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시진핑 푸틴 등 정상들 향한 속마음 담아…편집위원 “진위 촉구 위한 출판” 신뢰성 떨어뜨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 책은 원래 1년 전 출간될 예정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민감한 부분이 많아 아베 전 총리로부터 출판 연기 제의가 왔다는 것. 그 후 총격 사건으로 사망했기 때문에 부인 아키에 여사의 동의하에 출판이 결정됐다는 후문이다.
회고록에는 각국 정상과의 일화 및 당시 아베의 심정 등이 적나라하게 토로돼 있다. 먼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에 대해서는 ‘어쨌든 파격적이었다’고 언급했다. 아베 전 총리는 “국제사회에서 트럼프가 군사행동을 할 만한 스타일로 인식됐지만, 실제 전혀 그렇지 않다”며 “근본이 비즈니스맨이라 외교·안보까지 돈을 기준으로 계산하기 때문에 군사행동에 소극적이었다”고 분석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 대해서는 ‘강렬한 리얼리스트(현실주의자)’라고 했다. 아베 전 총리는 “시 주석은 ‘내가 만약 미국에 태어났다면 미국 공산당에 들어가지 않았을 것이다. 민주당이나 공화당에 입당하겠다’고 말했다”며 “그는 사상이나 신조가 아니라 정치권력을 장악하기 위해 공산당에 들어간 셈”이라고 덧붙였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해서는 “냉정해 보이지만 의외로 싹싹하다”고 평가했으며,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한국 대법원의 징용 배상 판결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확신범’이라고 날을 세웠다.
자신의 정치 인생 ‘최대 스캔들’이었던 모리토모학원 국유지 매각 의혹에 대해서는 결백을 주장했다. 아베 전 총리는 “내 발목을 잡기 위한 재무성의 책략일 가능성이 제로(0)는 아니다”면서 “재무성이 애당초 토지거래가 심각한 문제라는 것을 알았을 텐데, 토지거래 협상기록 등을 내게 전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아베 신조에 대한 일본 내 평가는 극명하게 엇갈린다. 무조건 예찬하느냐, 전면 비판하느냐. 실제로 회고록을 향한 찬반 여론이 온라인상에서도 소용돌이쳤다. 다카이치 사나에 경제안보상은 “몰랐던 에피소드가 많았고, 한 나라의 ‘톱’으로서의 판단이나 행동을 회고록을 통해 배울 수 있었다”는 후기를 SNS(소셜미디어)에 남겼다.
반면, 입헌민주당의 요네야마 류이치 중의원은 이렇게 비판했다. “일 때문에 아베 신조의 회고록을 읽고 있다. 어쨌든 나쁜 것은 전부 남 탓이고, 좋은 것은 전부 자신의 공이다. 게다가 인터뷰어는 그것에 의문조차 갖지 않고 믿는 식이라 읽다 보면 매우 피곤해진다.”
니혼TV의 정보프로그램 ‘미야네야’의 사회자 미야네 세이지는 “어디까지가 사실일까, 우리는 어떻게 읽어야 할까”라고 운을 뗀 후 아베 전 총리가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포장했을 가능성도 언급했다. 이와 관련, 회고록을 펴낸 요미우리신문 하시모토 고로 특별편집위원은 “책에 적혀 있는 내용 가운데 틀린 것이 있다면 바로잡겠다”면서 “진위를 촉구하기 위한 출판이기도 했다”고 밝혔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