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제2의 보수 텃밭 ‘윤핵관’ 성적표 촉각…제주 민주당 6연속 싹쓸이 여부 초미관심
#강릉 권성동 5선 도전
국회 300석 가운데 강원 지역 의석수는 8석으로 2.7%에 불과하지만, 이번 정부 들어 남다른 의미를 가진 곳으로 꼽힌다. ‘윤핵관’으로 분류되는 의원들이 포진하면서다. 강원에서 저조할 경우 국민의힘으로선 정치적 내상이 클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은 강원 지역 승리를 토대로 윤석열 대통령 국정 운영을 뒷받침하겠다는 복안이다.
민주당은 국민의힘 아성에 균열을 내야 하는 입장이다. 지난 21대 총선에서 3석을 차지하는 소기의 성과를 거뒀지만, 2022년 치러진 20대 대선과 8회 지방선거에서 연달아 패했다.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득표율 54.18%를 올린 데 반해, 이재명 당시 민주당 후보는 41.72%를 얻는 데 그쳤다. 지방선거에선 민주당은 도지사 자리를 비롯해 18곳 지자체장 선거 중 14곳에서 패했다.
지역 정가에선 국민의힘이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강원 민심이 정부·여당에 돌아서고 있다는 일부 통계가 나오면서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의 의뢰를 받아 9월 14~15일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어느 정당을 지지하거나 약간이라도 더 호감을 가지고 계십니까’라는 질문에 36.3%가 국민의힘, 51.9%가 민주당이라고 답했다. 윤 대통령에 대한 여론도 악화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십니까’라는 질문에 54.4%가 ‘잘못함’이라고 답했다(여론조사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같은 지지율 추이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의 고민은 깊다. 국민의힘 중진에 맞설 무게감 있는 후보가 눈에 띄지 않기 때문이다. 강릉시가 대표적이다. 강릉은 윤핵관 맏형인 권성동 의원이 5선에 도전한다.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아지면서 권 의원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지만, 이렇다 할 경쟁자가 없어 여전히 당선 가능성이 높다는 평이다. 권 의원은 지난 총선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돼 복당할 만큼 지역구 장악력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에서는 김우영 강원도당위원장, 김중남 강원도당 탄소중립특별위원장 등이 하마평에 오른다. 민주당 등 진보 진영은 2000년대 들어 단 한 번도 강릉에서 이겨 본 적이 없다.
동해시·태백시·삼척시·정선군에서는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이 독주하고 있는 모양새다. 3선을 노리고 있는 이 의원은 당 사무총장을 맡고 있다. 윤석열 정부 실세 중 실세로 꼽힌다. 당내 입지가 견고한 만큼 공천을 받는 데 어려움이 없어 보인다. 이에 맞서 민주당은 한호연 지역위원장과 김양호 전 삼척시장이 거론된다.
속초시·인제군·고성군·양양군에는 친윤계로 분류되는 이양수 국민의힘 의원이 3선에 도전한다. 이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 대선후보 당시 선거대책위원회 수석대변인으로 활동했다. 당선 뒤에는 윤 대통령 당선인 특별보좌역으로 임명됐다. 현재 원내수석부대표를 맡은 만큼 당내 입지도 탄탄하다는 평가다. 민주당은 3성 장군 출신 김도균 전 수도방위사령관이 출마 준비를 하고 있다.
홍천군·횡성군·영월군·평창군에서도 ‘친윤계’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이 재선을 노린다. 검사 출신인 유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과 서울대 법대 동문으로 검사 생활을 함께했다. 사석에서는 윤 대통령을 ‘형’이라고 불렀을 정도로 가까운 사이라고 알려졌다. 유 의원은 당 수석대변인, 국회 정보위원회 여당 간사 등을 맡으며 당내 입지도 키워왔다. 유 의원은 친동생인 영화배우 유오성 씨와 함께 지역구를 찾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에서는 허필홍 당협위원장이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홍천군·횡성군·영월군·평창군은 서울 면적보다 9배 큰 초거대 선거구로 지역 간 세 대결이 치열하다. 전체 유권자 약 17만 명 가운데 6만 명가량을 보유한 홍천군이 격전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표심도 유동적이라는 분석이다. 홍천군의회 의석도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각각 4석씩 차지하고 있다.
춘천시·철원군·화천군·양구군갑은 현역 의원 대결이 펼쳐질 전망이다. 재선에 도전하는 허영 민주당 의원에 맞서 노용호 국민의힘 의원(비례대표)이 도전장을 던졌다. 허영 의원은 21대 총선에서 득표율 51.32%를 기록하며 춘천 보수불패 기록을 깨뜨렸다. 노용호 의원은 당협위원장으로 활동하며 지역 기반을 다지고 있다.
