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연간 100승 달성 등 컨디션 최고조…커제 빠진 중국 구쯔하오·딩하오·왕싱하오에 기대
#연간 100승 돌파한 신진서의 2연패 여부 관심
한국은 지난 대회 4강 진출자로 시드를 받은 신진서·최정·변상일·김명훈 9단을 필두로 국가 시드를 받은 박정환·신민준·안성준 9단, 그리고 국가대표 시드를 받은 강우혁 7단이 선발전 없이 본선에 직행했다. 여기에 강동윤·홍성지·김정현·한웅규 9단과 안정기 7단, 김누리 4단, 김승진 3단 등 7명이 국내 선발전을 통과했으며 시니어조의 이창호 9단, 여자조의 김은지 7단이 출전한다. 총 17명이 우승컵에 도전한다.
가장 관심을 모으는 것은 전기 우승자 신진서 9단의 2연패 여부다. 제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단체전 금메달을 목에 걸고 돌아온 신진서는 지난 대회 결승전에서 최정 9단을 꺾고 삼성화재배 첫 정상에 올랐다.
신진서는 최근 또 하나의 전인미답 고지를 밟았다. 3일 K바둑 스튜디오에서 열린 제46기 SG배 명인전 패자조 4회전에서 김은지 7단을 제압하고 올해 공식전 100승째를 기록했다. 연간 100승은 국내 최초다. 1980년대 전관왕을 세 번이나 기록했던 조훈현 9단도, 돌부처 이창호 9단도 밟아본 적이 없다. 한마디로 최상의 컨디션이라는 이야기다.
100승 달성에 대해 신진서는 “의식하진 않았지만 들어서 알고는 있었다”면서 “최근 시합이 굉장히 많아서 100승까지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100승을 했어도 성과는 조금 아쉬운 감이 있다. 곧 있을 삼성화재배만 생각하고 준비하겠다”고 소감을 말했다.
더불어 연간 승률 경신 여부도 주목된다. 신진서의 올해 전적은 100승12패로 승률 89.29%다. 연간 승률 90%를 돌파할지 관심이 쏠린다. 그동안의 최고 승률은 신진서 9단이 2020년에 작성한 88.37%(76승10패)로, 신진서는 1988년 이창호 9단이 기록한 88.24%를 34년 만에 경신했다.
#중국, 세계대회에 강한 ‘3하오’에 기대
삼성화재배 통산 11회 우승의 중국은 2020년 커제의 우승 이후 3년 동안 맥이 끊겼던 우승컵을 되찾겠다는 각오다.
중국은 구쯔하오·딩하오 9단이 국가시드를 배정받았고, 국내 선발전을 통과한 롄샤오·황윈쑹·쉬자양·왕싱하오·셰얼하오·탄샤오 9단, 저우훙위 7단 등 9명이 출전한다. 한국에 비해 수적으로 열세고, 삼성화재배에서만 4회 우승했던 커제 9단이 빠졌지만 중국의 전력은 여전히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3하오’가 위협적이다. ‘3하오’는 이름이 ‘하오’로 끝나는 구쯔하오, 딩하오, 왕싱하오를 말한다.
수년간 1위 자리를 지켰던 커제를 끌어내리고 최근 중국랭킹 1위에 오른 구쯔하오는 2017년 삼성화재배 우승자다. 특히 지난 6월 막을 내린 제1회 난가배 결승에선 신진서에게 대역전승을 거두고 우승컵을 차지한 바 있다. 이번에도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기에 부족함이 없다.
2000년생으로 신진서 9단과 동갑인 딩하오는 중국에선 일찍부터 ‘타도 신진서’의 선봉으로 꼽혀온 유망주다. 이제까지 획득한 총 타이틀 개수는 5개. 신진서가 2021년 춘란배 우승 인터뷰에서 위협적인 상대로 언급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그리고 올해 초 열렸던 LG배에서 포텐이 터져 양딩신을 꺾고 첫 세계대회 정상에서 오르면서 초일류 반열에 올라섰다.
역시 신진서의 대항마로 중국 바둑계가 크게 기대하고 있는 19세(2004년생) 왕싱하오는 10월 22일 끝난 중국 최고기전 제18기 창기배 결승에서 미위팅 9단을 2-0으로 완파하고 정상에 올랐다.
딩하오와 왕싱하오는 중국랭킹에서 7위와 8위에 올라있지만, 세계랭킹을 집계하는 ‘고레이팅’에선 왕싱하오가 3위, 딩하오가 7위에 위치하는 등 중국 국내보다 세계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어 더욱 눈길을 끈다.
과연 신진서, 박정환, 변상일, 신민준을 내세워 수성에 나선 한국과 구쯔하오, 딩하오, 왕싱하오를 앞세워 3년 만에 정상 탈환을 노리는 중국이 어떤 승부를 보일지 궁금하다.
삼성화재해상보험(주)이 후원하는 2023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의 우승상금은 3억 원, 준우승상금은 1억 원이다. 제한시간은 각자 2시간에 1분 초읽기 5회씩이 주어진다.
2023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32강 명단
한국(17명) : 신진서·최정·변상일·김명훈 9단(이상 전기시드), 이창호· 박정환·신민준·안성준 9단·강우혁 7단(이상 국가시드), 강동윤·홍성지·김정현·한웅규 9단·안정기 7단·김누리·김은지 7단·김승진 4단(이상 국내 선발전)
중국(9명) : 구쯔하오·딩하오 9단(이상 국가시드), 롄샤오·황윈쑹·쉬자양·왕싱하오·셰얼하오·탄샤오 9단·저우훙위 7단(이상 국내 선발전)
일본(4명) : 이야마 유타·쉬자위안 9단(이상 국가시드), 요다 노리모토 9단·모토키 가쓰야 8단(이상 국내 선발전)
대만(1명) : 쉬하오훙 9단(국가시드)
유럽연합(1명) : 안드리 크라베츠 초단(우크라이나-와일드카드)
삼성화재배 초청받은 유럽 챔피언 안드리 크라베츠
2023 유럽 바둑 챔피언십 우승자 안드리 크라베츠 초단이 2023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와일드카드로 선정됐다.
대회 후원사인 삼성화재 관계자는 “월드바둑마스터스 본선에서 한동안 만날 수 없었던 유럽 선수의 출전으로 코로나 이전과 같이 세계적인 축제가 되길 기원하는 의미에서 유럽 챔피언인 안드리 크라베츠 초단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출신인 안드리 크라베츠 초단은 현재 독일에 거주 중이다. 지난 7월 열린 유럽 바둑 챔피언십 결승에서 이스라엘의 알리 자바린 2단에게 1집반승을 거두고 유럽 챔피언에 올랐다.
크라베츠 초단은 2012년과 2015년에 우크라이나 챔피언을 차지했으며, 2017년 중국에서 열린 제37회 세계아마바둑선수권대회에서는 4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번 대회에는 유럽 바둑 챔피언 자격으로 세계적인 프로기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한국과 중국, 일본, 대만을 제외한 국가 선수가 본선에 오른 건 2019년 이후 4년 만이다. 현재 유럽바둑연맹(EGF)에는 37개 회원국이 가입돼 있고, 11명의 프로기사가 활동 중이다.
유경춘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