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에드먼 발탁, 안우진 합류 불발…내야는 ‘빅리거’ 마운드는 ‘국내파’
WBC 최종 명단 제출 마감일은 오는 2월 8일. 그 전까지는 부상 등의 변수가 생기면 선수를 바꿀 수 있다. KBO 관계자는 "특별한 상황이 벌어지지 않는 한 이 선수들이 최종 엔트리에 그대로 이름을 올릴 것"이라고 전했다. WBC 대표팀은 2월 13~28일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 키노 스포츠콤플렉스에 모여 합동 훈련을 한 뒤 본선 1라운드가 열리는 일본 도쿄로 이동해 3월 9일 호주, 10일 일본, 12일 체코, 13일 중국과 차례로 맞붙는다.
#토미 현수 에드먼은 누구?
이번 대표팀 명단에서 가장 큰 관심을 모은 인물은 단연 에드먼이다. 한국 야구가 마침내 순혈주의를 깨고 혼혈 선수인 에드먼을 국가대표로 발탁했기 때문이다. WBC는 본인뿐 아니라 부모와 조부모 중 한 명의 혈통에 따라 출전 국적을 선택할 수 있다. 한국 출신 이민자 곽경아 씨의 아들인 에드먼은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태어난 미국인이지만, 어머니가 태어난 나라의 국기를 달고 WBC에 나선다. 그가 무사히 WBC 무대를 밟으면 한국 야구 역사상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고 국제 대회에 출전하는 '외국인'으로 기록된다.
에드먼은 2021년 MLB 포지션별 최고 수비수에게 주는 골드글러브 내셔널리그(NL) 2루수 부문을 수상했다. 한국 야구 대표팀의 내야 수비에 큰 힘을 실어줄 수 있는 적임자로 꼽힌다. 타격과 주루도 수준급이다. 양쪽 타석을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스위치 히터라 쓰임새도 다양하다. 그는 MLB 데뷔 첫해인 2019년 타율 0.304에 홈런 11개, 15도루의 좋은 성적을 올려 눈도장을 받았고, 지난 시즌에는 타율 0.265, 홈런 13개, 32도루로 활약해 세인트루이스 주전 1번 타자 자리를 꿰찼다. 이강철 감독은 "에드먼은 김하성과 함께 주전 멤버로 내보낼 계획"이라고 했다. 에드먼은 국가대표 선발 이후 인터뷰에서 "WBC 한국 대표팀에 뽑혀 부모님께서 기뻐하셨다. 한국의 동료들과 경기하고, 훌륭한 선수들을 만날 수 있어서 흥분된다"며 "한국어 실력이 그다지 좋지는 않다. 한국어를 배우려고 강좌를 듣기 시작했고, 특히 한국 야구 용어를 배우려고 노력 중"이라고 기뻐했다.
에드먼은 WBC 최종 엔트리 30명 중 유일하게 한국어를 못하지만, 대표팀 에이스로 활약할 김광현(SSG 랜더스)과는 2021년까지 세인트루이스에서 함께 뛴 인연이 있다. 그는 "KK(김광현의 애칭)와 어울리는 게 좋았다. 재미있고 에너지가 넘치는 선수였고, 마운드에 올라갈 때마다 신이 나 보였다"며 "KK와 함께 뛸 때 한국어를 조금씩 배우곤 했다. 대표팀에서도 적응을 위해 많은 도움을 얻겠다"고 했다.
에드먼은 또 다른 빅리거인 최지만·김하성과 호흡도 기대했다. 에드먼과 최지만은 지난해 경기 도중 1루에서 한 차례 만난 적이 있다. 최지만은 당시 탬파베이 레이스 소속이었는데, 에드먼이 탬파베이전에서 출루에 성공해 1루수 최지만과 잠시나마 조우한 거다. 에드먼은 "1루에서 잠시 이야기를 나눴는데 정말 재미있었다"고 떠올렸다. 김하성은 지난해 아시아 출신 내야수 가운데 처음으로 골드글러브 NL 유격수 부문 최종 후보 3인에 이름을 올렸다. 에드먼은 "정말 훌륭한 내야수인 김하성과 호흡을 맞추게 돼 기쁘다"며 "김하성과 더블 플레이를 합작하는 건 재미있을 것 같다. WBC 출전국 가운데 키스톤 콤비(유격수와 2루수)는 우리가 최고 수준일 것"이라고 자신했다.
