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팀은 협회 지원 미비, 여자팀은 리더십 논란…흔들리는 대표팀 어떤 결과 낼지 관심
#농구 대표팀과 아시안게임
남녀 농구 국가대표팀은 국내 농구 인기 하락, 저변 약화 등이 겹치며 국제 경쟁력이 지속적으로 떨어졌다. 남자농구는 1996 애틀랜타 올림픽이 마지막 대회 참가다.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컵에서도 2003년 결승 진출 이후에는 4강과 8강권을 오가고 있다. 그나마 사정이 낫다던 여자 대표팀도 1984년 올림픽 은메달, 2000년 4위 등 과거의 영광을 찾지 못하고 있다.
아시안게임은 비교적 한국 농구가 두각을 나타내 왔던 대회다. 남녀 대표팀 모두 FIBA 아시아컵에서는 마지막 우승(남자 1997년, 여자 2007년)까지 오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야 하지만, 아시안게임에서는 2014년 함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지난 아시안게임에서도 남녀 대표팀은 비록 2연패에는 실패했지만 메달권에 들며 자존심을 지켰다. 남자 대표팀은 연승 행진을 벌였으나 4강에서 이란을 만나 대패했다. 대만을 밀어내고 동메달을 따냈다. 여자 대표팀은 대회에 앞서 남북 단일팀이 구성됐다. 대한민국 선수가 주축이 되고 북한 선수 3명이 합류해 힘을 보탠 단일팀은 결승에서 중국에 막혀 은메달을 따냈다.
#갑작스런 대회 불참에 훈련 공백
남자 대표팀은 아시안게임을 앞둔 이번 여름, 갑작스레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첫 소집 이후 일본을 초청해 친선전 2경기를 치른 이들은 당초 8월 중순부터 올림픽 사전 자격 예선에 참가할 예정이었다. 대만, 인도, 바레인과 조별예선을 치르는 대진이었다. 올림픽으로 가는 관문이기도 했으나 아시안게임을 대비하는 전지훈련 및 평가전의 의미도 겸한 대회였다.
하지만 대표팀의 계획은 틀어졌다. 경기가 열리는 장소가 아프리카의 시리아였던 것이 문제가 됐다. 시리아는 여행 금지 국가로 지정된 곳이다. 대회 참가를 위해 정부 기관의 허락을 받아야 했다. 결국 대표팀은 대회 불참을 결정했다. 올림픽 티켓을 잃었을 뿐 아니라 실전에서 선수들이 호흡을 맞추고 전력을 점검하는 기회를 날린 것이다.
해외 대회 일정이 백지화된 대표팀의 발등엔 불이 떨어졌다. 국내에는 프로팀과 대학팀 등 연습경기 상대들이 이미 대부분 자신들만의 일정을 확정 지은 상태였다. 이 가운데 지난 8월 15일 광복절에 열린 대표팀과 대구가스공사의 연습경기 결과는 놀라움을 안겼다. 가스공사가 대표팀을 상대로 82-66 대승을 거뒀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 KBL에서 9위에 그치고 현재 전력도 약체로 평가받는 가스공사가 KBL 올스타급 선수들이 포진한 대표팀을 상대로 승리하리라는 예상은 많지 않았다. 농구협회의 준비 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올 만했다. 갑작스런 연습경기 일정에 대표팀은 경기 당일 선수촌이 위치한 충북 진천에서 대구까지 버스로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숨 돌릴 틈 없이 곧장 경기가 이어지는 일정에 선수들 몸이 무거울 수밖에 없었다. 이튿날 열린 2차전에서는 대표팀이 승리를 거뒀다.
대표팀의 파행 운영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올림픽 사전 예선이 시리아에서 열리는 것이 결정됐다면 불참을 대비해 '플랜B'를 준비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비판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농구협회는 가까스로 일본 전지훈련 일정을 최근 확정지었다.
대표팀을 향한 부족한 지원도 농구계에선 걱정스런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농구협회가 발표한 대표팀 명단에는 코칭스태프가 추일승 감독과 이훈재 코치, 단 두 명으로 구성돼 있다. 대표팀 측은 최소한의 처우만 보장하는 코치 추가 인선을 요청했으나 협회가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안게임에서 경쟁할 일본, 중국 등은 각 역할을 분담한 코치, 트레이너 등 10명 내외의 스태프가 함께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자농구 최초 아시아 4강 실패 '호주 참사'
여자 대표팀은 경기력 면에서 의문 부호가 따른다. 여자농구 대표팀은 2020 도쿄 올림픽 때만 해도 긍정 평가를 받았다. 전주원 감독이 이끈 당시 대회에서 대표팀은 비록 3패를 기록했으나 여자농구 최상위권 팀들을 상대로 접전을 펼쳐 박수를 받았다.
정선민 감독으로 바뀐 이후 2022년 여름까지는 최소한의 결과를 가져왔다. 아시아컵 4강에 들어 농구월드컵 예선 참가 티켓을 따냈고 본선까지 진출했다. 본선에서는 1승 4패를 기록했다. 대표팀은 2023년 여름부터 흔들렸다. 실전에 앞서 열린 라트비아와 평가전 두 경기에서 모두 패배했다. 특히 2차전 4쿼터에서는 상대가 20점을 올리는 사이 단 한 점도 얻지 못했다.
이어진 호주에서 열린 아시아컵에서는 4강에 들지 못해 올림픽 예선조차 참가하지 못하게 됐다. 대표팀의 아시아컵 4강 진출 실패는 1960년대부터 지금까지, 역사상 최초의 일이었다. 대회 역대 최다 우승국(15회) 한국의 조기 탈락은 국내를 넘어 아시아 농구계에서도 이변으로 받아들여졌다.
정선민호의 부진 이유로 팀의 중심이자 팀 내 유일하게 신장 190cm 이상인 박지수에 과도하게 의존한다는 것이 꼽힌다. 박지수는 아시아컵에서 잡아야 할 경기였던 뉴질랜드전서 37분, 연장 접전이 펼쳐진 중국전에서는 40분 이상 소화했다. 이 과정에서 공격의 상당 부분이 그에게 집중됐다. 상대로선 박지수만 막으면 공격 기회를 차단할 수 있는 것이다.
문제는 박지수의 몸상태였다. 박지수는 2022-2023시즌 이전 공황장애를 호소, 2022년 12월에야 코트에 복귀했다. 시즌 말에는 손가락 인대 부상까지 입으며 수술을 받았다. 올림픽 무대에서도 경쟁력을 선보였던 시절과 달랐다. 이에 대한 고려 없이 박지수 비중을 높였던 대표팀의 전략에 비판이 이어졌다.
대표팀의 리더십에 대한 의문부호가 달렸으나 농구협회는 7월 중순 경기력향상위원회를 열고 정선민 감독에 대한 유임을 결정했다. 기존 체제로 아시안게임에 임한다. 흔들리는 남녀 농구대표팀이 눈앞으로 다가온 아시안게임에서 어떤 결과를 낼지 지켜볼 일이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