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한 부자들’ 행사 열고 모스크바 도심서 랠리…‘경제 어려운데 부를 뽐내?’ 푸틴 심기 건드린 듯
이 슈퍼카들은 ‘리치 앤 석세스풀(성공한 부자들)’이라는 행사에 참가한 차량들이었으며, 행사를 주최한 인물은 암호화폐(가상화폐)로 억만장자 반열에 올라선 알렉세이 키트로프(28)였다. 그는 “이번 랠리의 목표는 슈퍼카 오너들을 한자리에 모아서 인맥을 형성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비공식적으로 진행된 행사의 참가비는 조식과 뒤풀이 비용을 포함해 4200파운드(약 660만 원)였다.
하지만 슈퍼리치들의 친목이 목적이었던 이 행사는 결국 경찰이 출동하면서 중단되고 말았다. 신고를 받고 긴급 출동한 무장 경찰들은 현장에서 슈퍼카 오너 수십 명을 체포한 후 구금했으며, 차량들은 모두 조사를 위해 압수했다. 체포된 인물 가운데는 막심 릭수토프 모스크바 교통부장의 아들인 오스카 릭수토프(17), 러시아 정치인이자 전 아르한겔스크 시장이었던 알렉산더 돈스코이도 포함돼 있었다.
그렇다면 이들은 왜 체포된 걸까. 이들에게 적용된 법은 ‘모임, 집회, 시위, 행진, 피켓 시위 등을 제한하는 정치 시위법’이었다. 하지만 영국 ‘데일리메일’은 러시아 언론을 인용해서 “그보다는 이런 식으로 부를 과시하는 행동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렸기 때문”이라고 추측했다. 요컨대 우크라이나 전쟁과 서방의 제재로 인해 러시아 경제가 어려운 마당에 이렇게 서방 세계의 상징인 슈퍼카로 부를 뽐내는 행동이 영 못마땅했을 것이라는 의미다.
실제 과거에도 푸틴은 공개적인 자리에서 러시아 올리가르히(신흥 재벌)들과 그 자녀들이 부를 과시하는 행위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바 있었다. 한번은 “구소련 시대에 부자들은 금니, 특히 앞니에 금니를 이식함으로써 부를 과시하곤 했다. 오늘날에는 람보르기니와 같은 다른 비싼 장난감들이 바로 그 금니들이다”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푸틴은 자신의 통치 하에서 소수의 올리가르히들이 급격히 부를 쌓기는 했지만, 절대 드러내놓고 부를 과시해선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더욱이 지금은 전쟁 중이기 때문에 더욱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친푸틴 성향의 의원들도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미카일 자바로프 의원은 이번 퍼레이드에 참가한 철없는 부자들에 대한 처벌을 요구하면서 심지어 “러시아 군대를 돕도록 우크라이나 전쟁터로 보내버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하면 정신을 차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반푸틴 성향의 인사들 사이에서는 과연 푸틴이 그런 비난을 할 자격이 있는지 반문하고 있다. 알렉세이 나발니를 비롯한 반대파들은 “푸틴은 알려진 것보다 훨씬 더 부유하다”고 주장하면서 “어쩌면 일론 머스크나 엘리자베스 2세 여왕보다 더 많은 부를 가진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일 수도 있다”며 내로남불 태도를 비난하고 있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