다만 최지만은 아직 WBC 출전 여부가 불투명하다. 그는 지난해 11월 탬파베이에서 피츠버그로 트레이드된 후 한국으로 돌아와 팔꿈치 뼛조각 수술을 받았다. 선수 본인은 "3월까지 무조건 WBC에 출전할 수 있는 몸 상태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지만, 소속팀 피츠버그는 새로 영입한 선수의 몸 상태에 신중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출전 동의를 얻으려면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
#전원 KBO리거 마운드, 안우진은 없다
WBC 대표팀 내야에 빅리거들이 포진했다면, 투수는 전원 KBO리그 현역 선수들로 구성됐다. 국제대회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 왼손 김광현과 양현종(KIA 타이거즈)을 필두로 구창모·이용찬(이상 NC 다이노스), 이의리(KIA), 김윤식·정우영·고우석(이상 LG트윈스), 소형준·고영표(이상 KT), 원태인(삼성 라이온즈), 김원중·박세웅(이상 롯데 자이언츠), 곽빈·정철원(이상 두산 베어스)이 뽑혔다.
특히 오랜 기간 한국 야구의 원투펀치를 맡아온 1988년생 듀오 김광현과 양현종은 이번 WBC에서 마지막으로 함께 태극마크를 달고 공을 던지게 될 가능성이 크다. 두 투수의 나이와 향후 국제대회 일정 등을 고려하면 더 그렇다. 2007년 나란히 프로에 데뷔한 둘은 그동안 국가대표 단골 멤버였다. 김광현은 첫 국제대회였던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일본과 준결승전에 선발 등판해 8이닝 2실점(1자책점)으로 역투한 금메달 신화의 주역이다. 이후 2009년 WBC,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2015년과 2019년 프리미어 12에서도 태극마크를 달았다. 양현종은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처음 성인 대표팀에 뽑힌 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2017년 WBC,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2019 프리미어 12에 출전했다. 둘이 함께 태극마크를 단 건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과 2019년 프리미어 12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이자 4년 만이다.
김광현은 2020년과 2021년 세인트루이스에서 뛰다 지난해 KBO리그로 복귀해 13승 3패, 평균자책점 2.13의 성적을 올렸다. 2021년을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보낸 양현종도 지난해 KIA로 돌아와 12승 7패, 평균자책점 3.85로 활약했다. 유독 젊은 투수가 많이 포함된 이번 대표팀에서 둘은 언제나 후배들을 앞장서 이끌 마운드의 리더 역할을 하게 된다. 이강철 감독은 "김광현과 양현종은 경험과 기량을 모두 갖춘 투수들"이라며 "어린 선수들을 잘 이끄면서 중요할 때 마운드를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WBC는 1라운드 65개, 2라운드(8강) 80개, 준결승과 결승에서 95개의 투구 수 제한을 둔다. 이 감독은 이 점을 고려해 김광현과 양현종을 유연하게 활용할 생각이다. "투수진 운영에 관해 아직 확정은 하지 않았지만 젊은 투수들이 선발로 등판해 경기 초반을 힘 있게 던지고, 김광현과 양현종이 경기 중반 중요할 때 등판하는 방안도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학교폭력(학폭) 전력이 있는 키움 히어로즈 안우진은 끝내 WBC 최종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그는 지난해 30경기에 선발 등판해 15승 8패, 평균자책점 2.11의 특급 성적을 거둔 KBO리그 최고 투수였다. 평균자책점과 탈삼진 타이틀도 따냈다. 특히 삼진 224개를 잡아 고(故) 최동원(1984년·223개)이 갖고 있던 역대 국내 투수 한 시즌 최다 탈삼진 기록을 갈아치웠다. 시속 150㎞ 후반대의 강속구와 날카로운 슬라이더로 중무장해 국제무대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구리야마 히데키 일본 야구대표팀 감독이 이정후(키움)와 함께 주의 인물로 꼽으면서 "안우진이 출전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한국전에서) 승리할 가능성은 좀 더 커질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휘문고 재학 시절 야구부 후배들을 폭행해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로부터 자격정지 3년 징계를 받았고, 대한체육회 규정에 따라 올림픽, 아시안게임 등 아마추어가 참가하는 대회에 영구적으로 출전할 수 없게 됐다. WBC는 MLB 사무국이 주관하는 대회라 출전에 결격사유가 없지만, KBO 기술위원회는 안우진을 WBC에도 내보내지 않기로 결정했다. 조범현 기술위원장은 "기량 외에도 국가대표로서의 책임감, 자긍심 등을 선수 선발 기준으로 삼았다"고 설명하면서 "오랜 기간 고민해서 결정한 엔트리다. 앞으로도 부상 등의 이슈를 안고 있는 선수들만 교체 가능성이 있다"며 추후 추가 발탁 가능성에도 선을 그었다.
