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CNS 대표 시절 경영 능력 높게 평가…조직개편·실적 회복·낙하산 논란 등 과제
#KT 대표이사 선임 과정까지
KT 이사회는 지난 3월 윤경림 전 KT 사장을 차기 대표이사 후보로 내정했다. 하지만 윤 전 사장이 곧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차기 대표이사 선임 절차도 원점으로 돌아갔다. 그런데 윤 전 사장이 사퇴한 이유가 정부의 압박 때문이라는 주장이 일면서 논란이 있었다. 당시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여당 의원들은 “KT 내부에서는 구현모 대표가 수사 대상이 되자 사퇴하면서 자신의 아바타인 윤경림 사장을 세우려 한다”고 비판했다. 심지어 대통령실도 KT 대표이사 선임 과정을 놓고 “공정하고 투명한 거버넌스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지어 검찰은 KT 일감 몰아주기 의혹 수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차기 KT 대표이사로는 정치권 인사가 선임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다. KT는 당초 대표이사 지원자 명단을 공개하지 않았다. 정치권 인사가 KT 대표이사에 대거 지원한 사실이 알려질 경우 시민단체 등의 비판을 받을 수 있다. KT가 이를 의식해 지원자 명단을 공개하지 않았다는 뒷말이 나오기도 했다.
참여연대는 “본인들이 원하는 인물을 민간기업 KT 대표로 앉히려는 정권의 집요함과 탐욕이 자리 잡고 있다”며 “여러 공공기관에 검사, 대통령의 지인을 꽂아 넣어 물의를 일으켜온 현 정권이 이제는 민간기업인 KT의 지배구조에도 개입하면서 한 회사를 엉망으로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KT새노조도 “정치권 낙하산 사장이 현실이 되면 KT의 이권 카르텔을 몰아낸 자리는 정치 카르텔의 차지가 될 것이고, KT는 회복 불가능한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KT는 지난 7월 13일 “대표이사 후보 공개 모집을 진행한 결과 총 20명이 지원했다”며 “0.5%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주주와 외부 전문기관으로부터 각각 1명, 6명의 후보를 추천받았다”고만 밝혔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KT 대표이사 최종 후보에 정치권 인사는 보이지 않았다. KT는 지난 7월 28일 대표이사 후보 심층면접 대상자로 김영섭 전 LG CNS 사장, 박윤영 전 KT 사장, 차상균 서울대학교 교수 등 3명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유력 후보로 거론됐던 윤진식 전 산업자원부 장관, 김종훈 전 새누리당 의원 등은 최종 후보에 오르지 못했다.
#김영섭 내정자는 누구?
1959년생인 김영섭 내정자는 경북대학교사범대학부속고등학교와 고려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김 내정자는 1984년 럭키금성상사(현 LX인터내셔널)에 입사해 30년 이상 LG그룹에서 근무한 정통 ‘LG맨’이다.
김영섭 내정자는 입사 이후 LG그룹에서 주로 재무 및 회계 담당 업무를 맡았다. 그는 LG그룹 구조조정본부를 거쳐 2003년부터 LG CNS, LG유플러스 등에서 근무하며 IT 업계에서 일했다. 2015년에는 LG CNS 대표이사에 취임해 지난해 사퇴했다.
김영섭 내정자에 대해서는 기대와 우려가 공존한다. 김 내정자는 대기업 계열 IT 업체를 이끈 경력이 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윤종수 KT 이사회 의장은 김 내정자에 대해 “다년간의 ICT 기업 최고경영자(CEO)로서 쌓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변화와 혁신을 주도할 수 있는 경영 체계 정착 및 기업문화 개선 의지가 뛰어나 향후 KT 미래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김영섭 내정자에 대한 재계의 평가는 재무통과 전략통으로 요약된다. 이와 관련, 재계 한 관계자는 “김영섭 내정자는 어려웠던 LG CNS 대표를 맡아 실적을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경영 능력은 검증받은 셈”이라면서 “대표 재직 시절 SI 업계의 구태를 바꾸려고 앞장서기도 했고 내부적으로 신상필벌 체제를 갖추는 등 대체적으로 선이 굵은 면모를 보여주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다만 김영섭 내정자가 LG CNS를 사퇴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회사 규모가 더 큰 KT 대표에 내정된 것을 두고 KT 내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감지된다. 더구나 KT는 순혈주의 문화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적 회복이라는 만만치 않은 과제
KT의 수장 공백이 길어지면서 김영섭 내정자가 해결해야 할 과제도 산적해 있다. 대표이사 선임이 지연되면서 임원 인사 역시 늦어지고 있다. 현재 승진 대기 중인 상무보급 임원만 약 40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초 예정됐던 조직개편도 무기한 연기된 상태다. 김 내정자는 KT 내부에서 활동한 적이 없다. 따라서 올해 임원 인사나 조직개편을 최소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KT 내부 이해도가 부족한 상황에서 섣부르게 조직을 개편했다가 역풍에 휩싸일 수 있다.
김영섭 내정자는 KT 실적 회복에도 집중해야 한다. KT의 매출은 지난해 1분기 6조 2777억 원에서 올해 1분기 6조 4437억 원으로 2.6% 증가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6266억 원에서 4861억 원으로 22.4% 하락했다. 증권가에서는 KT가 올해 하반기에도 부진한 실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한다. 김홍식 하나증권 연구원은 “새로운 경영진이 올해보단 내년, 내년보단 후년도 KT 실적 관리에 치중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면 2023년 하반기 영업비용은 보수적으로 책정될 전망”이라며 “2023년 KT 연결 및 본사 영업이익은 2022년 대비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여론 안정에도 힘쓸 것으로 전망된다. 김영섭 내정자는 정치권 인사는 아니지만 낙하산 논란에서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김 내정자는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의 친형 이종섭 씨와 경북대학교사범대학부속고등학교 동문이다. KT새노조는 KT가 대표이사 최종 후보 3명을 공개할 당시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의 친형과 고교 동문인 후보가 공교롭게 두 명으로 낙하산 논란이 예상된다”며 “내부에서는 후보 선정과정에서 외압설이 제기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