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봉쇄령‧정치적 문제로 중국 사업 지속 힘들어져…성장 가능성도 북미 확장 이유
화장품업체,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 등 다양한 분야의 국내 기업들이 중국에서 북미로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기업분석전문 한국CXO연구소의 ‘2022년 국내 76개 그룹 해외 계열사 현황 분석’ 자료에 따르면 해외 법인 중 미국이 1169곳으로 최다였으며 전년(885곳)보다 284곳 급증했다. 전체 해외 계열사 중 미국 법인이 차지하는 비중도 22.1%로 3.3%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중국에는 840곳의 해외 법인이 운영되고 있으며, 전년(874곳) 대비 34곳이 줄어들었다.
중국은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전체 수출에서 23%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여전히 중국이 우리 수출의 최대 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으로 지난해 중국이 봉쇄령을 내리면서 중국 내 경제활동이 감소했다. 이는 기업들의 매출에 큰 타격을 입혔을 뿐 아니라 중국의 봉쇄정책이 끝을 알 수 없어 경영 불확실성을 느낀 국내 기업들이 북미시장으로 발길을 돌렸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이후 중국이 시장으로서 불확실성이 높고, 자국 중심적인 정책들로 인해 중국시장의 매력도가 떨어진 게 아닌가 싶다”며 “미국은 시장 규모가 크고, 한류에 대한 관심도도 높아지고 있어 중국에 비해 불확실성이 적은 미국 쪽에 공을 들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치적인 문제도 영향을 줬다. 2016년 8월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가 확정되면서 중국은 한한령(한류제한령)을 내리고, 한국 일부 상품 수입을 금지하는 등 보복 조치에 나섰다. 실제로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보복 조치 이후 국내 자동차업체들의 중국 판매량은 급감했으며, K-콘텐츠 수입 규제가 강화됐다. 2016년 사드 사태로 한국과 중국 간 교역액은 2015년보다 7% 감소했다.
현 정부의 중국을 배척하는 듯한 행보도 중국과 갈등을 심화시켰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 3월 한·일 정상회담, 4월 한·미 정상회담, 5월 한·미·일 정상회담을 통해 한·미·일 3국 협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반면 한·중 관계 발전을 위한 외교 노력은 상대적으로 적은 것으로 평가된다. 또 정부가 대중국 견제 성격이 강한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에 동조하는 모습을 보여 중국과 관계가 멀어지고 있다. 중국과 관계 악화는 우리나라에 경제적 손실을 가져올 수 있으며 국내 기업들이 중국을 중심으로 사업을 하기도 어려워진다는 평가가 나온다.
프랜차이즈업계 한 관계자는 “한·미·일 대 러·중이 대립하는 관계가 형성되면서 기업들이 중국에서 사업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중국이 내수 확대와 자체 생산을 중심으로 하는 쌍순환 전략을 펴고 있고, 미·중 갈등이 지속되고 있어 중국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이 중국에서 미국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듯하다”고 전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미·중 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고, 현재 서구권에 중국 견제 이슈들이 있어서 중국에서 사업을 유지하면 미국에서 사업을 하는 데 문제가 될 수도 있다”며 “또 첨단산업 협력에서 기술적으로 미국과 협력이 훨씬 효용성이 높을 것”이라고 전했다.
북미에서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것도 국내 기업들이 미국으로 진출하는 이유 중 하나다. 외식업계 한 관계자는 “프랜차이즈 같은 경우 미국에서 가장 먼저 산업이 시작됐기 때문에 미국으로 확장을 많이 하는 것 같다”며 “미국에서 많은 프랜차이즈 브랜드들이 경합을 하면서 발전할 수 있고, 미국에서 인정받으면 그만큼 가치가 있다는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고 말했다. 화장품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에서 현지 브랜드들이 성장하고 있어서 경쟁이 치열해져 중국에 진출해 있는 국내 뷰티 브랜드들의 중국 내 성장이 더딘 편이고, 최근 실적이 잘 안 나오고 있기도 하다”며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차원에서 미국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민주 기자 lij907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