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유럽 주요 노선만 한정적 운항 손님 ‘꽉꽉’…동남아 항공료 저렴하지만 ‘코로나 재유행’ 수요 부족
항공권 가격 비교 사이트를 통해 8월 내 왕복 항공권 가격을 최저가 기준으로 검색해보면, 미국 LA의 경우 날짜에 따라 200만 원대 초반부터 중후반대에 가격이 형성되어 있다. 뉴욕의 경우는 300만 원대 초중반부터 시작한다. 프랑스 파리의 경우는 100만 원대 중반부터 시작하고 영국 런던은 100만 원대 후반부터 200만 원대 초반부터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와 이탈리아 로마, 체코 프라하 등은 100만 원대 중후반부터 항공권을 구할 수 있다.
최저가 검색이라 경유를 기본으로 하고 있어서 직항으로 검색하면 항공료는 훨씬 비싸진다. 직항으로 런던에 가는 항공료는 200만 원대 후반이다. 뉴욕의 경우 직항은 300만 원대 후반부터 400만 원대 초반까지 가격이 올라간다.
코로나19가 엔데믹(풍토병화)으로 넘어가는 과정에 돌입하며 세계적으로 항공 재개가 본격화되고 항공 노선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지만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대유행) 이전과 비교하면 아직 항공 공급이 많이 부족한 상황이다. 특히 우리나라와 주요 도시로는 매일, 각 도시로 주 2~4회 연결됐던 미주 노선의 경우 아직 주요 도시에 한해 한정적으로 운항하는 등 정상화되지 않아 항공료가 많이 올랐다.
항공업 관계자는 “유럽과 미주 등 장거리는 노선 회복이 아직 미비하고 향후에도 단기간에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항공 노선이 급격히 늘어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며 “코로나 전에는 한국에서 미국까지 거의 모든 도시로 연결하는 항공편이 있었지만 현재는 그렇지 않다. 특정 노선만 운항 횟수를 줄여 살아났고 이로 인해 기타 도시로 가는 탑승객은 다시 현지에서 현지 노선으로 갈아타야 해 항공이 뜨는 주요 도시로 여객이 몰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미주나 유럽 항공권은 200만~300만 원을 호가하는 항공료에도 불구하고 탑승률이 높다. 특히 미주 노선의 경우 유학생을 비롯해 비즈니스 수요와 교민 등 늘 뚜렷한 고정 수요가 있어 오가는 비행기가 꽉꽉 찬다. 유럽의 경우는 최근 오일 가격 상승으로 장거리보다는 이동이 활발한 유럽 내 단거리 운항을 더 선호하고 있어 한국과 유럽을 연결하는 외항사 공급도 한참 부족한 형편이다.
게다가 장거리 노선의 경우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운휴했거나 리스를 중단했던 대형 기종을 확보하고 정비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데다 코로나 이후 2년 넘는 기간 동안 인력 이탈이 일어나 파일럿과 객실 승무원 등도 부족한 실정이다.
또한 코로나 재유행 조짐이 보이면 섣불리 노선을 증편할 수도 없다. 항공업 관계자는 “항공사들은 공급을 계속 확대하겠지만 어느 정도 수요에 맞춰 단계적으로 운항할 것이라 한동안 공급 부족 현상은 계속될 것이다. 따라서 항공 요금이 빠른 시일 내에 안정화되긴 어렵다. 특히 장거리 노선이 더욱 그럴 것”이라 전망했다.
반면 동남아 항공료는 저렴한 편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과 비교해도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태국 방콕의 경우는 왕복 직항이 30만 원대 후반부터 있다. 베트남 다낭도 30만 원대 초중반부터, 싱가포르는 30만 원대 중반부터,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는 30만 원대 초반부터, 필리핀 세부는 20만 원대 중반부터다. 괌과 사이판 항공권도 30만 원대 초반부터 항공권 구매가 가능하다.
동남아 왕복 항공 운임은 극성수기임에도 30만 원대로 매우 저렴한 편이다. 그렇다고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것도 아니다. 코로나19 재유행으로 인한 소비자의 불안 심리와 함께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로 인해 여행 소비도 감소하는 추세다. 해외여행을 아직 꺼리는 이유로는 코로나19 감염 우려와 비용 부담을 비롯해 더 안전하게 느껴지는 국내 여행으로 대체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5~6월만 해도 여행사와 항공사는 7~8월 여름 휴가철 동남아로 떠나는 여행객이 대폭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지만 7월부터 코로나19가 재유행을 하면서 성수기 특수도 예상만큼은 크게 흥행하지 못했다.
때문에 여행사들이 미리 확보한 단체석이나 전세기 좌석을 비롯해 패키지 모객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항공 노선은 LCC(저비용항공사)가 운항할 수 있는 동남아 단거리 노선부터 대폭 늘어난 상황이지만 수요가 이를 충족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공급이 늘어나거나 수요가 줄어들면 항공료 가격은 내려갈 수밖에 없다. 수요가 공급을 따라오지 못하니 공급 과잉이라는 말도 나온다. 출발이 임박해 좌석을 다 채우지 못하면 막바지 ‘땡처리’ 항공권까지 풀린다.
항공사 입장에서는 당연히 밑지는 장사다. 동남아로 가는 단거리 노선의 경우 유류할증료가 항공료의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데다 공항세 등을 제외하면 실제 운임은 10만 원 내외라 현재로선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항공사들은 동남아 항공권의 판매가 예상보다 부진하자 탑승률이 저조한 동남아 노선에 대해 노선 감편도 고려하고 있다. 노선이 축소되면 동남아 항공료도 일부 지역은 다시 올라갈 수 있다.
여행사도 수익 보전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코로나 이전 저가 패키지 상품에서 주로 수익을 냈던 방법인 현지에서의 쇼핑과 옵션도 현재는 여의치 않다. 현지의 대형쇼핑센터와 옵션 투어사들이 코로나 이전과 같이 정상 운영을 하고 있지 못한 경우가 많은 데다 쇼핑이나 옵션을 하며 일어날 수 있는 감염 문제 때문에 여행객이 이를 거부한다면 강요할 수 없는 분위기다.
국토교통부는 올해 6월 인천국제공항의 도착 편수 제한과 비행금지 시간 등 코로나19 관련 규제들을 해제하며 국제선 정상화 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현실적인 상황은 여의치 않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국토부가 국제선을 정상화한다고 선언해도 국적 항공사뿐 아니라 외항사 등 항공사들이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하는데 코로나 재유행 우려와 수급 불균형, 유가 상승 등 여러 사정으로 국제선 운항이 코로나19 이전으로 빠르게 돌아갈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며 “현재는 노선 재개와 운항을 장기적 관점에서 계획할 수 없어 한동안 장거리와 단거리 항공료 모두 상황에 따라 불안정하게 움직일 것”이라 전망했다.
이송이 기자 runaindi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