#안방은 양의지가 지킨다
대표팀 안방마님은 베테랑 포수 양의지(두산)와 이지영(키움)이 맡는다. 양의지는 지난 시즌을 마치고 두 번째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뒤 친정팀 두산과 4+2년 총액 152억원에 계약해 독보적인 가치를 인정받았다. 당대 최고 포수답게 2015년 프리미어12, 2017년 WBC,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2019년 프리미어, 2021년 도쿄올림픽에 이어 또 다시 대표팀 주전 포수로 여섯 번째 태극마크를 달게 됐다. 그는 "3월 9일 열리는 첫 경기를 위해 예전보다 기술 훈련을 일찍 시작했다. 대표팀에 폐를 끼치지 않도록 잘 준비하겠다"며 "개인적으로는 최근 국제대회 성적이 좋지 않아서 이번에 꼭 명예회복을 하고 싶다. 뽑아주신 이강철 감독님께 감사하다"고 했다. 또 "감독님께서 이번 대회에선 '수비'만 강조하셨다"고 웃으며 "국제대회니만큼 타격보다는 투수와 호흡, 상대 팀 분석에 더 신경 쓰겠다"고 다짐했다.
양의지가 안방을 지키는 사이, 국가대표 투수들의 얼굴은 여러 차례 바뀌었다. 이번 대표팀도 투수 최고참 김광현과 양현종을 포함한 전원이 양의지보다 어리다. 양의지는 "광현이와 현종이는 동생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최근 젊은 친구들은 '나보다 뛰어나면 형'이라고 하지 않나"라며 "둘은 MLB까지 경험한 베테랑이라 나도 그들에게 의지할 수 있다"고 했다. 또 지난해까지 NC에서 같이 뛰었던 차세대 왼손 에이스 구창모에게 기대를 걸면서 "WBC는 3월에 열리니까 (시즌을 일찍 시작한) 경험이 없는 구창모에게는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그래도 훈련에 속도만 조금 더 높이면 이번 WBC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올해는 창모가 정말 잘 던질 것 같은 느낌이 온다"고 힘을 실었다.
외야수는 지난해 KBO리그 타격 5관왕(타율·타점·안타·출루율·장타율) 이정후(키움)와 김현수·박해민(이상 LG), 나성범(KIA), 박건우(NC)로 구성됐다. 내야수는 에드먼, 김하성, 최지만 외에 최정(SSG), 김혜성(키움), 오지환(LG), 박병호·강백호(이상 kt)가 승선했다. KBO리그 소속 선수 27명 중 LG가 가장 많은 6명의 선수를 WBC에 보낸다. 이강철 감독의 소속팀인 KT가 4명으로 그 뒤를 이었다. 지난해 최하위팀 한화 이글스는 유일하게 대표팀 선수를 한 명도 배출하지 못했다. 다만 MLB 올스타 출신인 호세 로사도 투수코치가 푸에르토리코 WBC 대표팀 불펜 코치로 합류하게 돼 체면치레(?)를 했다. 로사도 코치는 2013년과 2017년에 이어 3회 연속 WBC에 코치 자격으로 참가한다.
배영은 중앙일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