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스카우트 5년 5000만 달러 전망…“오타니 거취 결정돼야 이정후 계약 빨라진다”
최근 샌디에이고는 후안 소토와 트렌트 그리샴을 뉴욕 양키스로 보내고 5명의 선수를 새로 영입하는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이 소식을 전한 뉴욕포스트 칼럼니스트 존 헤이먼은 자신의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KBO리그 출신 외야수 이정후 영입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샌디에이고는 이정후의 유력한 행선지가 될 수 있다”는 내용을 알렸다.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시나리오다. 샌디에이고는 소토와 그리샴을 양키스로 보내면서 내년 시즌 연봉 약 3800만 달러(497억 원)를 절약했고, 외야수에 새로운 선수를 채워야 하는 상황을 맞이했다. 평소 이정후한테 적극적인 관심을 표명했던 샌디에이고로선 이정후 영입이 매력적인 카드가 될 수 있을 터. 그러나 이정후한테 관심을 나타내는 팀들은 샌디에이고뿐 아니다.
이정후한테 관심이 많은 메이저리그 팀들이라고 해도 팀 상황을 살펴봐야 한다. 뉴욕 양키스는 원래 이정후 영입에 참전 의사를 나타낸 팀이었다. 이정후가 MLB 포스팅 공시가 되기 전부터 뉴욕 양키스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줄곧 거론될 정도로 양키스는 외야수가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애런 저지가 부상으로 힘을 잃으면서 풀타임으로 활약할 수 있는 외야수를 찾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MLB 윈터미팅 기간에 뉴욕 양키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대형 트레이드가 단행됐다. 양키스가 마이클 킹, 드루 소프, 조니 프리토, 랜디 바스케스(이상 투수), 카일 히가시오카(포수)를 내주고 샌디에이고의 외야수 후안 소토와 트렌트 그리샴을 영입한다는 내용이다. 양키스는 이미 보스턴 레드삭스와 3명의 투수를 보내는 조건으로 좌타자인 외야수 알렉스 버두고를 영입했다. 이정후가 양키스의 핀스트라이프 줄무늬 유니폼을 입을 가능성은 매우 낮아졌다.
그렇다면 두 명의 주전 외야수를 양키스로 보낸 샌디에이고는 이정후 영입에 어느 정도 관심을 갖고 있을까. 취재한 바에 따르면 그 관심 정도가 ‘매우 높음’이다. 샌디에이고 구단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소토와 그리샴을 보냈기 때문에 외야수 2명을 보강해야 한다”면서 “오래전부터 구단에서 이정후 영입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고, 지금도 같은 상황인데 결국은 몸값과 세부 조건 등에서 결판이 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샌디에이고가 시즌 중 선수단 연봉 지출을 위해 5000만 달러(약 655억 원)를 대출받았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스토브리그 동안 구단 입장에선 선수단의 총 연봉을 낮추기 위해 움직여야만 했고, 그 가운데 후안 소토와 트렌트 그리샴을 양키스로 보낼 수 있었다.
샌디에이고로선 소토와 그리샴의 빈자리를 대신할 선수로 이정후를 가장 탐내는 모양새다. A.J. 프렐러 샌디에이고 단장도 윈터미팅 첫날 미국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지난 몇 년 동안 이정후를 지켜봤고, 이정후가 (부상으로) 시즌을 다 치르지 못했지만 샌디에이고 입장에선 친숙한 선수라는 걸 인정했다.
문제는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이정후의 몸값이다. 아시아 선수들을 담당하는 메이저리그의 베테랑 스카우트 A 씨는 “샌디에이고가 이정후의 몸값을 어느 정도 맞출 수 있을지 궁금하다”면서 “선수단 몸값을 줄이려고 소토와 그리샴을 양키스로 보냈는데 그에 대신할 선수로 5000만 달러 이상을 지불하면서 이정후를 영입한다는 걸 샌디에이고 팬들이 어떻게 이해할지 모르겠다”고 설명했다. A 씨는 샌디에이고가 시장 상황을 살펴본 후 이미 실력이 입증된 외야수 해리슨 베이더나 케빈 키어마이어 영입에 나설 수 있다고 예상했다.
