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동원령 피해 숲속 은둔 생활 4개월째…“아내 도움으로 식량 해결, 태양열로 컴퓨터 사용”
최근 BBC를 통해 소식을 전해온 그는 30대의 IT 전문가인 아담 칼리닌(가명)이다. 그가 숲에서 홀로 ‘자연인’으로 살기 시작한 지도 벌써 네 달이 되어 간다. 가을에는 그럭저럭 견딜 만했지만 겨울의 혹한 속에서 버티기란 사실 어려운 일. 그럼에도 꿋꿋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그는 BBC 인터뷰에서 “그다지 편하지는 않지만 심리적으로는 아직 이곳을 떠날 수가 없다”고 전했다.
다만 과거 여러 차례 캠핑을 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야생에서 생활하는 데는 금세 익숙해졌다. 영하 11℃를 넘나드는 추위를 견디며 텐트에서 살고 있는 그는 땔감을 이용해 난방을 하고, 태양열을 이용해 컴퓨터도 사용하고 있다. 소나무에 묶어둔 장거리 안테나 덕분에 인터넷을 사용하는 데도 무리가 없다. 덕분에 숲으로 들어오기 전과 거의 동일하게 인터넷으로 업무를 처리하면서 일도 하고 있다. 다만 하루 종일 작업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전력은 부족한 편이다.
먹을 것은 아내의 도움을 받고 있다. 야생에서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장비는 대부분 가지고 있지만, 먹는 것은 아내의 도움 없이는 사실 힘들다. 정기적으로 아내에게서 받는 보급품으로 생활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가 해외로 도피하지 않고 이렇게 숲으로 들어온 이유는 재정적인 문제 때문이다. 또한 가족들과 친구들, 그리고 고향을 떠나고 싶지 않은 마음 때문이기도 하다.
그는 “만약 정부가 나를 찾아내서 내 손을 잡고 끌고 가지만 않는다면 이 방법이야말로 동원령이나 다른 강제 징집에 대한 99%의 성공적인 방어 전략이다”며 “지금 우리는 매우 강력한 전체주의 체제에서 살고 있다. 만약 어떤 사람이 전쟁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낸다면 정부는 끝까지 그들을 쫓을 것”이라고 한탄했다.
자신의 성격을 내성적이라고 묘사하는 칼리닌은 점차 홀로 숲 속에서 생활하는 데 익숙해져 가고 있다고 고백했다. 비록 아내가 그립고 가족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긴 하지만, 사람들과의 만남이 딱히 그립지는 않다는 것이다.
그가 은둔생활을 시작한 후 깨달은 한 가지는 예전에는 그렇게 신경 쓰이던 문제들이 지금은 생각도 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는 “예전에 중요해 보이던 것들이 이제는 그렇지 않다. 우리보다 훨씬 더 나쁜 상황에 처한 사람들을 생각하면 더 그렇다”고 털어놓았다. 만일 이 상태가 지속된다면 어쩌면 그는 영영 숲 속에서 나오지 않은 채 ‘자연인’으로 살게 되는 건 아닐까.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