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카다 감독, 선수-감독으로 2회 우승 주역
올해 두 번째로 한신 지휘봉을 잡았던 오카다 아키노부(65) 감독은 1985년엔 선수로, 올해는 감독으로 두 번의 우승을 모두 함께하는 감격을 누렸다. 오카다 감독은 지난 2005년 한신을 센트럴리그 우승으로 이끈 사령탑이었지만, 그해 일본시리즈에서 지바롯데 마린스에 4전 전패해 우승 문턱에서 돌아서야 했다. 그 후 2008년을 끝으로 팀을 떠났다가 15년 만인 올해 다시 한신 감독으로 복귀해 18년 만의 센트럴리그 우승과 38년 만의 일본시리즈 우승 염원을 동시에 이뤘다.
한신 선수들은 우승이 확정된 순간 등번호 24번이 박힌 요코타 신타로의 유니폼을 들고 마운드로 달려나왔다. 한신 소속 외야수였던 요코타는 지난 7월 뇌종양으로 28세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선수들은 일본시리즈 내내 더그아웃과 라커룸에 요코타의 유니폼을 걸어놓고 경기에 나섰다. 요코타와 입단 동기인 한신 마무리 투수 이와자키 스구루는 세상을 떠난 동료의 유니폼을 들고 우승 헹가래를 받아 감동을 안겼다.
한신은 오사카를 비롯한 간사이 지역에서 가장 인기있는 팀이다. 도쿄돔을 홈으로 쓰는 요미우리 자이언츠와 인기와 실력 모두 최고의 라이벌로 꼽힌다. 그러나 일본시리즈 우승 횟수는 터무니 없이 적다. 요미우리가 일본 프로야구 역대 최다인 22회 정상에 오른 반면, 한신은 지난해까지 단 한 번이 전부였다. 히로시마 카프(1984년) 다음으로 오랜 기간 우승이 없었다. 그래서 올해 한신의 '한풀이 우승'은 더 큰 파장을 일으키는 모양새다. 일본 스포츠경제 전문가인 미야모토 가쓰히로 간사이 대학 명예교수는 "한신의 우승이 일으키는 경제 효과가 간사이 지역에만 872억 엔(약 7654억 원)에 이르고, 일본 전역으로 넓히면 969억 엔(약 8506억 원)으로 추산된다"며 "올해 월드베이스볼클래식 일본 우승의 경제 효과(654억 엔)를 훨씬 웃돌 것"으로 예상했다.
오사카를 가로지르는 도톤보리강에는 축하할 일이 생겼을 때 다이빙을 하는 전통이 있다. 1985년 한신의 일본시리즈 우승 때는 팬들이 인근 KFC 매장의 '할아버지(커넬 샌더스) 인형'을 강탈해 던지기도 했다. 이후 침체기가 길어지자 '커넬 샌더스의 저주'란 말이 나왔고, 2009년엔 급기야 강 바닥에서 그 인형을 건져올리는 이벤트를 벌이기도 했다. 올해도 일본시리즈가 끝난 뒤 수천 명의 팬들이 도톤보리강 근처 번화가에 모여 새벽까지 축제를 벌였다. 일부 팬은 또 다시 경찰의 삼엄한 경계망을 뚫고 강물에 몸을 던지는 세리머니를 펼쳤다.
배영은 중앙일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