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복무 중 선임으로부터 집단 폭행 당했다가 극단적 선택 시도했다고
시사저널에 따르면 11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6부(이원석 부장판사)는 A 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피고가 원고에게 18억8000여만원과 지연손해금(이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고 보도했다.
2009년 5월 입대한 A 씨는 선임병들의 잦은 폭행과 폭언에 시달린 끝에 같은 해 7월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 무산소성 뇌 손상 진단을 받은 A 씨는 현재까지 진료를 받고 있으며, 공무상 상이를 입은 것으로 인정받았지만 전역은 보류됐다.
수사 결과 선임들은 A 씨가 점호 시간에 '웃었다'는 등의 이유로 수시로 폭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A 씨가 한 선임병과 다툰 이후 괴롭힘이 더욱 심해졌다. A 씨가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기 전날에는 ‘하극상을 일으켰다’는 이유로 선임 4명으로부터 집단 구타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선임 5명이 이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졌지만 1인당 벌금형은 최대 700만 원에 불과했다고 한다. 한 선임은 벌금 30만원의 선고를 유예받았다. 정부는 “공무원들이 폭행 방지에 최선을 다했던 만큼 고의나 과실이 없었다”며 책임을 부인했다.
반면 재판부는 “지휘관들이 적극적으로 상황을 파악하거나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며 국가배상 책임이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정부는 “A씨가 퇴직 보류자로 급여를 지급받는 동안 일실수입(잃어버린 소득)이 발생하지 않는다”고도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전역 예정일 이후로 일실수입이 발생한다고 보고 정부가 그 기간에 지급한 급여를 제외하고 추가 배상액을 지급하도록 판결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