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대부 동석 없었다” 해명…KBO 면밀한 조사 뒤 상벌위원회 개최 여부 결정
5월 30일 한 매체에선 한 유튜브 방송을 토대로 추가 취재했다면서 각 구단의 선발과 불펜으로 활약 중인 정상급 투수 3명이 3월 8일 밤부터 3월 11일 새벽까지 도쿄 아카사카에 위치한 한 고급 룸살롱에 드나든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룸살롱 관계자의 전언으로 덧붙인 내용이 아주 구체적이었다.
‘A 구단(SSG 랜더스)의 간판 선발 투수 B 씨(김광현)가 C 구단(두산 베어스)의 우완 불펜 투수 D 씨(정철원)를 데리고 3월 8일 밤 11시부터 이튿날 새벽 6시까지 술을 마셨고, 10일 밤에도 해당 룸살롱을 찾았다는 것과 E 구단(NC 다이노스)의 우완 마무리 투수 F 씨(이용찬)는 3월 9일 밤부터 다음 날 새벽까지 해당 룸살롱에서 술을 마셨다’는 게 주요 내용이었다.
야구계가 이 보도에 뜨겁게 반응했던 건 김광현, 정철원이 새벽까지 술을 마셨다는 3월 9일이 1라운드 1차전 호주전이 열린 날로 경기가 낮 12시에 시작했다는 점과 이용찬의 행적이 3월 10일 일본전과 겹치기 때문이다. 즉 선수들이 경기 당일 새벽까지 술을 마셨다는 건 그 자체만으로 엄청난 ‘사건’이었다.
하지만 KBO가 3명의 선수들을 대상으로 경위서를 받은 결과에 의하면 3명 모두 대회 기간에 술집에 출입한 사실은 인정했지만 술을 마신 장소, 날짜 등에 차이가 있었다. 보도를 통해 ‘룸살롱’으로 소개된 곳은 룸살롱이 아닌 스낵바(일본의 대중 주점의 형태)였고 경기 전날 술을 마신 사실은 없다는 게 선수들 주장이었다.
먼저 3월 7일 해당 스낵바를 찾은 대표팀 선수는 김광현 혼자였다. 김광현은 오사카에서 도쿄로 이동한 날 도쿄에서 일본의 지인을 만났고, 지인의 소개로 그 스낵바를 찾게 됐다. 김광현 측에 의하면 “일본에서 아카사카란 곳도 처음 가봤고, 스낵바도 그날이 처음이었다”고 말한다.
3월 10일은 3명의 선수가 겹친다. 3월 10일 WBC 일본과의 조별리그 경기에 선발 투수로 나섰던 김광현은 2이닝 3피안타 2볼넷 5탈삼진 4실점을 기록했다. 애초 일본전 선발 후보는 구창모였다. 그런데 평가전에서 난조를 보이는 바람에 승부처에서 불펜 투수로 등판할 계획이었던 김광현이 일본전 선발로 마운드에 오른 것이다.
이번 WBC를 끝으로 국가대표에서 은퇴하기로 결심했던 김광현한테 일본전의 4실점은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결국 경기는 4-13 참패로 끝났다. 경기 후 안산공고 선후배 사이인 김광현과 정철원은 식사와 반주를 할 수 있는 해당 스낵바를 찾았다. 그들은 김밥과 수제비 등으로 간단히 식사를 마치고 술을 마신 후 새벽 2시 30분에 업소를 나와 숙소로 돌아갔다고 한다.
흥미로운 건 이용찬이 1차에서 지인과 식사를 마치고 그 스낵바를 찾았다가 김광현, 정철원과 우연히 마주쳤다는 사실이다. 이용찬은 일행이 있었기 때문에 다른 선수들과 합석하지 않았다. 이후 공식 사과를 통해 이용찬과 정철원은 해당 스낵바에서 여성 접대부 등이 일절 동석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김광현은 6월 1일 삼성전을 앞두고 취재진을 만난 자리에서 “베테랑으로서 생각이 너무 짧았고, 스스로 컨트롤(통제)할 수 없었다는 것에 대해 정말 후회를 많이 하고 있다”면서 “지금 진행 중인 KBO 조사를 충실히 잘 받고, 그에 대한 결과는 겸허히 받아들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정철원은 “결코 술자리에 여자가 없었다”고 거듭 강조했고, 이용찬은 “이유를 불문하고 국제대회 기간 중 음주를 한 점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재차 머리를 조아렸다.
KBO는 선수들의 전체 동선을 체크하고 해당 스낵바에 직원을 파견하는 등 면밀히 조사해서 상벌위원회 개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상벌위원회가 열린다면 해당 선수들이 국가 대표 운영 규정에 어긋난 행동을 했는지를 검토한 다음 관련 조치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
취재 중 연결이 된 한 야구 관계자는 일본에서 스낵바를 방문한 경험이 있다며 기자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곳은 룸이 없는 곳이다. 공간이 오픈된 곳이고 여성 종업원이 오가며 손님과 잠시 대화 나누고 자리를 옮기는 등 일반 주점이나 다름없다. 대회 기간 중 경기가 없는 날이라도 그런 장소에 갔다는 건 비난받을 수 있겠지만 선수들이 경기 마치고 자유 시간을 보내는 것까지 비난받아야 하는지는 생각해볼 문제다.”
WBC 대표팀을 응원했던 팬들은 당시 호주전에 이어 일본전 대패의 충격에서 쉽게 헤어 나오지 못했다. 기대 이하의 성적에 비난 여론도 들끓었다. 그런 상황에서 일부 선수들의 일탈이 세상에 알려진 것이다. KBO가 이번 일을 어떻게 조사해서 마무리 지을지 궁금할 따름이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