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년 전부터 e커머스 손잡고 매출 훌쩍…사기 방지 위해 이력 추적·투명한 감정 등 홍보
최근 들어 중국의 20~30대 사이에서 중고명품은 사치품이 아니라 필수품으로 꼽힌다. 졸업이나 생일 선물로도 인기가 많다. 터우비아오 연구소에 따르면 2025년 중국의 중고명품 시장 규모는 348억 위안(6조 18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페이위, 홍시린, 팡후 등 중고명품 플랫폼엔 투자가 몰려들고 있다.
중고명품 매출이 가파르게 늘어난 것은 불과 3~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중고명품 업계가 ‘e커머스’와 손을 잡으면서라는 분석이 주를 이룬다. 오프라인에 기반을 뒀던 중고시장은 빠르게 온라인으로 옮겨갔다. 온라인 시장이 커지자 동시에 오프라인 판매도 활발해졌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윈윈’을 하면서 매출이 늘어나고 있는 셈이다.
중고명품 플랫폼 ‘쥐시’는 업계의 신흥강자로 꼽힌다. 창업자 쑤원펑은 “하루에 중고명품 가방의 판매량은 300~500건이다. 6월 ‘쇼핑 대축제’ 기간에만 2억 위안(355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쥐시의 판매량은 최근 중고명품 시장의 호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쥐시는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지 않는다. 오직 온라인 채널을 통해서만 중고명품을 판매한다. 쥐시 사옥은 50개의 생방송 스튜디오를 갖추고 있다. 쥐시 소속 아나운서들은 10㎡ 스튜디오 안에서 중고명품의 가치를 설명한다. 이들이 쥐시의 2022년 연간 매출 20억 위안(3550억 원)을 이끌었다.
쥐시 측은 중고명품을 구매해서 다시 판매하기까지 평균 3일이 소요된다고 밝혔다. 구매, 감정, 세척, 사진촬영, 진열 등을 거쳐 소비자가 구매하기까지의 기간이다. 워낙 판매가 잘 되다 보니, 중고명품 업체들 사이에선 ‘물량 확보’가 비상으로 떠올랐다.
당국에 따르면 2023년 7월 기준 중고명품 업체는 9758개다. 2020년에 비해 3000개 이상 늘어난 규모다. 중고명품 업계에 대한 투자가 각광을 받으면서 투자금액 역시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그동안 중국인들은 중고명품을 신뢰하지 않았다. 가짜가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온라인으로 플랫폼을 옮긴 중고명품 업계는 이력 추적, 투명한 감정 등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이는 젊은이들을 중고명품 시장으로 끌어들이는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이력추적검사검정인증센터 디렉터인 쉬즈디는 “그동안 이력 추적, 감정은 오프라인에서 주로 간간이 이뤄졌을 뿐이다. 하지만 플랫폼이 온라인으로 바뀌면서 그 건수가 크게 많아졌다”고 했다. 그는 “지금 중고명품 주요 통로는 온라인이다. 오프라인 매장은 온라인을 지원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고 했다.
얼마 전 정밀시장연구센터가 발표한 ‘2023 중국 럭셔리 제품보고서’에 따르면 온라인을 통한 중고명품 거래에 대한 신뢰도 지수는 2021년에 비해 30%포인트 이상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으로 중고명품을 사는 이유는 시간 절약(46%), 편의성(44%) 순이었다.
소비자산업 수석분석가인 리진찬 연구원은 “생방송, 인터넷 등의 활용으로 중고명품 시장이 급속한 발전기를 맞았다. 소비자들은 단순히 편하다고만 해서 이용하진 않는다. 오프라인에 비해 온라인이 더욱 투명한 정보를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또 다양한 제품을 비교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중고명품 사기는 여전하다. 특히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여러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엔 경쟁사가 보낸 제품을 중간에서 빼돌리는 일도 벌어졌다. 과다 경쟁으로 가격을 지나치게 낮춘 나머지 적자 때문에 문을 닫는 업체도 생겨났다.
이러한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쉬즈디는 온라인 중고명품 시장의 미래는 밝다고 본다. 그는 “업계가 수년간 축적한 감정 기술 및 데이터는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했다. 소비자들의 신뢰도를 꾸준히 쌓아간다면 중고명품에 대한 소비자 수요는 갈수록 늘어날 것이란 의미다.
주요 중고명품 업체는 공동으로 감정 프로세스를 진행하고 있다. 항저우에 위치한 중고명품 창고는 몇몇 업체들이 함께 투자해 만든 곳이다. 여기에선 개봉 검사, 등록, 사진촬영, 재검사 및 감정, 밀봉, 발송 등 6개의 과정을 거친다. 모든 과정은 녹화된다. 또 전문 감정사가 배치돼 있다. 중고명품 입고에서 발송까지의 시간은 대략 13시간이다.
쥐시의 창업자 쑤원펑은 중고명품 판매에 빅데이터를 도입했다. 과거 3개월 판매 실적 등을 분석한 뒤 어떤 제품이 시장에서 통할지 예측한 다음, 이를 구매 부서에 전달하는 방식이다. 쑤원펑은 “우리가 진행하는 생방송에 대한 피드백을 면밀히 파악하고 있다. 이에 따라 방송을 더욱 세분화해 특정 제품의 전용 코너를 개설할 것”이라고 했다.
중국=배경화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