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장애 동창 폭행하고 물고문, 수백만원 뜯어내…피해자 만두귀 보고도 돌려보낸 경찰 감찰중
이 사건은 유튜브 ‘카라큘라’ 채널에서 피해자와 가해자를 인터뷰하면서 알려졌다. 피해를 입은 A 씨는 지적장애 3급으로 고소, 고발 등 조치를 하기 어려웠다. A 씨 아버지도 교육을 많이 받지 않아 법률적 지식이 부족해 고소장을 쓰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경찰서에서는 A 씨 아버지가 가져온 고소장을 반려시키기도 했다. 묻힐 뻔했던 사건은 다음과 같다.
A 씨는 신 씨와 동해시 한 고등학교를 졸업한 동창 사이였다. A 씨와 신 씨는 학교에 다닐 때도 별다른 친분이 없었고 졸업 후에도 연락도 없었다. 그런데 지난 9월 초 신 씨로부터 피해자에게 갑작스러운 연락이 왔다. 이렇게 오랜만에 연락이 닿은 이들은 9월 13일 저녁에 만나게 됐다. 신 씨 친구 김 씨, 신 씨 여자친구 임 아무개 씨, 임 씨의 친구 B 씨 등이 있었고 모두 2001년생이었다. 그렇게 만난 그날부터 감금과 폭행이 시작됐다.
이들은 초기 A 씨에게 돈을 요구했다. A 씨는 계속된 폭행과 고문으로 자세한 이유는 기억하지 못했다. 다만 A 씨는 가해자들이 “네가 차를 괜히 몰아보고 싶다고 하다 차 사고가 났고, 범퍼를 고쳐야 하니 400만 원을 달라”고 요구하는 상황으로 기억했다. 하지만 경찰 조사 결과 차 사고 자체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A 씨 변호를 맡은 천호성 법률사무소 디스커버리 대표변호사는 “실제로 A 씨는 경찰 조사 전까지 차 사고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했다”고 설명했다.
신 씨 일행은 차 사고를 빌미로 돈을 요구하다, 임 씨가 A 씨 휴대전화를 대신 이용해 A 씨 어머니에게 문자를 보냈다. 임 씨는 A 씨 어머니에게 ‘차 사고가 났으니 200만 원을 보내달라’고 했고 이 돈은 A 씨 통장에서 신 씨 통장으로 곧바로 옮겨간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A 씨를 감금폭행하면서 돈을 달라고 지속해서 요구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난간을 잡고 A 씨 엉덩이를 쇠파이프로 때리는 등 지속적 폭행을 가하게 됐다. A 씨가 아파하자 이들은 A 씨를 화장실로 데려갔다. A 씨는 “화장실에서 ‘맞을래? 물고문당할래?’라고 물었고 너무 아파서 물고문을 선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아파서 의식을 잃을 정도였던 A 씨에게 신 씨 일당은 진통제 한 알을 쥐어주기도 했다고 한다.
신 씨 일당은 A 씨를 차 트렁크에 실은 채 이동했다고 전해진다. 이들은 동해시부터 경기도까지 여러 곳을 이동하며 지속해서 A 씨를 폭행했다. A 씨의 기억은 온전하지 않았지만, 드문드문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었다. A 씨는 “신 씨 일당이 한 둔치 외곽에 차를 댔고, 트렁크에서 나오자마자 넘어트리고 밟기 시작했다. 생일이라면서 ‘생일 축하합니다’ 노래를 틀어놓고 계속 밟았다”면서 “그들은 ‘개처럼 멍멍 짖어봐라’라며 기면서 애들이 뱉어 놓은 침을 핥아라 등의 요구를 했고 어쩔 수 없이 응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A 씨를 데리고 다니며 돈을 뜯어냈다. A 씨가 입은 피해는 앞서 허위 사고 얘기로 A 씨 어머니에게 받아낸 200만 원뿐만이 아니었다. 렌터카도 A 씨 명의로 빌려 220만 원을 쓰게 했고, 휴대전화도 300만 원에 개통하게 한 뒤 다른 지역에서 휴대전화 기계를 팔아 돈을 챙겼다. 휴대전화 소액 대출도 650만 원 정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천호성 변호사는 “피해자 계좌에 있던 용돈을 가져가거나, 주유 카드 카드깡 등 사건 이후 추가 금전 피해가 계속 드러나고 있어 정확한 내역은 추산하기 어렵다. 다만 18일 동안의 피해액이 약 2000만 원 이상이라고 확인된다”고 말했다.
