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통령 프리미엄 유리 반면 낮은 지지율 불리…민주당 현역 프리미엄 20석 ‘어게인 2020’ 노려
#탈환이냐 수성이냐
지금 상황만 보면 정부·여당의 상황이 녹록하지 않다. 에너지경제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9월 11~15일간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대전·세종·충청권 응답자 중 63.4%가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해 잘못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경기·인천과 광주·전라 지역에 이어 3번째로 높은 수치다. 당 지지율에서도 희비가 엇갈렸다. 대전·세종·충청권 응답자 중 31.4%가 국민의힘을 지지한다고 응답했다. 이는 가장 낮은 수치다. 반면 민주당은 49.7%가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여론조사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대전·세종시에서는 민주당이 수성전에 나선다. 21대 총선에서 민주당은 대전 7석과 세종 2석을 모두 석권했다. 우선 박병석 전 국회의장(대전 서구갑, 6선)의 용퇴 여부가 주목된다. 박 전 의장이 불출마할 경우 송석근 전 서구 부구청장, 유지곤 전 서구청장 등이 후보로 거론된다. 다만 현역 의원 불출마 지역은 전략공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민의힘은 조수연 대전 서구갑 당협위원장이 유력 후보로 떠올랐다. 정계 은퇴를 선언한 이영규 전 대전시 정무부시장의 복귀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비명계’ 이상민 의원(유성구을)은 6선 도전 의사를 밝혔다. 이 의원이 그동안 이재명 대표에게 각을 세워온 만큼 공천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출마를 공식화한 허태정 전 대전시장이 대항마로 거론된다. 허 전 시장이 오차범위 내에서 이 의원을 앞선다는 여론조사도 나왔다. 국민의힘은 정상철 당협위원장이 불출마 입장을 밝힌 가운데 마땅한 후보자가 없어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구는 현역 의원들의 맞대결이 예상된다. 재선에 도전하는 장철민 의원에 맞서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비례)이 도전장을 냈다. 윤 의원은 동구당협위원장으로 활동하며 지역 표심 관리에 들어갔다.
중구에서는 황운하 민주당 의원이 재선을 노린다. 21대 총선에서 황 의원에게 2.13%포인트(p) 차로 패배했던 이은권 중구 당협위원장이 재도전하는 그림이다. 황 의원은 이른바 ‘검수완박’ 법안 통과를 위해 적극 목소리를 내는 등 검찰과 대립각을 세우며 인지도를 키웠다. 이 위원장은 20대 국회의원과 중구청장을 지낸 만큼 지역에서 존재감을 만만치 않다는 평이다. 다만 황 의원은 2018년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에 연루된 혐의로 기소돼 공천을 받을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9월 11일 검찰은 황 의원에 대해 징역 5년을 구형했다.
서구을은 박범계 의원이 4선에 도전한다. 양홍규 국민의힘 서구을 당협위원장이 도전자로 나섰다. 양 위원장이 공천을 받으면 박 의원과 재대결이 성사된다. 21대 총선에서는 박 의원이 2만 568표 차이로 승리했다.
조승래(대전 유성구갑) 박영순(대전 대덕구) 의원은 당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3선에 도전하는 조 의원이나 재선에 도전하는 박 의원에 대항할 마땅한 카드가 거론되지 않는다. 국민의힘 유성구 당협위원장은 공석이다. 대덕구 당협위원장은 9월 7일에서야 선임됐다. 박경호 신임 당협위원장은 조직구성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세종시에서는 홍성국(세종시갑) 강준현(세종시을) 의원이 재선을 노린다. 세종시는 제19대 총선부터 줄곧 민주당이 승리한 만큼 당내 경선도 치열하다. 세종시갑에서는 조상호 전 세종시 경제부시장과 배선호 전 세종시당 부위원장이 민주당 경선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종시을에서는 강 의원과 이강진 전 세종시 경제부시장이 공천을 두고 경쟁할 가능성이 높다.
