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멈춰 하루 수십억 매출 손실에 일감 잃은 협력사 직원들 실직 위기…사측 “사태 정리 후 ESG 대책 세울 것”
#대전공장 재가동 시기도 미정
한국타이어는 지난 3월 13일 대전공장 화재 발생 후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타이어업계에서는 한국타이어가 공장 가동 중단 후 매일 수십억 원의 매출 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보고 있다. 대전공장은 한국타이어 전체 타이어 생산량의 20%가량을 담당한다. 다른 공장의 생산량을 늘리고 있지만 대전공장의 공백을 메우기에는 한계가 있다. 한국타이어는 이미 일부 고객사에게는 물량 공급이 어려울 것이라는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귀연 대신증권 연구원은 “화재로 인한 재고 손실, 생산·매출 차질, 영업기회 손실 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재고 손실은 130억 원, 최악의 경우 일 매출은 최대 32억 원의 손실이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분석했다. 한국타이어는 구체적인 손실액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대전공장 재가동 시기도 현재로서는 미정이다. 대전공장은 제1공장과 제2공장으로 나뉜다. 화재는 제2공장에서 발생했지만 안전 문제를 이유로 제1공장과 제2공장 모두 가동이 중단됐다. 한국타이어는 최근 제1공장 재가동을 위한 시험 가동에 들어갔지만 제2공장 재가동은 기약이 없는 상태다.
대전공장 화재는 실적뿐 아니라 대외적인 이미지까지 악화시키고 있다. 대전공장 인근 아파트 주민들은 분진 등으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현재까지 한국타이어에 접수된 주민 피해는 2000건이 넘는다. 한국타이어는 이들에 대한 보상안을 논의 중이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진전된 내용은 없다.
한국타이어는 화재 피해를 입은 인근 지역 상가 및 아파트 단지 등에서 환경정화 활동을 실시하고 있다.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 놀이터 등 공공시설물에 대해서는 물청소와 운동장 모래 교체 활동을 진행 중이다. 또 ‘헬프데스크’를 운영하면서 인근 지역주민 및 상인들의 피해를 접수 받고, 현장 확인 등 과정을 거쳐 민원을 해결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타이어의 이 정도 노력으로는 여론을 되돌리기 부족하다는 평가다. 심지어 대전 지역 정치권에서는 한국타이어의 대전공장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 송활섭 대전광역시 의원은 지난 3월 28일 본회의에서 “도시 확장으로 인해 2300여 세대가 사는 대단지 아파트 등 도심 한가운데에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이) 위치함에 따라 평소에도 매연 등 도시환경 문제 유발로 끊임없는 민원이 제기됐고, 반복된 화재로 시민에게 커다란 상처와 트라우마를 남겼다”며 “시의성 있는 특단의 결정을 할 때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ESG 등급 하향 조정
한국타이어 내부적인 상황도 혼란스럽다. 한국타이어가 대전공장 가동을 중단하면서 일부 협력업체 직원들이 실직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한국타이어는 계약 만료를 앞둔 일부 협력업체와 재계약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고, 다른 일부 협력업체와는 계약 내용을 변경했다. 일감을 잃은 해당 협력업체들은 직원들을 대상으로 권고사직을 진행하고 있다.
협력업체 직원들은 한국타이어에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4월 13일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타이어사내하청지회를 설립해 단체 행동에 나섰다. 한국타이어사내하청지회에 따르면 협력업체들은 그간 휴업수당을 지급하지 않았으며 권고사직에 응하지 않는 직원에게는 위로금도 지급하지 않겠다고 했다. 권고사직 대상 직원은 260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타이어사내하청지회는 “대전공장에서 하청 노동자들에게 권고사직을 강요하고 폐업한다는 협박을 일삼으며 퇴사를 종용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화재사고에 대한 진정성 있는 반성과 사과는 한국타이어 모든 노동자들의 고용 유지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정치권에서도 한국타이어에 대한 비판에 동참했다. 정의당 대전시당은 “화재와 수습 과정으로 인한 손실을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것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며 “임금과 노동조건의 후퇴가 있어서는 안 될 것이며 특히 비정규직 노동자의 노동조건과 처우가 낙후되지 않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타이어는 협력업체 권고사직 문제와 관련해 선을 긋고 있다. 권고사직 대상자들이 한국타이어가 아닌 협력업체 소속이므로 직접적으로 개입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이와 관련,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정확히 정해진 것은 없지만 공장이 전소된 상황이라 계약 연장은 어렵지 않을까 싶다”라고 말했다.
일요신문은 권고사직을 진행 중인 한 협력업체 대표이사에게 연락을 취했지만 그는 “바쁘니 나중에 전화하겠다”고 한 후 연락을 주지 않았다. 금속노조의 한 관계자는 “기밀 유지 조항이 있다 보니 직원들은 불이익을 우려해 권고사직 관련 내용을 외부에 발설하기 꺼려하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이런 가운데 한국ESG기준원은 지난 4월 11일 한국타이어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등급을 B+에서 B로 하향 조정했다. 대전공장 화재 이후 환경과 노동 이슈가 불거지면서 ESG 등급이 추가로 하락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안 그래도 조현범 한국타이어 회장이 최근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되기도 했다. 해외 기관투자자들이나 금융권에서는 최근 ESG를 중요한 평가지표로 반영하고 있어 ESG 등급 하락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앞서의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아직 화재 원인도 나오지 않았고, 검사도 해야 하는 상황이므로 사태가 정리된 후 ESG 관련 대책을 더 철저하게 세울 것”이라고 밝혔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