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성욕이 본능”이라는 직장 상사…항의하자 ‘권고사직’

직장갑질119 설문조사 결과 여성 직장인 35.2% 성희롱 경험…비정규직 심각

[일요신문] #1. 한 공공기관 직원은 기혼 남성인 팀장이 수시로 성적 발언을 던지며 저녁식사를 계속 제안해 스트레스를 받아왔다. 팀장의 지인 장례식장에 억지로 따라간 날에도 저속한 발언과 행동이 지속돼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자 팀장은 고의로 결제를 지연하고 윽박을 지르는 등 보복을 가하기 시작했다.

#2. 어느 기업의 직장인 여성은 사장 아들한테 신체 접촉 등 여러 차례 성추행을 당했다. 사장 아들은 '남자는 성욕이 본능'이라며 사적 만남을 제안하기도 했다. 어느 날 직원은 사장 아들의 컴퓨터를 정리하다 음란물을 다수 발견해 문제 제기를 했는데 되레 권고사직 강요가 되돌아 왔다.

직장인 여성 10명 중 3명은 직장 내 성희롱 등의 피해 경험이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사진=연합뉴스

직장인 여성 3명 중 1명은 직장 내 성희롱 피해 경험이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특히 정규직보다 비정규직에 피해가 집중되는 양상도 드러났다.

직장갑질119는 아름다운재단과 함께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엠브레인 퍼블릭'에 의뢰해 지난달 2∼10일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의 결과를 이 같이 공개했다.

여성 직장인의 35.2%가 '직장 생활에서 성희롱을 경험한 적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그렇다'고 응답했다. 성희롱 피해를 경험한 여성 260명들에게 정도의 심각성을 묻자 절반 이상(58.1%)이 '심각하다'고 답했다.

이들 중에서도 비정규직의 '성희롱 심각' 응답이 65.3%로 정규직 51.5%보다 13.8%포인트 높게 나타났다. '성폭력처벌법' 등 형사처벌 수준의 성추행·성폭행을 경험한 여성 비정규직도 29.7%에 달했다.

성희롱 등의 행위자는 '임원이 아닌 상급자'가 47.7%로 가장 높았다. 대표와 임원 등 '사용자'가 21.5%로 뒤를 이었다. 그러나 가해 행위에 대응하는 방식으로는 '참거나 모르는 척했다'가 83.5%로 가장 높았고 '회사를 관뒀다'는 응답은 17.3%로 집계됐다.

남성 가운데 성희롱 피해 경험이 있다고 대답한 응답도 18.9%로 적지 않았다.

직장갑질119 젠더폭력대응특별위원회의 박은하 노무사는 "직장 내 젠더폭력은 피해자 개인의 단호한 거절만으로는 중단되지 않는다"며 "여성이 일터에서 일하다 죽지 않도록 할 정부의 노력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주현웅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