국민의힘은 류제화(세종시갑) 송아영(세종시을) 당협위원장이 물망에 올랐다. 6·1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의 최민호 세종시장이 당선되며 세종시 분위기가 변화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천안·아산·당진으로 이어지는 충청남도 북부에서도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전망이다. 충남 의석 11석 중 6석이 북부에 몰려 있다. 현재 민주당이 5석, 국민의힘이 1석을 차지하고 있다. ‘충남 정치 1번지’로 불리는 천안갑은 재선에 도전하는 문진석 의원과 신범철 국방부 차관 재대결이 예상된다. 21대 총선에서 문 의원은 신 차관을 1382표 차로 신승을 거뒀다. 천안갑은 보수성향이 강한 지역으로 분류되지만, 최근 6번의 선거(16~21대 총선)에서 매번 표가 갈라지면서 보수 진영 후보들이 고배를 마시기도 했다.
충남 천안을과 천안병은 혼전 양상이다. 민주당 강세지역으로 꼽히는 충남 천안을은 박완주 의원이 보좌관 성 비위 사건으로 민주당을 탈당했다. 3선 의원의 비위 의혹 때문에 지역 민심이 민주당에 등을 돌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에 양승조 전 충남지사가 민주당 구원투수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에서는 검찰 출신 이정만 충남도당위원장이 총선 대비에 들어갔다. 정황근 농림축산부 장관이 하마평에 올랐지만, 명확한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다.
충남 천안병에서는 이정문 민주당 의원이 재선에 도전한다. 김영만 전 양승조 지사 특보단장, 장기수 충남도당 정무실장 등이 경선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이창수 천안병 당협위원장이 나올 것으로 점쳐진다.
5선 도전에 나선 이명수 국민의힘 의원(충남 아산갑)은 김영석 전 해양수산부 장관과 치열한 공천 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에선 복기왕 충남도당위원장이 출마할 것으로 보인다. 만일 이 의원이 공천을 받는다면 복 위원장과 3번째 대결을 치르게 된다. 두 사람은 17대 총선과 21대 총선에서 경쟁했다.
강훈식(충남 아산을) 어기구(충남 당진시) 의원은 3선 도전에 나선다. 국민의힘은 유기준 전 아산시의장, 김길년 아산발전연구소장 등이 강 의원 경쟁상대로 물망에 올랐다. 어 의원의 대항마로는 정용선 당진시 당협위원장과 김동완 전 새누리당 의원이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충남 서산·태안과 보령·서천에서는 국민의힘이 수성에 나선다. 서산·태안에서는 성일종 의원이 3선 도전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에선 조한기 전 청와대 제1부속비서관이 5번째 도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보령·서천은 2022년 6월 보궐선거로 당선된 장동혁 의원이 재선을 노린다. 민주당은 나소열 보령·서천 지역위원장이 장 의원과의 재대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충남 공주·부여·청양에서도 재대결 성사 여부가 관심을 받고 있다. 5선 중진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과 박수현 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 간 3차전이 펼쳐질 전망이다. 두 사람은 20대 총선과 21대 총선에서 격돌한 바 있다. 두 차례 모두 정 의원이 이겼다.
충남 홍성·예산은 국민의힘 경선 다툼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홍문표 국민의힘 의원이 5선 도전에 나설 예정인 가운데 강승규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 출마설이 돌고 있다. 이 지역 출신인 강 수석은 주말을 이용해 지역을 돌면서 ‘얼굴 알리기’에 공을 들이고 있다. 민주당에선 오배근 지역위원장이 출마할 것으로 예상된다.
논산·계룡·금산은 비명계 김종민 민주당 의원의 3선 도전이 확실시되고 있다. 김 의원은 논산시장을 역임한 황명선 전 중앙당 대변인과 경선을 치를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현재 황 전 대변인은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을 받고 있다. 황 전 대변인은 관련 혐의를 전면 부인하면서 의혹을 제기한 사람을 무고죄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국민의힘은 이인제 전 의원의 7선 도전 여부가 관심을 받고 있다. 이 전 의원은 논산에서 변호사 사무실을 개소하고 총선을 겨냥한 활동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 박찬주 전 육군 대장, 최호상 현 당협위원장, 김장수 전 청와대 행정관 등이 후보자로 거론되고 있다.
#충북 균형 무너질까
충북지역 의석은 8석이다. 21대 총선에서는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각각 4석씩 나눠 가졌다. 22대 총선에서 균형추가 넘어갈지 주목된다. 청주권은 충북 최대 격전지로 꼽힌다. 충북지역 의석 8석 가운데 4석이 이 지역에 몰려 있다. 국민의힘은 상당구와 서원구가 유리하다고 보고 있고, 민주당은 4석을 모두 잡겠다는 의지를 보인다.
