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견제하더니 ‘알뜰폰TF’ 영업팀으로 격상…사상 처음 40% 점유율 깨져 고육지책 꺼낸 듯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 무선통계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전체 이동통신 회선은 7879만 개였다. 이 중 SK텔레콤이 보유한 회선은 전체 회선의 39.32%인 3098만 개다. SK텔레콤은 지난해 11월 39.94%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사상 처음으로 40%대 점유율이 깨졌다. 이후로도 점유율이 지속적으로 점유율이 하락하고 있는 모습이다.
SK텔레콤의 점유율 하락에는 알뜰폰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알뜰폰 회선은 2021년 말 1035만 개에 불과했지만 올해 4월에는 1389만 개로 늘었다. 현재는 알뜰폰 회선이 1400만 개가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알뜰폰의 점유율은 2021년 말 14.21%에서 올해 4월 말 17.63%로 3.42%포인트(p) 증가했다. 같은 기간 KT의 점유율은 23.97%에서 22.31%로 감소했고, LG유플러스 역시 20.80%에서 20.74%로 소폭 줄었다.
통신업계에서는 알뜰폰이 성장하면서 SK텔레콤이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고 평가한다. 실제로도 SK텔레콤의 점유율은 2021년 말 41.02%에서 올해 4월 말 39.32%로 줄어 경쟁사에 비해 낙폭이 컸다. SK텔레콤은 그간 알뜰폰 사업에 소극적으로 나섰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 경쟁사인 KT와 LG유플러스의 알뜰폰 사업을 견제한다는 뒷말도 나돌았다.
윤영찬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 등은 2021년 국정감사 당시 이동통신 3사(SK텔레콤·KT·LG유플러스) 자회사의 알뜰폰 시장 철수를 요구했다. 이동통신 3사 자회사가 알뜰폰 시장을 장악하면서 중소기업의 알뜰폰 시장 참여가 어려워지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에 KT와 LG유플러스 임원들은 국정감사에서 “중소사업자들을 지원하며 상생하겠다”면서 철수하지 않겠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임혜숙 당시 과기정통부 장관도 “이용자 권리 침해가 있을 수 있다”며 반대했다. 그러나 강종렬 SK텔레콤 사장은 국정감사에서 “국회나 정부 결정이 나면 따르겠다”고 말했다.
당시 통신업계 일각에서는 SK텔레콤이 KT와 LG유플러스의 알뜰폰 시장 진출을 막기 위한 시도로 분석했다. 다만 SK텔레콤은 정부가 알뜰폰 시장 철수를 요구하면 그에 응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SK텔레콤은 올해 들어 알뜰폰 관련 정책에 변화를 주고 있다. SK텔레콤은 올해 초 ‘알뜰폰TF’를 구성한 데 이어 지난 4월에는 TF를 정규조직인 ‘알뜰폰 영업팀’으로 격상시켰다. 자회사 SK텔링크를 통한 알뜰폰 도매 회선 영업에도 보다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알뜰폰 시장에서는 이동통신 3사 모든 회선에서 0원 요금제 경쟁이 벌어질 정도다.
이는 알뜰폰 성장이라는 대세를 거스르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로 해석된다. 윤석열 정부는 가계통신비 인하와 알뜰폰 진흥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이대로 알뜰폰을 견제하고만 있다가는 점유율은 점유율대로 줄어들고, 알뜰폰 도매 회선은 KT와 LG유플러스에게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낀 듯하다”고 평가했다.
SK텔레콤으로서는 현 상황이 유쾌하지는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무엇보다 단위매출(ARPU)이 높은 고객용 휴대폰 회선이 줄어들고 있다. 현재 국내 이동통신 회선은 7800만 개를 넘어섰다. 이 중 차량과 사물인터넷(IoT)을 제외한 실제 고객용 회선은 지난 4월 기준 5590만 개 수준이다. 고객용 회선의 경우 2019년 말 5612만 개에서 오히려 감소했다. 그런데 알뜰폰의 고객용 휴대전화 회선은 2021년 말 681만 개에서 올해 4월 779만 개로 늘었고, 자연스럽게 이동통신 3사의 회선은 줄어들었다.
통신업계 다른 관계자는 “진짜 돈이 되는 고객용 휴대전화 회선이 유지되면서 알뜰폰으로 차량과 IoT 회선이 늘어난다면 이동통신사 입장에서도 나쁠 것이 없지만 사실상 전 국민이 휴대전화를 지닌 현실을 감안하면 비싼 이동통신 3사의 본사 회선 매출이 저렴한 도매 알뜰폰 매출로 전환되고 있는 셈”이라며 “장기적인 가입자당 매출 감소를 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SK텔레콤 관계자는 “알뜰폰 가입자가 늘어나고 관심도 높아져서 이에 대해 적극적인 지원을 해주려 한다”며 “(알뜰폰TF는) 체계적으로 지원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의 지속적인 통신비 인하 압박도 이동통신 3사를 난처하게 만들고 있다. 통신업계는 이미 5G 중간요금제를 다수 내놨고, 더 저렴한 청년요금제를 속속 출시하고 있다. 그런데 이동통신 3사가 당초 예상한 것보다 중간·청년 요금제 가입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는 뒷말이 나온다. 이 또한 가입자당 매출 저하를 일으키는 요인이다.
이는 KT와 LG유플러스 입장에서도 우려 요인이다. 두 회사는 알뜰폰 시장을 키워 SK텔레콤을 견제하겠다는 전략을 펼쳤다. 하지만 알뜰폰이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성장하며 두 회사의 수익성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동통신 회선 수가 포화된 상황 하에서 기존 이동통신 3사의 회선이 저렴한 도매 알뜰폰 회선으로 대체되는 추세다. 이동통신 3사로서는 장기적으로 수익성 악화에 대한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앞서의 통신업계 관계자는 “5590만 고객이 지불하는 요금이 1인당 1000원씩만 줄어도 이동통신 3사 월 영업이익 559억 원, 연간 영업이익 6700억 원이 증발한다”며 “현재 5G 가입자 증가로 이동통신 3사 통합 4조 원대 영업이익을 거두고 있지만 이미 5G 가입자가 3000만 명을 돌파한 상황에서 향후 5G 가입자 확보는 쉽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장기적으로 수익성은 악화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민영훈 언론인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