언급도 안 돼 있다”고 했다.
한앤코가 '면피용'으로 먼저 보냈다고 주장하는 (홍 회장과 이운경 씨에 대한) 고문 위촉 제안서와 확인서에 관해서도, 홍 회장 측이 주식매매계약 체결 당일 서면으로 확인해달라며 먼저 요청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 백미당이 속한 외식사업부가 남양유업에 남아있는 걸 전제로 했기 때문에 이 씨에 대한 고문 위촉 제안서를 보낸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상원 대표는 “첫 만남인 11일 이후 가격을 협상하는 과정에서, 거래종결 후 홍 회장과 이 씨를 고문으로 위촉하는 내용은 합의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법조계, 소송 끝까지 갈 것으로 전망
김앤장 법률사무소를 둘러싼 논란도 지속됐다. 홍원식 회장은 “함춘승 사장이 M&A(인수합병) 대가라며 김앤장 변호사를 추천했고 이후 박 변호사가 지정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계약 체결 전까지 한앤코도 대리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했다. 특히 홍 회장 측은 박 변호사와 한앤코의 관계를 물고 늘어졌다.
이에 대해 한상원 대표는 “계약 체결 전 피고들도 김앤장을 선임했다는 사실을 들은 것 같다. 그러나 10년 넘게 이 일을 하며 쌍방 대리로 문제 된 적은 없고 M&A에서 쌍방 대리는 많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김앤장에 사람이 1000명이 넘는다. 자문과 파이어월(방화벽)에 대한 이해 자체가 없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남양유업은 특히 홍 회장 대리와 한앤코 법률 자문을 동시에 맡아 쌍방 대리 논란의 중심에 있는 김앤장 박 변호사의 거짓말을 새롭게 강조하는 모습이다. 계약 당일 백미당 등 전제 조건에 대한 내용이 빠져 있다고 하자 박 변호사가 “오늘 계약서에 날인을 해야 한다. 추후 계약서를 수정할 수 있다”고 했다는 것. 이와 관련 한상원 대표 측은 “그렇게 치면 사기를 친 건데 왜 형사 고발 등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았냐. 무고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냐”고 추궁했다.
남양유업과 한앤코 모두 쉽사리 물러서지 않을 것으로 법조계는 내다보고 있다. 앞서의 A 변호사는 “홍 회장 측 대리를 맡은 LKB앤파트너스나 한 대표를 대리하는 법무법인 화우나 전관 변호사들이 많다. 국내 6~7위쯤 하는 법무법인인데 둘 다 사활을 걸었다고 본다. 결국은 증거 싸움인데, 남양유업이 이기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