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채영 주축 챔프전서 포스코퓨처엠 2-1로 꺾어…포스트시즌서 최정 등 상위 랭커 볼 수 없어 아쉬움도
삼척은 2021년부터 3년 연속 같은 멤버로 호흡을 맞춰온 팀이다. 2021 시즌 첫 통합 우승을 일궈낸 후 2022 시즌에는 3위로 마치는 아쉬움을 남겼다. 하지만 올해 또 한 번 선수들이 뭉쳤고 대망의 2회 우승에 성공했다. 여자바둑리그는 보호연한 규정을 최대 3년으로 두고 있어, 올해는 같은 선수로 팀을 구성할 수 있는 마지막 시즌이었다.
3인 단체전으로 치러진 챔피언결정전 1차전은 삼척의 2-0 승리, 2차전은 포스코퓨처엠의 2-0 승리였다. 1승 1패로 맞선 상황에서 휴식일 없이 속개된 3차전에서는 김채영 8단과 김은선 6단이 삼척의 2-0 승리를 합작했다.
뒤가 없는 3차전에서 삼척은 주장 김채영 8단이 박태희 3단에게 190수 만에 불계승을 거두고 유리한 고지에 올라섰다. 이어 김은선 6단이 김경은 4단에게 343수 끝에 흑 5집반승을 거두면서 우승을 확정지었다.
김은선과 김경은은 처음부터 끝까지 전투바둑의 진수를 선보였으나 마지막 마무리 장면에서 김경은의 실수(승부처 돋보기 참조)를 응징한 김은선이 행운의 승리를 거머쥐었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H2 DREAM 삼척 이다혜 감독은 “(2국이 불리해서) 3국까지 갈 것으로 예상해 준비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승리와 동시에 우승이 확정돼 얼떨떨하다”면서 “오늘이 올해 가장 기쁜 날인 것 같다. 끝까지 싸워준 선수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고 소감을 말했다.
주장 김채영 8단은 “초반부터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대로 두텁게 짜여 잘 풀린 것 같다”면서 “3년간 같이한 선수들과 함께하는 마지막 시즌인 이번 우승이 첫 우승보다 훨씬 더 기쁜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정규리그 2위를 차지한 포스코퓨처엠은 플레이오프에서 부광약품을 꺾고 챔피언결정전에 합류해 6년 만에 우승컵 획득에 도전했지만, 삼척에 패하며 최종 2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2015년 시작돼 9년째를 맞은 여자바둑리그지만 올해도 남겨진 숙제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가장 큰 문제는 상위 랭커들의 모습을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포스트시즌에서 볼 수 없었다는 점이다.
보령 머드 소속의 여자랭킹 1위 최정 9단은 정규리그 10승 2패를 기록했지만 팀이 최하위에 머무는 바람에 2년 연속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을 수 없었다. 11승 2패로 다승랭킹 1위에 오른 김은지 7단 역시 마찬가지였고, 랭킹 3위 오유진 9단도 팀이 하위권으로 처지는 바람에 팬들의 시선에서 사라졌다.
상위 랭커들이 항상 좋은 성적을 거둬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흥행의 키를 쥐고 있는 선수들을 정작 본 무대에서 볼 수 없다는 것은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지난 7월 6일 개막전을 시작으로 4개월의 대장정을 마친 2023 NH농협은행 한국여자바둑리그의 우승 상금은 5500만 원, 준우승 상금은 3500만 원이다. 정규리그 매판 대국료는 승자 130만 원, 패자 40만 원이 주어졌다.
[승부처 돋보기] 2023여자바둑리그 챔피언결정전 3차전 2국
흑 김은선 6단(H2 DREAM 삼척) 백 김경은 4단(포스코퓨처엠) 343수끝, 흑5집반승
[장면도] 백의 최선은?
흑1로 막아 험악했던 전투의 포연이 어느 정도 가신 장면. 국면을 살펴보면 흑은 중앙 백△들을, 백은 좌상쪽 흑▲들을 품에 넣으며 흥정을 마쳤다. 여기서 AI의 판단은 백의 4집반 우세. 백은 골인을 눈앞에 둔 장면인데 어떻게 마무리하는 것이 최선일까.
[정해도] 백, 필승지세
백1과 흑2의 교환이 긴요한 수순이었다. 이곳에 흑이 집 나는 것을 막아야 다음 백A로 막아 백 전체를 놓고 따내게 만들 수 있다. 계속해서 백3과 흑4의 교환도 좋은 수. 이 교환 자체로 흑▲ 2점은 양자충으로 죽어 있다(패도 아니다). 그런 다음 5였으면 백의 필승지세였다.
[실전진행] 부담이 낳은 패착
백1이 패착. 바둑TV 해설의 백홍석 9단은 “결승전이라서 나올 수 있는 실수, 그러니까 부담이 낳은 패착”이라고 지적했다. 흑2가 백의 실수를 응징하는 정확한 수로 자체로 선수. 백3의 보강이 필요할 때 흑4, 백5로 패가 났다. 정해도와 비교해보면 차이가 크다.
유경춘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