‘충북 정치 1번지’인 청주 상당구는 6선에 도전하는 정우택 국회부의장이 지키고 있다. 국민의힘에서는 윤갑근 전 충북도당위원장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민주당은 이강일 상당구 지역위원장이 대항마로 나설 예정이다. 노영민 전 청와대 비서실장도 물망에 올랐다. 상당구는 보수성향이 더 우세한 지역으로 분류됐지만 최근 동남지구 등 신도심이 개발되면서 젊은 층이 유입, 보수성향이 옅어졌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나머지 세 지역에서는 민주당이 수성에 나서는 모양새다. 청주시 서원구는 이장섭 의원의 재선 출마가 유력하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이광희 전 충북도의원이 도전장을 내밀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이명박 전 대통령 청와대 민정2비서관 출신인 김진모 전 서울남부검찰청 검사장, 최현호 충북도 정무특보 등이 출마를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주시 흥덕구와 청주시 청원구에서는 민주당 다선 의원들이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도종환 의원은 흥덕구에서 4선을 노리고 있고, 변재일 의원은 6선에 도전한다. 국민의힘은 도 의원에 맞서 윤희근 경찰청장이 거론된다. 변 의원 대항마로는 청원당협위원장인 김수민 전 의원과 서승우 대통령실 자치행정비서관 등이 물망에 올랐다. 서 비서관은 대통령실에 명예퇴직 요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충주시는 이종배 국민의힘 의원이 자신의 입지를 바탕으로 4선 도전에 나선다. 공식 출마 선언한 이동석 대통령실 행정관과 경선을 치를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박지우 충주지역위원장과 맹정섭 전 충주지역위원장이 준비하고 있다. 민주당은 2010년 재·보궐 선거에서 윤진식 한나라당 의원에게 패한 뒤 단 한 번도 승리하지 못하고 있다.
충북 제천시·단양군에서는 국민의힘 당내 경선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재선에 도전하는 엄태영 의원에게 대통령 특별사면으로 복권된 권석창 전 의원이 도전한다. 권 전 의원은 제천에서 기반 다지기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이경용 제천·단양지역위원장과 이근규 전 제천시장 등이 거론된다. 이근규 전 시장도 출마가 유력하다.
충북 증평군·진천군·음성군은 임호선 민주당 의원과 경대수 국민의힘 충북도당위원장의 재대결이 예상된다. 임 의원의 ‘현역 프리미엄’과 경 위원장의 ‘집권당 프리미엄’의 대결 구도가 만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은 21대 총선에서 경찰청 차장과 검사장의 검·경 대결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보은·옥천·영동·괴산 지역구는 3선인 박덕흠 국민의힘 의원과 이재한 민주당 보은·옥천·영동·괴산지역위원장의 재대결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박 의원의 지역 내 입지는 튼튼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에 치러진 지방선거에서도 국민의힘 후보가 당선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이 위원장은 2016년 20대 총선을 앞두고 사전선거 혐의로 피선거권을 잃은 뒤 2023년 사면 복권돼 정치 행보를 본격화하고 있다. 크고 작은 행사장을 찾아 지지세 확산에 주력하고 있다.
장성호 건국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는 충청 표심이 총선에서 정부·여당에 힘을 실어주는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장 교수는 “충청 지역만 보면 현직 대통령 프리미엄이 있다”며 “충청도 발전을 위해서 대통령을 밀어줘야 한다는 인식이 있다. 그래서 약 10% 정도 더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장 교수는 “수도권에서는 (민주당이 말하는) 정권 심판론이 먹힐 가능성이 있지만, 충청도는 조금 벗어나 있다”며 “그래서 정권 심판론보다는 (선거 때 나오는) 여러 가지 변수에 따라 표심이 움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장 교수는 “다만 윤석열 대통령이 강경 드라이브를 하고 있다. 영리하지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야당에게 당하는 모습을 보여야 동정 여론도 받는데, 이런 것들을 다 무시하는 것을 보며 유권자들이 대통령을 견제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
이강원 기자 2000w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