끔찍한 폭행 사건 고리는 A 씨 아버지가 A 씨 행적을 찾지 못하자 경찰에 실종신고를 하면서 끊어졌다. 신 씨 일행은 경찰이 A 씨를 찾아다닌다는 것을 파악했다. 10월 1일 동이 트기 전 새벽 신 씨 일행은 A 씨에게 1만 원 한 장을 쥐어주며 버스정류장에 내려줬다. 당시 A 씨는 폭행으로 온몸에 피멍이 들고 갈비뼈 6개가 금이 간 상태였다.
A 씨 아버지는 아들 상태를 보고 경찰에 찾아갔지만, 경찰은 ‘고소장에 육하원칙에 따라 적어 접수하라’며 돌려보냈다. A 씨 아버지는 주변 국어 교사 도움으로 사실관계를 적어냈지만, 공휴일이라는 사정으로 돌려보내졌다.
천호성 변호사는 “피해자의 귀가 폭행으로 만두귀처럼 부풀어 올라 있던 모습을 보면 누구라도 심각한 폭행을 당했다고 인지할 수 있는 상황임에도 동해경찰서 민원실에서 근무한 경찰관들이 적극적인 조치 없이 피해자와 피해자 아버지에게 고소장 작성 방법 정도만 안내하고 돌려보낸 것은 아무리 좋게 보려고 해도 소극 행정이라고 비판받을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신 씨 일당은 초기에 범행을 부인했다고 알려졌다. 처음에는 ‘때린 적도 없다’고 하다 혐의가 발견되자 “흔히 ‘생일빵’이라고 애들끼리 때리는 것 있지 않느냐”며 폭행과 가혹행위를 일부 인정했다. 또한 임 씨는 ‘A 씨 말이 과장됐다. A 씨가 신 씨에게 빌린 몇백 만 원이 있어 이를 갚겠다고 했지만, 방법이 없다면서 대출 등을 알아보겠다고 한 것이다’라는 입장을 전했다. 다만 이 같은 답변은 경찰 조사에서 대부분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고 전해진다.
결정적으로 작용한 건 휴대전화 GPS였다. 너무 많이 맞아 기억이 희미해진 A 씨 대신 휴대전화 속 구글 로그 기록이 정확하게 어디로 향했는지 짚어줬기 때문이다. A 씨는 GPS 속 해당 장소에 가서 기억을 더듬어보며 당시 행적이 떠오르기 시작했고 신 씨 일행의 혐의를 제기할 수 있었다.
초기에 A 씨는 제대로 된 병원 진단도 받지 못해 전치 3주 정도 진단이 나왔지만, 방송을 통한 도움 등으로 제대로 병원 진단을 받아 갈비뼈 6개가 부러진 부상이 발견돼 전치 6주 진단을 받게 됐다. 만약 제대로 된 병원 진단 없이 시일이 지났다면 신 씨 일당 수사에도 영향을 줄 수 있었다. 초기 수사 미진을 두고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동해경찰서에 ‘엄정한 수사 촉구’를 요청하기도 했다. A 씨 아버지가 경찰서를 찾았을 때 정당한 이유 없이 돌려보낸 경찰 근무자들은 경찰 측에서 감찰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경찰은 수사력을 집중해 군인인 김 씨 외에 신 씨와 임 씨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신 씨는 구속됐다. 군검찰에서 신병을 확보하고 있던 상근예비역 현역 군인 김 씨도 10월 25일 군 법원에서 구속영장이 발부돼 구속됐다. 신 씨 일당은 갈취, 폭행, 공동상해, 강도상해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천호성 변호사는“가해자들의 전과 유무, 가담 정도와 피해자와의 합의 유무에 따라 형량은 크게 차이가 날 수 있지만, 현재 적용받고 있는 범죄가 강도상해죄로 법정형이 무기징역 또는 7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해당하는 중죄”라면서 “따라서 이들에게 상당히 강한 처벌이 예상되고, 가해자 측에서는 형량을 낮추기 위해서 피해자와 합의를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