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이 불 지핀 ‘조국 출마설’ 박지원이 ‘호남 창당’으로 기름 부어…정치권에선 회의적 시선 우세
현재 정치권에선 제3지대 정당 논의가 한창이다. 지난 4월 제3지대론에 불을 지폈던 금태섭 전 민주당 의원은 9월경 발기인 명단을 발표하고 연내 신당을 만들 예정이다. 양향자 무소속 의원은 이미 창당 선언을 했다. 이 밖에도 정의당 의원들, 민주당 전·현 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창당 움직임이 물밑에서 포착되고 있다.
관전 포인트는 기존의 거대 양당 의원들이 얼마나 3지대로 옮겨가느냐다. 정가에선 국민의힘과 민주당 모두 ‘물갈이’ 요구가 거세다는 점에서 공천 탈락이 유력한 정치인들이 3지대로 합류한다면 의외로 그 수가 늘어날 수 있다고 본다.
그동안 정치권에선 영남권 신당에 대한 얘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선 호남 신당이 주요 이슈로 떠올랐다. 민주당 친명과 비명 간 갈등이 도화선이 됐다. 자연스레 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정계개편설이 돌았고, 이는 앞서 언급한 3지대 정당 시나리오와 맞물려 호남 신당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제22대 총선 출마설은 여기에 불을 지폈다. 조국 전 장관이 호남 지역에 출마할 수 있고, 이 경우 신당을 만들 수 있다는 구상이다. 사실 조국 전 장관의 총선 출마는 여권에서 먼저 띄웠다. 이를 두고 정가에선 여권의 ‘민주당 갈라치기’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
당초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총선 출마설은 여권에서 불을 지폈다. 조국 전 장관이 출마해야 내년 총선에서 판을 흔들 수 있다는 것. ‘윤석열 대통령의 멘토’로 알려진 신평 변호사는 지난 4월 23일 자신의 SNS(소셜미디어)에 “조 전 장관이 출판기념회에서 총선 출마 여부를 묻는 질문에 ‘말씀드리기 곤란하다’고 확답하지 않았다. 이 말은 그가 총선에 출마할 문이 열리면 반드시 출마의 길을 걸어가겠다는 말로 해석해도 무방하다”며 “일단 출마하면 설사 무소속이라 하더라도 그가 가진 정치적 자산이 워낙 출중해 무난히 당선될 것”이라고 처음 가능성을 언급했다.
더 나아가 신 변호사는 “한국에서 주요한 정치지도자가 되기 위해서는 고난의 서사와 사람을 끌어 모으는 힘, 두 가지 기본 요건이 필요한데, 지금 야권에서 완벽히 갖추고 있는 사람은 조국 전 장관”이라고 치켜세웠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의구심을 나타냈다. 총선은 ‘윤석열 정부 심판론’ 성격이 강한데 조 전 장관이 등판하면 ‘제2의 조국 대전’으로 구도가 흔들릴 수 있다는 계산을 국민의힘이 했다는 것이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 수능 발언 혼란 등 윤석열 정부의 여러 실정으로 여론조사를 보면 윤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이나 국민의힘 지지율이 민주당에 밀리는 수치를 보이고 있다. 여권 입장에서는 이대로 가면 내년 총선에서 필패한다는 걱정이 깊을 것”이라며 “보수진영에서 구도 전환이 필요하다 생각했고, 이를 위해 찾은 게 조국 전 장관 같다”고 했다.
하지만 최근 미묘한 기류 변화가 감지된다. 야권 내에서도 조 전 장관이 실제 총선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조국 전 장관은 6월 10일 자신의 SNS에 “오늘 문재인 대통령을 오랜만에 찾아뵙고 평산책방에서 책방지기로 잠시 봉사한 후 독주를 나누고 귀경했다”고 밝혔다. 게시물과 함께 조 전 장관은 문 전 대통령과 함께 경남 양산 사저 주변을 둘러보는 모습, 평산책방에서 함께 책방지기를 하는 모습, 사저에서 함께 술을 마시는 모습 등 사진을 공개했다. 문 전 대통령과 조 전 장관의 만남이 공개된 것은 3년 6개월여 만이다.
