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권주자 1위’ 유승민 발 빅뱅 가능성, ‘고립무원’ 이준석 신당 창당 우려도…윤 대통령 지지율 반등이 관건
이 와중에 윤 대통령에 대한 강력한 내부비판 세력인 유승민 전 의원이 차기 당대표 여론조사에서 높은 지지율을 보이며 ‘유승민 발 빅뱅’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고개를 들었다. 또 주류 세력과의 경쟁에서 완패한 이 전 대표가 신당 창당을 통해 여권 분열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까지 따라붙었다. 비주류의 빅뱅이든, 여권 분열이든, 대통령 임기 초반 집권여당으로서는 좀처럼 받아들이기 힘든 그림이다. 국민의힘의 가을밤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유승민 발 빅뱅, 가능성은?
복수의 여론조사에서 유승민 전 의원 약진이 목격되고 있다. 당권주자로서든, 대권주자로서든 그의 이름이 여론조사 최상위권에 올라있다. 일부 조사는 유 전 의원이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측근이었다가 탄핵 과정에서 정치적 배신을 했다는 이유로 유승민 전 의원을 ‘배신자’라 부르는 사람들이 적잖다는 그의 고향 대구·경북(TK)에서까지 여론조사 지지율 상승세가 나타난다.
유 전 의원은 이 같은 최근 여론조사 결과치에 한껏 고무된 모습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지난 9월 29일 경북대 강연에서 ‘TK에서 국민의힘 대표 적합도 1위를 했다’는 소식에 대한 입장을 묻자 “그게 제일 반갑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 하락과, 이에 동반된 집권여당에 대한 실망이 그의 위치를 키우는 것으로 유 전 의원은 분석했다. 그는 “우리 당에 대한 신뢰가 너무 약한 상태라 저에 대한 기대가 나타난 것으로 생각한다”고 발언, 자신에게 큰 공간이 열리고 있음을 스스로 드러냈다.
유 전 의원은 좀처럼 보기 드문 현직 대통령 임기 초반 지지율 급락 현상 속에서 윤 대통령에 대한 ‘보완재’가 아닌 ‘대안재’로서 존재감을 과감히 보여주고 있다는 평이다. 유 전 의원은 지난 9월부터 윤 대통령을 향해 쏘는 화력의 강도를 꾸준히 높이고 있다. 윤 대통령에 대한 강한 비판을 주도하면서 ‘게임 체인저’로서 역할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9월 25일 윤 대통령 ‘비속어 논란’에 대한 대통령실 해명을 두고 자신의 SNS를 통해 “신뢰를 잃어버리면 뭘 해도 통하지 않는다. 벌거벗은 임금님은 조롱의 대상이 될 뿐이다. 막말보다 더 나쁜 게 거짓말”이라고 질타했다. 이어 같은 날 이뤄진 경북대 강연에서는 “대통령실이나 우리 당이나 국민을 개돼지로 취급하는 코미디 같은 일을 당장 중단하고 이 문제는 깨끗하게 사과하고 지나가야 한다”고 언급하며, 사과를 하지 않은 윤 대통령을 거칠게 공격했다. 이날 강연 주제는 ‘무능한 정치를 바꾸려면’이었다.
정치권에서 유승민 발 ‘빅뱅’ 가능성을 제기하는 이유는 현재의 경제위기 상황, 이와 관련된 유 전 의원의 경제전문가 이력과 관련이 있다. 경제위기를 타파할 유능한 정치인을 원하는 강력한 바람이 곧 있을 전당대회에서 불 가능성이 있고, 이 바람이 태풍급으로 거세지면 태풍의 종착점이 유승민 전 의원으로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고수’ 홍준표 대구시장까지 유 전 의원에 대한 차단막을 치고 나섰다. 홍 시장은 10월 1일 자신의 SNS에 “우리 내부를 흔드는 세력”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윤 대통령에 대한 비판 발언을 이어온 유승민 전 의원을 겨냥한 견제구로 받아들여진다.
홍 시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민주당과 합작하여 끌어내린 것이 과연 옳았을까. 같은 보수 진영에서 내부 분탕질로 탄핵사태까지 가고 보수의 궤멸을 가져온 것은 어떻게 바라봐야 하나”라면서 “개혁적이지도 않은 사람들이 입으로만 내세우는 개혁보수 타령 이제 그만 해라”라고 쏘아붙였다. ‘개혁보수’라는 단어는 정치권에서 유 전 의원의 트레이드마크로 인식된다.
국민의힘 내부에서 ‘유승민 빅뱅설’이 돌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은 검증되지 않은 가설로 받아들인다. 유 전 의원의 개인적 특성상 정치적 야심이 크지 않고 당원 투표비율이 높은 당대표 전당대회 규정을 놓고 본다면, 유 전 의원에 무조건 불리하다는 것이다.
“유 전 의원 특징이 잘못된 것을 못 참는 성격이라 그 차원에서 대통령이든, 여당이든 지적하는 것이다. 정치적 야심으로 보기는 어렵지 않겠는가. 여전히 유 전 의원을 배신자로 보는 당원들도 많아 정치공학적으로도 불리하다. 하지만 지금 분석이 이러하지만 정치는 생물이니 앞날에 유 전 의원에게 공간이 갑자기 열릴 수도 있다. 0선 이준석 전 대표도 갑자기 등장해 당대표가 되지 않았느냐.” 국민의힘 한 현역 의원은 유승민 빅뱅을 가설로 보면서도, 이론화를 거친 뒤의 현실화 가능성도 닫지는 않았다.