춘천시‧철원군‧화천군‧양구군을에서는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이 4선에 도전한다. 민주당에선 전성 지역위원장, 유정배 전 대한석탄공사 사장 등이 출마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최문순 전 강원도지사가 유력한 카드로 거론됐으나, 출마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최 전 지사가 ‘알펜시아 입찰정보 유출’ 의혹으로 검찰 수사 선상에 오르면서다.
민주당의 원주시갑 탈환 여부도 관전 포인트다. 이광재 국회 사무총장이 지난 21대 총선에서 박정하 당시 국민의힘 후보를 꺾고 당선됐다. 이후 이 사무총장이 8회 지방선거에 강원도지사로 출마했고, 원주시갑은 공석이 됐다. 2022년 6월 재보궐 선거에서 박 후보가 재출마해 원창묵 전 시장을 약 15%포인트(p) 차로 따돌리고 당선됐다. 민주당은 원 전시장이 출마 준비에 들어갔다. 원 전 시장과 박정하 의원의 재대결 성사 여부가 주목받고 있다.
원주시을에는 송기헌 민주당 의원이 3선 도전에 나선다. 송 의원은 20·21대 총선에서 내리 승리했다. 원주을이 민주당 강세 지역이라는 점은 송 의원에게 이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20대 대선과 8회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연달아 패배하며 어느 한쪽의 우위를 점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민의힘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후보는 아직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협위원장이 공석인 상황에서 권이중 변호사, 윤용호 전 자유한국당 부대변인, 박동수 변호사 등이 물망에 올랐다.
#서귀포 위성곤 3선 도전
민주당은 제주에서 17~21대 총선까지 5회 연속 3개 선거구를 싹쓸이했다. 민주당 내부에선 본선보다 경선이 더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올 정도다. 국민의힘은 선거구 탈환에 사활을 걸고 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과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등 무게감 있는 후보를 공천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양새다.
제주 지역에서는 민주당 현역 의원들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JIBS제주방송이 리얼미터에 의뢰해 6월 24~26일간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소속 현역 의원들이 모두 강세를 보였다. 송재호 의원(제주시갑) 19.2%, 김한규 의원(제주시을) 29.6%, 위성곤 의원(서귀포시)이 35.7%로 각각 지역에서 1위에 올랐다.
국민의힘은 이러한 민주당 우위 구도를 깨기 위해 원희룡 장관과 이준석 전 대표 등 무게감 있는 인물 영입에 나섰다. 9월 6일 허용진 제주도당 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구두로 당 사무총장을 찾아 (원 장관 출마를) 요청한 적은 있다”며 “원 장관의 생각을 읽을 수는 없겠지만, (원 장관이 출마한다면) 전체적으로 현 상황보다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9월 22일에는 “총선 흥행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대선주자급 후보가 제주에 출마해 주길 바란다”며 “공식적으로 이 전 대표를 제주에 출마시켜 줄 것을 중앙당에 요청한다”고 했다. 원 장관과 이 전 대표의 출마 여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제주갑에서는 재선을 노리는 송재호 의원에 맞서 문대림 문재인 정부 청와대 비서관이 경선에 출마했다. 국민의힘은 김영진 제주시갑 당협위원장이 출마 의사를 밝혔다. 유력 후보로 지목됐던 장성철 전 제주도당위원장은 출마를 크게 고려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한규 민주당 의원(제주시을)도 재선에 도전한다. 이에 맞서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이 출마 의사를 밝혔다. 부 전 대변인은 역술인 천공이 대통령 관저 선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가 대통령실로부터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돼 검찰에 송치됐다. 국민의힘은 당협위원장 자리가 공석인 상황에서 김승욱 전 제주시을 당협위원장과 현덕규 변호사가 후보군에 이름을 올렸다.
서귀포시에서는 민주당 위성곤 의원이 3선 도전에 나선다. 원내정책수석부대표를 맡고 있는 위 의원은 3선 성공 시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위원장 유력 후보로 언급될 정도로 입지를 다져놨다는 평가다. 국민의힘은 이경용 전 제주도의원, 고기철 전 제주경찰청장 등이 물망에 올랐다.
장성호 건국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는 강원 지역에서 국민의힘이 우세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 교수는 “강원도도 충청권과 비슷하다. 대통령 정당을 따라가는 경향이 있다”며 “다만 북한과 안보라는 변수에 따라 민심이 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제주에 대해서는 “야성이 강하다. 국민의힘이 균열을 내고 들어가기 어려워 보인다”고 전망했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
이강원 기자 2000w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