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불속행 기간 도과 고지…남양유업 ‘주가 악영향’ 사모투자펀드 ‘소송 장기화 우려’
남양유업과 한앤코 간의 경영권 분쟁은 2년 전부터 시작됐다. 남양유업은 2021년 4월 자사 제품 ‘불가리스’ 허위‧과장 광고 혐의로 경찰수사를 받았다. 이에 그해 5월 홍원식 회장은 회장직 사퇴와 함께 홍 회장 일가가 보유한 남양유업 지분 53.08%를 한앤코에 양도하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이후 홍 회장은 7월 한앤코 측 이사를 선임하기 위해 열린 임시주주총회에 불참했고 9월 한앤코에 계약 해제를 통보했다. 이에 한앤코가 홍 회장 측을 상대로 주식양도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소송 과정에서 홍 회장측은 주식매매계약에서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매수·매도 양측을 모두 대리한 것이 문제라고 주장했다. 쌍방 대리로 매도인의 권리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다며 거래 무효를 주장하는 것이다. 또 한앤코가 백미당 사업권 보장과 홍 회장 일가에 대한 임원 예우 등의 별도 합의사항을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1‧2심 법원은 한앤코의 손을 들었다. 1심 재판부는 양측의 주식매매 계약이 체결됐다고 보고 효력을 인정했다. 2심 재판부 또한 “이 사건은 변론이 종결된 이후 피고 측에서 변론 재개를 위한 자료를 제출해 검토했지만 결과적으로 변론을 재개할 만한 사유가 없다”며 “피고들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고 판시했다. 이후 지난 3월 홍 회장 측 법률대리인은 입장문을 내고 “이번 항소심에서 재판부는 항소한 당사자에게 실질적인 입증의 기회를 단 한 차례도 주지 않고 이례적으로 3개월 만에 심리를 빨리 종결해 버렸다”며 “그 결과 법리에 관한 다툼이 충분히 심리되지 못했다”고 주장하며 상고장을 제출했다.
1‧2심뿐 아니라 세 차례의 가처분 소송에서 홍 회장 측이 모두 패했기 때문에 이번 상고심에서 대법원이 심리불속행 기각 판결을 할 것으로 점쳐졌다. 그러나 예상 밖으로 대법원이 심리 속행을 결정하면서 소송이 장기화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홍원식 회장 측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바른 관계자는 “대법원에서 사건이 어떻게 진행 중인건지 우리도 파악 중이라 입장 밝히기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이런 가운데 소송 장기화 우려로 남양유업 주가는 곤두박질 쳤다. 지난 18일 심리불속행 기간이 도과하자 이날 남양유업 주가는 장중 한때 전날보다 12%까지 하락한 42만 8000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한앤컴퍼니 직원의 미공개 정보 활용 투자 의혹이 막판에 변수로 작용했을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올해 초 한앤컴퍼니 직원이 남양유업 경영권 인수 발표 전 미공개 정보를 활용해 남양유업 주식을 매입, 부당한 시세차익을 얻은 혐의로 수사를 진행했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다른 해석을 내놨다. 쟁점이 없는 소송 건이 장기전이 되는 경우는 드물고, 심리불속행 기간이 지났더라도 빠르게 판결이 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심리불속행 기간 도과가 상고인에게 유리한 시그널인가 묻는다면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라며 “패소하더라도 판결 이유는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은 있다”고 말했다. 남양유업 감사인 심혜섭 변호사도 “대법원 사건 특성상 수년이 걸릴 수도 있지만 대법원이 심리불속행 기간을 살짝 넘겨서 기각하는 사례가 드물지 않다”며 “심리불속행 기각이 너무 많으면 대법원의 존재 의미나 3심제가 잘 작동하지 않는 현실 등 여러 비판 때문으로 추측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사회적 관심을 받는 사안이기도 하고 소송가액이 고액인 경우 정식 심리 진행을 하지 않고 기각하기엔 재판부에게 부담이 컸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과거 인천공항공사와 인천공항 토지에서 영업을 한 스카이72 골프장 간의 소송도 1‧2심 모두 재판부가 공사 측 손을 들어줬으나 심리 불속행 기간이 지나 몇 달 만에 대법원에서 최종 선고가 이뤄지기도 했다.
소송이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남양유업과 한앤코 양측 모두에 마이너스인 것은 분명하다. 일반적으로 펀드 만기가 보통 10년인 PEF에게 수년간 법정 소송에 휘말림으로 경영권 확보가 이뤄지지 않는 것은 큰 부담일 수밖에 없다. 남양유업 또한 영업손실을 기록하고 있는 상황에 경영 정상화가 지연되면서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남양유업의 영업손실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868억 원으로 전년 778억 원 보다 11.5% 증가했다. 같은 기간 순손실은 588억 원에서 784억 원으로 33.2% 확대됐다. 올해 1분기에도 영업손실 157억 원을 기록했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현재 대법원에서 심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회사가 달리 드릴 말씀은 없다”며 “실적 정상화를 위해서는 신성장 동력으로 단백질 음료, 식물성 음료, 건기식 제품 출시와 함께 B2B(기업간거래) 및 해외시장 진출 확대를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김정아 기자 ja.ki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