이어 조 전 장관은 “(윤석열 정부 취임 후) 문재인 정부의 모든 것이 부정되고 폄훼되는 역진과 퇴행의 시간 속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 중이며, 지도도 나침반도 없는 ‘길 없는 길’을 걸어가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조 전 장관이 ‘현실정치 참여’를 피력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쏟아졌다.
조국 전 장관이 신당을 창당해 광주에 출마할 것이라는 구체적인 주장까지 나왔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6월 16일 KBS라디오 ‘주진우 라이브’에 출연해 “새 길을 간다고 했지 않나. 없는 길”이라며 “그럼 무소속 혹은 신당 창당 가능성이 있는데, 나는 ‘신당 창당’에 더 무게를 둔다”고 밝혔다. 이어 “조 전 장관 지역구는 광주”라며 “두고 보라”고 확신했다.
조 전 장관이 총선 출마를 결심했다 해도 민주당 공천을 받기는 어려울 것이란 데 무게가 실린다. 무고함을 주장하는 것과는 별개로 조 전 장관을 비롯해 가족들의 사법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민주당 재선 의원은 “총선 공천 과정에서 잡음은 늘 존재한다. 그럼에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공천에 명확한 기준을 세우고 룰대로 진행하는 것”이라며 “조 전 장관의 사법 문제가 정치탄압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공천 심사 과정에서 시시비비를 두고 여러 말들이 나올 것이다. 당이 조 전 장관 한 명 때문에 그런 부담을 감수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조 전 장관 역시 민주당에서 공천 받을 생각을 아예 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럼에도 조 전 장관이 무소속이나 신당을 창당해 출마하는 것까지 막을 수는 없는 일 아니냐는 반응이다. 야권 관계자는 “출마를 결심한다면 본인의 명예회복을 위한 것이다. 윤석열 정부에 대한 맞대결 의지도 있다”며 “민주당을 위해 조 전 장관이 그동안 참고 감내한 부분도 있다. 그런데 당을 위해 출마 참아달라는 요청하면 조 전 장관에 또 한 번 고통을 주는 것이다. 본인이 결심하면 어떻게 말릴 수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결국 조 전 장관의 판단에 달렸다는 의미다.
결국 관심사는 조 전 장관이 출마를 넘어서 신당 창당을 주도할 것이냐는 지점이다. 조 전 장관은 부산 출생에 현재 서울에 거주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그동안 선거 때마다 부산과 서울 출마설이 나왔다. 이번에도 신 변호사는 구체적으로 서울 관악구를 출마 지역구로 지목했다. 반면 박 전 원장은 조 전 장관의 연고가 없는 광주 출마를 예측하면서, 신당 역시 호남을 기반으로 한 당이 되지 않겠느냐는 분석이다.
다만, 조국 전 장관의 신당에 누가 합류할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이재명 체제 하에서 민주당 공천을 받기 어렵다고 판단한 친문계 인사들이 신당으로 이동할 것이라는 분석과, 반대로 김남국 의원 등 부득이하게 민주당 밖에 있는 개혁 성향 친이재명계 인사들이 신당에 들어가 민주당을 옆에서 지원한다는 가설도 나온다.
정치권에선 호남 신당 창당에 대해 현실적으로 힘들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조국 전 장관의 출마 및 신당 창당에 대해서도 비슷한 기류다. 앞서 야권 관계자는 “신당 창당과 광주 출마를 누가 얘기했느냐. 박지원 전 원장이다. 복귀를 원하는 민주당 중진 정치인들은 이재명 체제를 흔들어야 본인들의 공간이 생긴다. 그래서 생각한 게 호남 판을 흔들어보자는 생각인 것 같다”고 했다.
이어 그는 “2016년에도 민주당에서 공천 안 되니 안철수 의원을 간판으로 내세워 국민의당으로 호남에서 성공하지 않았나. 이번엔 안철수 의원 대신 조국 전 장관을 간판으로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조국 전 장관은 그런 구상에 흔들릴 사람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