#이준석 신당 창당, 여권분열로?
이준석 전 대표는 결국 연쇄다발 소송전에서 패한 데 이어, ‘당원권 1년 정지’ 추가 징계까지 내려졌다. 당대표 복귀를 위한 법적 소송전은 사실상 길이 막혔고, 윤리위 결과에 대한 법적 조치조차 쉽지 않아 2024년 차기 총선 공천도 어려워졌다. 이 전 대표의 장기인 여론전까지 피로감 국면에 접어들어 이 전 대표는 고립무원 상태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
친정에 여권 대분열이라는 고강도 충격파를 주는 동시에 본인의 정치적 미래를 담보해내기 위해 이 전 대표에게 남은 ‘반격 카드’는 신당 창당밖에 없다는 게 정치권 중론이다.
3선 의원 출신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는 이 같은 전망에 동조하고 나섰다. 조원진 대표는 10월 2일 MBN ‘정운갑의 집중분석’에 출연해 “여권 분할은 필연적으로 갈 수밖에 없다”며 “(차기 총선 약 1년 전인) 2월 또는 3월 정도 되면 정치적인 행동들이 가시화될 것”이라고 했다. 여당 내 비주류가 별도의 보수신당을 창당하면서 여권발 정계 개편이 시작된다는 것이다.
조 대표는 “이 전 대표가 (새롭게) 당을 차릴 거라는 것이 보편적인 생각인데 (관건은) 언제, 누구랑 같이 할 것이냐”라며 “당내 비주류 가운데 친윤계에 악감정이 있는 인사들, 그리고 부진한 국정 지지율 때문에 윤석열 정부만 믿고 가도 되겠느냐는 의구심을 품은 사람들이 함께할 공산이 크다”고 분석했다.
그는 내년 초 국민의힘 차기 전당대회에 유승민 전 의원이 당대표 경선에 출마해 낙선하면 당내 불만세력들이 이 전 대표와 유 전 의원을 따라 나가, 별도로 살림을 차릴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실현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지난 9월 19일 국민의힘 원내대표 경선에서 주호영 원내대표에 대해 반대한 42표(이용호 후보 지지)를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흉흉한 당내 분위기가 반영된 것으로, 집권여당이 윤 대통령 중심으로 뭉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제시했다.
하지만 주류 정당에서 나와 제3지대를 경험해본 바 있는 이 전 대표가 또다시 추운 길을 선택하지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이 전 대표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새누리당을 탈당, 유승민 전 의원이 지휘하던 바른정당, 안철수 의원의 국민의당과 합당으로 탄생한 바른미래당에 몸담았다. 하지만 이내 손학규 당시 대표와의 갈등 끝에 탈당했다. 이 전 대표는 이후 유승민 전 의원이 이끌던 새로운보수당에 갔다가 현재 여당으로 다시 돌아왔다. 제3지대를 돌면서 혹독하게 고생한 경험이 이 전 대표에게 강하게 각인돼 있는 것이다.
국민의힘 한 당직자는 “우리 정치권에 제3지대 공간이 없다는 것을 직접 경험해본 이 전 대표는 현재로서는 창당 의지를 갖기 힘들다”며 “그러나 국민의힘 전당대회 국면, 이후 총선 대비 과정에서 여당에 빈틈이 생긴다면 창당 기회를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블딥’ 늪에서부터 빠져나와야
국민의힘 대다수 의원들은 이 전 대표 사태가 해소 국면에 진입했지만, 위기감에서 해방되지는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집권여당 간판인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평가 여론조사 지지율이 반등했다가 다시 떨어지는 더블딥 국면에 빠져있고, 지지율 재도약을 가져올 견인력도 부족하기 때문. 여기에 자칫하다가는 2024년 총선을 코앞에 두고 여권 분열이 생길지 모른다는 우려도 제기되는 중이다. 결국 국민의힘 구성원들은 “대통령 지지율이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안정돼야 모든 문제가 풀린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정치 공부 경험이 없는 윤 대통령이 몇몇 시험에서 경험 부족으로 점수가 몹시 나빴지만, 이제 공부량이 제법 쌓인 만큼 성적이 좋아질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이 일단 나온다. 더욱이 이 전 대표와의 갈등이 윤 대통령의 좋은 이미지를 가려버리는 측면이 있었는데, 이제 이런 장면은 줄어들 것이어서 지지율 반등만 남았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 지지율 하락 국면 때마다 대통령의 설화가 있었다. 비속어 논란이 지금 너무나 큰 위기를 몰고 오지 않았느냐. 절제된 언어가 필요한데 윤 대통령의 어법이나 대통령실의 대처 능력을 볼 때 쉽지 않아 보인다. 우선 대통령의 출근길 문답을 더 줄여야 한다. 그리고 최대한 완전체 문장만 내놔야 한다. 대통령의 실수가 또 나오면 신뢰를 회복할 수 없고, 총선을 앞두고 집권여당 분열이라는 최악의 그림이 나올 수 있다.” 대통령실 경험이 있는 국민의힘 한 전직 의원의 주문이다.
최경철 매일신문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