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가자 25인 중 유일한 백인 ‘미스 유니버스’ 선정에 국민 분노…일각 “백인 가산점” 주장도
얼마 전 미스 유니버스 짐바브웨 대회에서 우승한 브룩 브럭-잭슨(Brooke Bruk-Jackson·21)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오는 11월 18일, 엘살바도르에서 열리는 제72회 미스 유니버스 대회에서 짐바브웨를 대표할 여성으로 흑인이 아닌 백인 여성이 선정됐기 때문이다. 바꿔 말하면 백인이 아프리카 국가 대표로 국제대회에 참가하게 된 셈이다.
대회 결과를 접한 사람들은 충격에 빠졌다. 스물다섯 명의 후보들 가운데 유일하게 백인이었던 브룩이 모든 흑인 여성들을 제치고 왕관을 썼다는 사실이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브룩이 짐바브웨 국적 소유자인 건 맞다. 짐바브웨 수도인 하라레에서 태어나고 자랐으며, 현재 모델 겸 뷰티 테라피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다만 부모가 영국계 혈통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결과를 순순히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짐바브웨 국민들은 브룩이 짐바브웨의 보편적인 인구를 정확하게 대변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더 나아가서는 인종차별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요컨대 브룩이 백인이라는 점 때문에 가산점을 받아서 우승을 했다는 것이다.
분노한 한 X(옛 트위터) 사용자는 “그 모든 아름다운 흑인 여성들을 제치고 백인 여성이 흑인 대회에서 우승했다는 게 말이 되는가”라며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으며, 또 다른 누리꾼은 인스타그램에 “나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 싸우겠다는 게 아니다. 흑인들은 스스로를 사랑하고 존중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백인 여성이 짐바브웨를 대표하도록 내버려둬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아프리카 대륙 미인대회에서 백인 여성이 왕관을 쓴 건 브룩이 처음은 아니다. 미스 남아프리카공화국 타이틀 역시 백인 여성이 차지했다. 하지만 남아공보다 짐바브웨에서 더 논란이 되고 있는 이유는 200년간 짐바브웨를 식민통치해왔던 영국에 대한 뿌리깊은 반감 때문이다.
또한 20여 년 전 무가베 정권이 백인 농장주들의 토지를 몰수하는 과정에서 대다수 백인들이 짐바브웨를 떠나거나 보상금을 요구하면서 흑백 갈등이 더욱 첨예해진 점도 인종 간 갈등을 심화시킨 요인이 됐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