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낙현·박정현·김훈과 ‘상근’ 안영준 복귀도 기대감 불러…아직까지는 팀에 적응 필요
#허훈·송교창, MVP 출신 존재감
아시안게임 금메달, 올림픽 메달 등으로 이따금씩 스타들의 병역 혜택이 주어지는 야구·축구 종목과 달리 우리나라 농구에서 병역 혜택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런 만큼 농구 종목에서 상무는 늘 슈퍼스타들이 드나드는 곳으로 간주된다.
상무가 경북 김천에 연고지를 두고 프로 상위리그에서 경쟁 중인 프로축구와 달리 상무 농구단은 KBL이 아닌 2군리그인 'D리그'에 참가하고 있다. 2군 선수들이 나서는 대회에서 상무는 절대 강자의 지위를 누리고 있다. 얼마 전까지 1군에서도 에이스 역할을 맡던 이들이 상무 소속으로 활약하기 때문이다. D리그에서는 창설 이래 대부분 우승컵을 상무가 가져갔다.
이번 11월 '예비역' 신분을 달고 원 소속팀으로 돌아간 스타들의 면면은 화려하다. 근래 전역 명단 중 이번 주인공들의 화려함은 압도적이다. 그 중에서도 송교창(KCC)과 허훈(KT)은 MVP를 수상한 바 있는 슈퍼스타들이다. 팀의 전력 자체를 바꿔 놓을 수 있는 자원으로 평가받는다. 허훈은 지난 시즌 상무 소속으로 D리그 MVP도 수상했다.
이들은 군생활 내내 국가대표팀을 오갔다. 군생활 '말년'에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허훈은 대표팀의 메인 볼 핸들러로 활약했다. 송교창도 함께 대회를 준비하다 최종 단계에서 부상으로 낙마했다. '노메달 참사'를 겪은 대표팀 부진 원인 중 하나로 송교창의 부재가 꼽히기도 했다.
이들의 각 소속팀은 리그 내 강팀으로 분류되고 있다. 특히 송교창 소속팀 KCC는 두 시즌 연속 FA 자격 스타들을 연이어 영입, '슈퍼팀'으로도 불린다. 여기에 송교창도 복귀한다. 상위권 전력으로 평가받는 KT도 허훈의 복귀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실속 있는 전역자 명단
MVP 출신은 아니지만 김낙현(한국가스공사)도 주요 전역자 중 한 명이다. 입대 전에도 팀의 공격을 이끌던 선수다. 2년 전과 달리 팀의 전력이 약해진 한국가스공사로선 김낙현의 전역을 애타게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김낙현이 얼마나 팀을 끌어올릴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박정현(LG)과 김훈(DB)도 기대감을 갖게 하는 자원이다. 박정현은 프로 입문 동기 중 가장 먼저 이름이 불린 신인드래프트 1순위 출신이다. 예비역 병장이 된 현재 연이은 FA 이탈로 헐거워진 LG 빅맨진을 채워야 하는 임무를 맡았다. 김훈은 신인왕 수상 경력자다. DB가 고공질주를 이어가고 있기에 천천히 팀에 적응할 수 있는 여유가 있는 상황이다. 유현준(DB)과 이윤기(KT)는 군복을 벗음과 동시에 입을 유니폼이 달라졌다. 군 복무 도중 각각 FA 보상선수 지명과 트레이드로 소속팀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예비역으로서 새 출발을 새 팀에서 한다.
상무를 거치지 않고 예비역으로 돌아온 스타도 있다. 상근예비역으로 군복무를 마친 안영준(SK)이다. 안영준은 신인시절 허훈을 제치고 신인왕을 차지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지난 여름 아시안게임 대표팀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해 의아했을 정도로 실력자다. '우승 전력'으로 불리는 SK에 마지막 퍼즐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슈퍼스타 복귀 효과는
많은 기대를 받는 이들은 여전한 활약을 보이면서도 아직은 '사회'에 적응이 필요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상무 복무가 아니었기에 안정적으로 훈련과 경기를 치르지 못했던 안영준은 첫 경기에서 우려를 씻어냈다. 18일 KT를 상대로 30분 이상의 출전시간을 소화하며 16득점(3점슛 4개)을 기록했다. 자신의 입대 전 평균을 웃도는 수치다.
허훈도 복귀 첫 경기부터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안영준을 맞상대한 SK전에서 3점슛 5개 포함, 26득점 4어시스트 3스틸을 기록했다. 김낙현도 복귀 첫 경기에서 득점을 폭발시켰다. 같은 포지션인 허훈과 약속이나 한 듯 같은 상대 SK에 26점(6어시스트)을 퍼부었다.
하지만 허훈과 김낙현은 같은 고민에 빠졌다. 개인이 빼어난 활약을 펼치는 경기에서도 소속팀은 승리하지 못했다. 허훈은 복귀 이후 치른 2경기에서 2연패를 경험했다. 김낙현은 사정이 더 좋지 않다. 김낙현 복귀 이후 한국가스공사는 4경기를 치러 모두 패했다. 김낙현은 첫 두 경기 30분 이상을 소화했으나 세 번째 경기부터 출전시간이 대폭 줄었다. 무릎이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슈퍼팀의 마침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송교창은 아시안게임 출전 불발의 원인이 됐던 부상이 아직 발목을 잡고 있다. 지난 21일 D리그에 출전하며 호흡을 조절했다. 부상에선 회복했으나 몸상태를 끌어올리는 것이 급선무다. 당초 예상을 벗어난 KCC의 부진한 성적도 송교창의 마음을 급하게 하는 요소다.
이들은 모두 실력에 의심의 여지가 없는 스타들이지만 팀과 시너지를 내는 등 이제는 민간인으로 적응하기까지 다소 시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