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오미크론 유행 기저효과에다 억눌린 해외여행 수요 폭발…“안전 우선” 자유여행객 일부 패키지 선택
#패키지 실적 호조
먼저 하나투어의 실적을 살펴보면 항공권과 패키지를 포함한 2월 전체 송출객은 약 20만 명으로 2022년 2월 대비 무려 5581%나 증가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대유행) 이전인 2019년 2월 실적의 약 38%를 회복한 수준이다. 이 가운데 패키지 부문 송출객 수는 약 10만 명으로 절반에 이른다. 전월인 1월과 비교해서도 18% 증가했다. 패키지 예약자로만 본다면 2019년 2월과 비교해 50% 가까이 회복한 수치다.
모두투어의 경우 항공권과 패키지를 합한 2월 전체 송출객은 약 11만 명으로 패키지 예약자가 7만 명이 넘는다. 2022년 2월과 비교하면 3045% 증가한 수치다.
한편 노랑풍선은 1년여 만에 코스닥 관리종목에서 해제됐다. 2022년 별도 기준 매출액 210억 원을 기록하며 코스닥 잔존 여부를 평가하는 ‘매출액 30억 원 미만’ 요인을 해소했다. 노랑풍선의 1월 패키지 상품 모객률도 2022년과 비교하면 37배 증가했다. 항공 발권량도 13배 늘었다. 올해 1분기부터 회복세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최근엔 실적 개선에 따라 그동안 휴직 등으로 고생해 온 임직원에게 스톡옵션과 성과급을 지급하기도 했다.
과거 해외여행 비수기였던 3월에도 패키지 여행사들의 해외여행 예약률은 호조를 이어가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1분기 흑자전환도 문제없어 보인다.
#상품은 양극화
저가 일색이던 과거와는 달리 패키지 여행상품과 수요에도 변화의 양상이 감지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가격보다는 안전에 더 민감해진 소비자들이 생기면서 패키지 상품도 저가상품과 고가상품으로 양극화되는 모양새다. 과거 개별로 자유여행을 떠났던 여행자들이 각자의 경제력에 따라 고가나 저가 패키지 상품에 흡수되는 경우도 많아졌다는 점에서 패키지 상품의 선호도는 전체적으로 높아졌다.
최근 전반적으로 여행수요가 폭발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부에서는 고물가·고금리로 인해 저렴한 여행상품을 찾기도 하지만 또 한편에서는 여유로운 일정에 안전이 담보되는 프리미엄 상품을 찾기도 한다. 특히 기존에는 친목회 등의 단체여행으로 저가상품을 선호하던 고연령 층 단체의 경우 최근엔 건강과 안전을 염려해 프리미엄 상품 선호도가 두드러진다. 여행의 경험보다는 연령으로 인한 건강 문제가 앞서는 만큼 2~3번 갈 해외여행을 1번으로 줄이더라도 더 안전하고 쾌적하게 다녀오겠다는 심리다. 또 같은 가격이라면 저가 장거리보다 프리미엄급 단거리 상품을 선호하는 경향도 보인다.
한 패키지 여행사 관계자는 “확실히 코로나19 이후 프리미엄 상품 선호도가 높아졌다. 프리미엄 상품의 판매도 크게 상승했다. 저가상품과 고가상품의 수요가 양분화되고 있다 보니 여행사마다 프리미엄 시장과 저가 경쟁에 동시에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때문에 주요 패키지 여행사들은 저가 패키지 상품군을 유지하면서도 자사의 럭셔리 맞춤여행 브랜드를 강화하고 있다. 패키지 여행이지만 자유여행과 흡사한 개인 맞춤 패키지도 강세다.
참좋은여행의 경우 항공좌석과 숙소, 식사 업그레이드를 기본으로 여유로운 일정 속에서 특별한 현지 경험을 녹인 ‘라르고’ 판매에 힘을 주고 있고, 교원투어는 5성급 호텔로만 구성한 료칸 패키지와 크루즈 상품 등 프리미엄 라인을 구축하고 있다.
아직 제한적인 항공 공급으로 항공료가 안정되지 않은 탓에 개인여행보다는 패키지상품을 선택하는 여행자도 많다. 코로나19 이전보다 항공료와 숙박비 부담이 단체여행에 비해 크게 늘어나기 때문이다. 우선 항공료가 절대적이다. 전 세계적인 항공공급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필요하고 그 전까지 수요와 공급에 민감하게 영향을 받는 항공료는 들쑥날쑥 할 수밖에 없다.
한 청년 여행자는 “코로나19로부터 아직 완전히 해방되지 않았다보니 여행의 자유보다는 가격과 안전성에 더 무게를 두게 되는 게 사실”이라며 “지금은 패키지 여행으로 가는 게 항공료가 훨씬 저렴할 뿐더러 일단은 해외 각지의 상황에 대해서도 불안감이 있다. 일단은 아무 때나 준비 없이 바로 떠날 수 있는 패키지 여행으로 3년 가까이 못했던 해외여행의 맛을 보고 자유여행은 좀 더 시간을 두고 천천히 계획해 볼 생각”이라고 전했다.
#중국도 열렸다
3월 15일부터 중국 관광비자 발급도 재개됐다. 코로나19 이후 3년여 만이다. 하이난과 상하이 크루즈 무비자 입국, 홍콩 및 마카오 지역 외국인 단체의 광둥성 무비자 입경, 아세안 단체관광의 광시 구이린 무비자 입국 정책 등도 효력을 회복한다. 지역에 따라 도착비자 발급도 재개한다. 중국이 열리면서 패키지 시장에도 훈풍이 예상된다.
관광비자 발급 재개와 함께 3월부터 중국행 항공 노선도 속속 재개될 예정이다. 한·중 정부가 최근 항공노선 증편에 합의하면서 여름 시즌 한-중 노선도 활기를 띌 전망이다. 국토교통부 항공정책관은 “이번 증편 방안 합의로 코로나19 기간에 누적된 양국 국민의 여객 수요와 기업 간 비즈니스 수요를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며, 한-중 노선 증편을 통해 침체된 내수시장에도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우리 정부의 중국발 입국자에 대한 입국 전후 PCR(유전자증폭) 검사도 완전히 해제된 만큼, 그동안 위축됐던 양국 관광과 비즈니스 수요가 살아날 것으로 전망되면서 주로 동남아시아와 중국 및 일본 등 단거리 위주로 운항하던 LCC(저비용항공사)들의 실적 개선 기대감도 크다. 3월 20일부터는 대중교통 내 마스크 착용 의무까지 해제되면서 항공기와 선박에서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아도 되게 됐다.
이송이 기자 runaindi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