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해군연구소 소유 ‘R/P 플립’ 5000m 깊이 해저 정박도 가능
미 해군연구소 소유의 ‘R/P 플립’ 선박을 보면 심장이 쿵 내려앉는다. 아닌 게 아니라 마치 수직으로 기운 채 바다 속으로 침몰하는 듯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플립(FLIP)’이란, ‘부유하는 기기 플랫폼(floating instrument platform)’의 줄임말로, 앞부분이 기다란 형태인 일종의 탐사용 해양 연구 플랫폼이다. 총 길이는 108m며, 1962년 6월 오리건주 포틀랜드에 있는 ‘건더슨 브라더스 엔지니어링’사가 처음 건조했다.
버튼만 누르면 수평으로 떠있던 선박이 서서히 수직으로 기울기 시작하면서 수면과 90도를 이룬 채 꼿꼿이 서있게 된다. 이렇게 수직이 되면 선박의 17m 끝 부분만 수면 위에 나오게 되고, 수평일 때는 칸막이 역할을 했던 격벽이 갑판 역할을 하게 된다. 플랫폼의 중심을 잡아주는 밸러스트(바닥짐)는 대부분 표면파의 영향 아래에 있는 깊은 바닷물이 된다. 때문에 ‘R/P 플립’은 바다에서 부표처럼 흔들리며, 파도의 흔들림에 사실상 영향을 받지 않는다. 다시 수평으로 전환시킬 때는 대형 밸러스트 탱크 안으로 압축 공기를 주입하면 된다.
바다 위에서 자유롭게 떠있을 수도 있지만, 최대 5000m 깊이의 해저 속에 정박할 수도 있다. 해저로 가라앉는 데 걸리는 시간은 하루가 꼬박 걸리는 반면, 수평에서 수직으로 뒤집는 데는 30분도 채 걸리지 않는다. 무게는 약 700톤이며, 다섯 명의 승무원과 최대 열한 명의 과학자를 수용할 수 있다. 또한 자체 동력은 없기 때문에 이동시에는 다른 선박에 의해 견인되어야 한다.
내부 역시 수평 및 수직 위치에서 모두 사용할 수 있도록 특별한 구조로 되어 있다. 예를 들어 변기는 90도 방향으로 뒤집을 수 있고, 샤워기 헤드는 90도 구부러져 있으며, 천장 조명은 수직과 수평에서 모두 사용할 수 있도록 각각의 벽에 설치되어 있다. 사정이 이러니 실내를 걷다 보면 마치 위아래가 뒤집힌 듯한 기이한 느낌이 든다고. 출처 ‘아더티센트럴’.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