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없는 인용 보도와 속보 경쟁이 화근…관심이 돈 되는 유튜브 등 통해 확대·재생산
우리나라의 가짜뉴스 연혁은 깊다. 백제의 서동이 신라의 선화공주를 사모해 지었다는 서동요는 현재 시각으로 보면 가짜뉴스다. 선화공주가 서동과 정분이 났다는 거짓 내용이 담긴 노래(서동요)를 서동이 의도적으로 퍼뜨렸고, 이 내용이 나라 안팎에 퍼지면서 선화공주가 쫓겨나 결국 서동과 혼인을 맺었다는 서사는 현재의 가짜뉴스가 유통되는 구조와 흡사하다.
과거에는 정보가 유통되는 속도가 느리고 플랫폼이 적어 가짜뉴스의 파급력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이었다. 처리해야 할 뉴스 등의 정보는 많은데 플랫폼이 한정적이고 뉴스 제작·유통을 위한 비용이 커 뉴스가 탄생하기까지 높은 기준의 검증 과정을 거쳐야만 했다. 이런 이유로 정보를 생산하고 유통할 수 있는 제작자는 관련 훈련을 거친 언론인이나 관련 정보에 공신력이 있는 전문가 등에 한정됐다.
반면 현대 사회에서는 누구나 적은 비용으로 각종 정보를 생산하고 유통할 수 있다. 인터넷이 발달하고 플랫폼이 다양해지면서 가짜뉴스가 적은 비용으로 빠르게 유통될 수 있는 구조로 변화했다. 그 과정에서 정보의 검증 과정은 생략되거나 부실해졌다. 이 틈을 타 가짜뉴스는 빠르게 증가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우리나라 뉴스의 신뢰도는 현저히 낮아졌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표한 ‘언론인과 디지털괴롭힘’에 따르면 지난해 ‘뉴스 전반에 대해 신뢰한다’는 우리나라 응답률은 32%로 조사 대상 46개국 중 38위를 차지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지금의 가짜뉴스 시작으로 언론이 거론된다. 인터넷 등에 떠돌던 정보가 기사화되면 공신력을 갖는다. 이후 해당 뉴스를 근거로 유튜브, 페이스북, 블로그 등 플랫폼을 통해 가짜뉴스가 확대·재생산 된다.
언론의 가짜뉴스가 빈번한 이유는 따옴표 저널리즘이라 불리는 구조적인 문제가 자리했다. 보도자료, 유명인의 발언, 제보자의 주장 등이 팩트 체크 과정 없이 그대로 기사화되는 경우가 따옴표 저널리즘의 예다. 이렇게 보도되는 뉴스는 오보 확률이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언론사에는 독자의 ‘알권리’를 위한다는 이유로 우선 보도 후 검증하는 분위기가 있다. 여기에 언론사 간 속도 경쟁이 붙으면서 이 같은 구조는 고착화되고 있다. 오세욱 한국언론진흥재단 책임연구위원은 “가짜뉴스는 언론의 책임이 크다고 본다”며 “언론이 정보에 대한 검증 단계를 거친 후 올바른 뉴스를 독자에게 전달하면 상당수 가짜뉴스 문제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유튜브, 페이스북, 블로그 등을 통한 2차 가공 과정에서도 팩트체크는 부실하다. 오히려 더욱 자극적인 해석을 더한 가짜뉴스가 살아남아 큰 힘을 발휘하는 경우가 많다. 선택을 많이 받으면 받을수록 콘텐츠 제작자에게 수익이 돌아가는 구조인 것도 왜곡된 정보를 증폭시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권상희 성균관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과거 가짜뉴스는 데스킹과 인쇄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전혀 근거가 없는 폭로는 아니었다”며 “최근 뉴스를 제작하는 주체가 데스크가 아닌 개인으로 변하면서 없는 사실로 뉴스를 만들기도 하는데, 이 점이 과거와 다르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이어 “최근 ‘어텐션 이코노미’ 시대로 접어들면서 (관심을 끌기 위한) 소설이나 영화처럼 뉴스를 쓰기 위해 근거가 전혀 없는 가짜뉴스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어텐션 이코노미는 사람의 관심이 돈이 되는 시대를 의미한다. 유튜브, 페이스북, 블로그 등 플랫폼의 발달로 누구나 독자의 관심을 끌 수 있으면 충분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구조가 등장하면서 주목받은 용어다.
우려스러운 점은 반론권이 약한 일반인을 대상으로 저격하는 가짜뉴스가 상당하다는 것이다. 실제 유튜버 A 씨의 경우 프랜차이즈의 배달음식을 배달원이 빼먹었다는 의혹을 제기했는데 해당 의혹이 조작한 것으로 밝혀졌다. 소상공인과 해당 프랜차이즈는 이미 피해를 볼 대로 본 후다. 유튜버 B 씨가 방문한 식당에서 주문한 음식에서 이물질이 발견됐다는 의혹을 제기한 후 식당은 영업에 큰 자칠이 생겼고 결국 폐업절차를 밟았다. 하지만 이후 B 씨가 제기한 의혹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됐다.
가장 큰 문제는 가짜뉴스를 근절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이다. 우선 가짜뉴스를 판별하기 어렵다. 사실과 거짓이 섞인 경우 가짜뉴스 여부를 확인하기 힘들다. 그렇다고 가짜뉴스 근절을 위해 강도 높은 규제를 하기도 난감하다.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세욱 책임연구위원은 “허위조작 정보가 사라지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 연구위원은 “누구나 다 자기 주장이 있으며 현재 유튜버 등을 통해 전달되는 정보들도 자기 생각을 전달하는 경우가 많다”며 “정보를 과장·왜곡 전달하는 분들이 있다 해도 이 같은 (허위조작) 정보를 유통하는 의도를 입증하는 것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가짜뉴스를 막으려면 누구보다 언론계의 자정 능력이 절실하고 뉴스를 대하는 국민들의 자세도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