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공격 포인트·출전 경기·출전 시간 신기록 작성…대표팀 커리어 지속 선언
#초월적 활약 선보이며 우승
메시 개인에게만큼은 '태클'을 걸기도 어려운 우승 과정이었다. 조별리그부터 우승까지 7경기에서 7골 3도움을 기록했다. 경기당 1개가 넘는 공격포인트다. 두 번의 연장 승부를 포함, 단 한 경기도 교체 없이 풀타임을 소화했다. 이번 대회부터 최대 5명까지 교체가 가능해져 숱한 선수가 드나드는 과정 속에서도 메시는 경기장을 지켰다.
비록 대회 첫 경기 사우디아라비아와 경기에서 패했지만 메시는 이날도 골을 기록했다. 이후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 폴란드전을 제외하면 매경기 골망을 갈랐다. 상대 박스 근처에서 메시가 공을 잡을 때면 위협 상황이 펼쳐졌다. 수비 상황에서도 평소 공격에 집중하기 위해 움직임을 덜 가져가던 그였지만 적극적으로 경합에 가담했다.
유일한 약점으로 지적받던 페널티킥마저 일부 극복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이번 대회 다섯 번의 페널티킥을 시도, 네 번 골망을 흔들었다. 한 차례 실축이 나온 폴란드전의 실수는 승패와는 무관했다. 두 번의 승부차기에서도 실축 없이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그간 중요한 순간 실축으로 무너지던 모습과는 달랐다. 승부차기가 진행된 네덜란드와 8강전, 프랑스와 결승전에서는 정규시간 내 페널티킥을 찼고 승부차기까지 한 경기에서 두 번 키커로 나서는 부담이 있었으나 극복해냈다.
이 같은 활약 속에 메시는 대회 최고 활약을 펼친 선수에게 주는 '골든볼'을 수상했다. 월드컵 골든볼 수상은 그에게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2014년 대회에서도 수상한 바 있지만 당시 준우승에 머물러 우울한 표정으로 트로피를 받았다. 이번 골든볼 시상식은 환한 웃음과 함께했다.
#황제가 남긴 기록
자신의 다섯 번째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메시는 갖가지 기록을 남겼다. 19세부터 월드컵 본선 무대에 등장한 그는 이전까지 19경기 6골 5도움을 기록 중이었다. 이번 대회 7골 3도움을 추가, 13골 8도움으로 역대 최다 공격포인트 기록을 세웠다. 게르트 뮐러(독일, 14골 5도움), 호나우두(브라질, 15골 4도움), 미로슬라프 클로제(독일, 16골 3도움) 등 영웅들을 앞서게 됐다. 세계 유일 월드컵 3회 우승에 빛나는 펠레(브라질)의 기록은 12골 8도움이다.
이번 대회 전 경기 선발 풀타임을 소화한 그는 경기 출전 관련해서도 기록을 새로 썼다. 26경기 출전 기록을 남겨 최다 출전 1위가 됐다. 종전 기록은 로타어 마테우스(독일)의 25경기였다. 출전 시간에서도 최고 기록을 남겼다. 26경기에서 2314분을 소화, 파올로 말디니(이탈리아)의 2217분을 넘어섰다.
이는 장기간 꾸준히 일정 수준 이상의 성적을 냈기에 가능한 기록이다. 아르헨티나는 메시가 팀에 합류한 이후 다섯 번의 월드컵에서 단 한 번도 조별리그에서 탈락하지 않았다. 메시 등장 직전 대회인 2002 한일 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는 16강 진출에 실패한 바 있다. 메시는 자신이 출전한 월드컵 본선 26경기에서 19승(승부차기, 연장전 승리 포함) 2무 5패를 기록했다.
#역경 딛고 얻은 성과
메시의 월드컵 우승은 숱한 고난과 비판을 이겨내고 얻은 결과이기에 보는 이들에게 감동을 더했다. 소속 클럽에서 가능한 모든 트로피를 들어올린 것과 달리 유독 국가대표팀에서는 성과가 아쉬웠던 메시다.
그에게 가장 큰 아픔을 남긴 대회는 2014 브라질 월드컵이다. 당시 아르헨티나는 조별리그에서 3승을 거두며 토너먼트로 향했다. 토너먼트에서도 스위스, 벨기에, 네덜란드를 차례로 꺾으며 순항했다. 하지만 결승전에서 독일의 벽에 막혀 준우승에 머물렀다.
정규시간을 0-0으로 버티다 연장 후반 결승골을 내줬기에 더욱 아쉬운 패배였다. 메시는 이 대회 조별리그에서 3경기 모두 득점을 기록해 신바람을 냈지만 토너먼트에서는 침묵하며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이후 2015년과 2016년 열린 코파 아메리카도 메시에겐 상처로 남았다. 4년 주기로 열리던 대회가 1년 간격을 두고 열린 데에는 대회 창설 100주년을 기념한다는 명분이 있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메시에게 국가대항전 우승 트로피를 선사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며 조롱을 받기도 했다. 메시로선 부담감이 더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두 대회 모두 결승에 올라 우승 기회를 잡았지만 같은 상대인 칠레에 두 번의 승부차기 패배로 무릎을 꿇었다. 특히 2016년 대회에선 승부차기 첫 주자로 나선 메시가 실축해 더 큰 질타를 받았다. 우승의 주요 길목마다 좌절하는 메시를 두고 조롱이 쏟아지기도 했다.
큰 상처를 입은 메시는 결승전 승부차기 패배 직후 눈물을 보이며 "국가대표 커리어는 끝났다"고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다. 은퇴를 하기엔 이른 나이(29세)였기에 아르헨티나 전 국가적 복귀 운동이 진행됐다. 대통령을 포함, 디에고 마라도나 등이 직접 설득에 나섰고 길거리에 온통 그의 복귀를 바라는 메시지가 걸리기도 했다. 결국 약 2개월의 시간이 지난 뒤 메시는 복귀를 선언했다.
돌아온 메시는 또 다시 시련을 겪었다. 2018 러시아 월드컵(8강 진출 실패), 2019 코파 아메리카(3위)에서도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 카를로스 테베즈, 곤살로 이구아인, 에베르 바네가, 세르히오 아구에로 등 화려한 시절을 함께 보낸 같은 시대 동료들이 대표팀을 떠나거나 전성기에서 내려와 2선으로 물러난 시점에서야 성인 대표팀에서 첫 우승컵(2021 코파 아메리카)을 들어올렸다. 그리고 1년 뒤, 월드컵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커리어를 완성시켰다.
이번 월드컵 우승은 메시가 성인 무대에서 경험한 40번째 우승이다. 축구선수로서 활약할 수 있는 모든 무대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하지만 메시의 축구는 끝나지 않았다. 그는 소속팀에서 경력을 이어나가는 것은 물론 "세계 챔피언으로서 경기에 뛰고 싶다"며 대표팀에서 떠나지 않을 것임을 밝혔다.
이번 월드컵 행보를 놓고 '라스트 댄스'라는 수식어가 뒤따랐다. 여전한 경기력, 팀 내 영향력, 팬들의 열망 등을 감안하면 4년 뒤 월드컵에서도 그가 여전히 뛸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모든 커리어를 완성한 메시가 향후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지켜볼 일이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