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매물 소화 효과에 불과” 반전 신호 아니란 게 중론…최소 3년은 하락장 불가피 분석도
#주택 시장 분위기 풀리는 듯한데…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늘고 있다. 서울시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 서울시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2389건으로 2021년 9월(2694건) 이후 약 1년 6개월 만에 최대 거래량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규제 해제 직전인 지난해 12월(835건)과 전년 동기(819건)와 비교해도 약 2.5배 늘었다. 3월 아파트 거래량은 3000건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 아파트값 하락도 주춤하는 모양새다.
서울 청약 경쟁률도 2021년 4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올해 3월 서울의 평균 청약 경쟁률은 57 대 1로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에 위치한 ‘영등포자이 디그니티’는 198.8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 정책에 따라 시장 매수심리가 되살아나며 주택 시장이 회복세로 접어든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는 “결국은 규제완화로 인해서 신규 아파트 시장들은 가격 상승 여력이 있다고 보는 것이고 매도세력과 매수세력 간의 힘겨루기가 이어지면서 가격 하락폭 둔화하고 거래량이 증가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주택시장이 반등하는 신호로 볼 수는 없다는 분석이 대세다. 거래량이 늘지만 아파트 가격 하락세가 이어지는 이유는 시세보다 저렴한 급매물이 소화되고 있다는 뜻이라는 지적이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만약 시장이 반등하고 있다면 좀 더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형태가 나와야 하는데 아직 그렇게까지 나오지 않고 있다. 반등이나 반전의 신호라고는 설명이 안 되는 상태”라고 말했다.
청약시장 역시 마찬가지다. 중도금 대출 규제와 무순위 청약 규제 등이 풀리고 신축 선호 효과와 맞물리면서 청약이 늘어나고 있지만 시장 분위기가 달아오른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권일 팀장은 “시장이라는 것이 분위기가 괜찮다고 흔히 표현할 때는 두루 분양이 무난하게 되는 상태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10개 단지를 분양할 때 6~7개는 경쟁이 아주 치열하고 3~4개 정도는 순위 내에 청약이 마감된다거나 하는 결과가 나와야 하는데 지금은 특정 단지에 수요가 몰리고 그렇지 않은 단지들은 여전히 미달이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규제 완화 덕분이라면 전국이 영향권이었겠지만 지금은 옥석을 가리는 분위기”라며 “최근 급매물이 소화되면서 최악은 지나갔다는 안도감과 기대심리가 작동하니까 일부 들어오는 것일 뿐”이라고 분석했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위원 또한 “아주 혼조세다. 무순위 청약에서 거주지 요건을 폐지하는 등 규제를 완화한 덕분에 서울의 청약 시장은 온기를 되찾을 수 있겠지만 지방의 청약시장은 오히려 얼어붙을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향후 최소 3년은 하락장 예상도
지난해와 비교해 집값 상승세를 이어간 지역도 일부 있어 눈길을 끈다. KB부동산 월간 시계열에 따르면 지난 2월 아파트 매매가가 지난해 2월 대비 오른 지역은 총 27곳이다. 그중 비교적 뚜렷한 상승세를 보이는 상위 3개 지역은 경기 이천(6.33%), 강원 강릉(6.27%), 충남 논산(4.17%) 등이다. 같은 기간 서울은 6.44%, 수도권은 8.82%, 6개 광역시(부산, 대구, 인천, 광주, 대전, 울산) 7.49% 하락했다.
집값이 오른 상위 3개 지역의 공통점은 올해 예정된 입주물량이 적다는 점이다. 올해 이천의 입주 예정 물량은 1357가구다. 강릉은 올해 입주 예정 물량 1389가구 중 절반가량이 임대주택이며, 논산도 올해 입주 예정 단지는 1곳(391가구)뿐이다.
집값 상승기에 입주 물량이 많아지면 신축 아파트가 높은 가격을 형성하며 인근의 시세를 끌어올리지만 집값 하락기에는 물량 공급만 늘려 도리어 주변 시세를 끌어내리는 역할을 한다. 반면 입주물량이 적은 곳은 수요보다 공급이 적은 덕분에 주택 가격 하락을 방어할 수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서진형 교수는 “하락기인 것은 변함없지만 입주가 많은 곳들은 시장 변화에 민감한 탓에 충격을 크게 느낀 반면 입주물량이 없는 곳들은 변수가 적어 충격을 덜 받은 것뿐이다. 굳이 집값 오른 곳을 찾아내려니까 얻어걸린 셈”이라고 말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4월 전국 2만 6665가구가 입주를 시작된다. 2023년 월평균 입주물량인 2만 9742가구를 밑돌지만 4월 기준으로는 2018년 이후 가장 많은 물량이다. 물량이 많은 만큼 주택 가격 하락세가 다시 가속화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다만 서울은 강북구의 공공임대 268가구를 제외하면 아파트 입주가 없어 1~3월 대비 물량 부담이 덜할 전망이다.
하락장은 장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김인만 소장은 “2008년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에 이은 금융위기로 2012년까지 국내 주택 가격이 올랐다 내렸다를 반복하며 하락세를 그렸다. 이번에도 그런 랠리가 이어질 것”이라며 “이제 시작이고 당분간 상승장은 끝났다고 보면 된다. 주택 가격이 떨어지면 긴가민가하면서 수요자들이 들어와 잠시 반등했다가 다시 야금야금 떨어지는 일이 최소 3년은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