지난 10월 키움 히어로즈 홈경기 최종전에 직접 나타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피트 푸틸라 단장. 이정후가 대타로 타석에 들어설 때 관중들과 같이 일어서서 박수로 응원을 보냈던 푸틸라 단장의 행보는 향후 이정후의 미국 진출과 굉장히 밀접해 보였다. 더욱이 2023시즌까지 샌디에이고에서 김하성을 중용했던 밥 멜빈 감독이 샌프란시스코 사령탑으로 자리를 옮긴 후 최근 윈터미팅 현장에서 외야수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이정후 이름을 거론해 더 큰 관심을 받았다.
앞서 언급된 MLB 스카우트 A 씨는 “샌프란시스코는 FA 중견수 1순위로 코디 벨린저를 염두에 두고 있다”면서 “이정후한테도 지속적인 관심을 표명하고 있지만 영입 1순위 외야수는 코디 벨린저”라고 단정 지었다. 샌프란시스코는 올 시즌 MLB 최대어인 오타니 쇼헤이와도 면담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오타니와 계약이 성사되지 않을 경우 ‘네임드’ FA 선수 중 한 명을 영입할 것이고, 그 대상이 코디 벨린저가 될 수 있다는 것.
그다음 이정후한테 애정 공세를 펴고 있는 팀이 뉴욕 메츠다. 뉴욕 메츠의 외야 현황을 보면 좌익수는 100% 공석이다. 중견수는 브랜든 니모. 우익수로는 스탈링 마르테가 존재하지만 손가락 수술 후 올 시즌 86경기 출장이 전부다. 구단 입장에선 마르테 이후를 대비해야 하는 상황. D.J.스튜어트는 공격에선 좋은 점수를 받고 있지만 수비에선 신뢰를 얻지 못한 터라 주전 외야수를 맡기기엔 한계가 있다. 메츠가 이정후를 영입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현재 뉴욕 메츠는 일본의 야마모토 요시노부 영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최근 메츠의 스티브 코언 메츠 구단주와 데이비드 스턴스 사장이 직접 일본을 방문해 야마모토와 가족을 만나 입단 계약을 설득했다는 사실이 현지 매체들을 통해 알려졌다.
메츠는 이정후 영입에도 정성을 쏟고 있다. 취재한 바에 의하면 이정후 에이전트인 스캇 보라스와 메츠의 데이비드 스턴스 사장이 직접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어떤 이야기가 오고 갔는지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이정후의 양키스행이 어려워지면서 스캇 보라스도 여러 팀을 만나 대화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처음 메츠는 이정후한테 많은 관심을 갖지 않았다. 구단 내부에선 이정후가 ‘좋은 선수’임은 분명하지만 5년 5000만 달러 이상의 몸값에 부담을 느꼈다는 후문이다. 무엇보다 이정후가 올 시즌 부상을 당했고, 수술 이후 경기에 나서는 모습이 최종전 한 타석이었다는 점이 영입에 확신을 주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또 다른 관계자들이 이정후의 MLB 성공 가능성을 높이 평가했고, 3년 전 김하성을 놓친 경험을 떠올리며 이번에는 이전의 아쉬움을 반복하지 말자는 분위기로 전환됐다고 한다.
익명을 요구한 MLB 스카우트 B 씨는 이정후의 미국 진출이 결정 나려면 오타니 쇼헤이의 거취가 빨리 정해져야 하고, 그래야만 오타니 쇼헤이를 놓친 팀들이 필요한 자원을 영입하기 위해 지갑을 활짝 열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다음 코디 벨린저, 야마모토 요시노부 등 거액의 몸값을 자랑하는 선수들의 행선지가 결정된다면 이정후의 거취는 바로 정해질 것이다. 물론 다른 선수들의 행선지와 상관없이 이정후의 새로운 팀이 나타날 수 있겠지만 스토브리그의 진행 상황을 보면 이런 순서로 결정 날 확률이 높다. 그런 점에서 포스팅 공시 후 30일 안에 MLB 팀과 계약해야 하는 이정후가 다소 불리한 상황에서도 에이전트가 포스팅 공시를 적절한 타이밍에 시작함으로써 시간에 대한 제약을 크게 받을 일은 없을 것 같다.”
B 씨는 이정후의 적정 몸값으로 ‘5년 5000만 달러’라고 예상했다. 이정후는 내년 1월 4일 오전 7시까지 MLB 30개 구단과 자유롭게 협상할 수 있는데 일요신문에서 접촉한 MLB 스카우트들은 12월 25일 전에 이정후의 포스팅 협상이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