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복무로 되레 몸 돌아보는 시간 가져…기회 된다면 메이저리그 도전”
키움 히어로즈 조상우(30)가 1년 9개월가량의 군 복무를 마치고 12월 23일 소집이 해제됐다. 지난 2년간 키움은 조상우의 공백을 현실로 느끼며 희로애락을 오갔다. 2022시즌 한국시리즈에서 SSG 랜더스한테 아쉬운 패배를 경험을 했을 때도, 2023시즌 불펜의 중요성을 절감하며 최하위 성적표를 받아들였을 때도, 조상우는 늘 그리운 존재였다.
2024시즌 키움 마운드 복귀를 앞두고 더욱 치열하게 땀을 흘리고 있는 조상우. 숨이 턱턱 막힐 정도로 강도 높은 훈련을 소화하면서도 표정이 한결 부드럽고 밝아진 그와 마주 앉아 궁금했던 이야기를 풀어봤다.
―인터뷰 시작하기 전 2시간가량 조상우 선수의 훈련 모습을 지켜보며 ‘와 정말 처절하게 훈련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평소에도 이 정도의 훈련을 소화하는 거죠?
“그럼요. 오늘은 인터뷰가 있어 트레이너 형이 나름 훈련량을 줄여준 겁니다. 평소에는 오늘보다 더 ‘빡세게’ 굴려요. 운동 마치고 바로 인터뷰를 시작해서인지 씻고 나면 바로 잠들 것만 같네요.”
―온몸이 땀 범벅인데 이렇게 운동하고 나면 마음은 개운해질 것 같은데요.
“맞습니다. 힘든 훈련을 마친 후에는 몸은 피곤해도 정신이 맑아지는 기분이 들어요. 그 맛에 운동하는 것이고요.”
―먼저 1년 9개월 사회복무요원으로 군 복무를 마치고 제대한 소감이 궁금합니다.
“제가 다른 선수들보다 늦은 나이에 입대한 거잖아요. 입대하기 전에는 걱정도 많았는데 그래도 잘 마무리하고 온 것 같아요. 마치 밀린 숙제를 풀고 온 듯한 후련함이 있습니다.”
―최근 조상우 선수를 보는 사람마다 왜 이렇게 살이 많이 빠졌냐고 물어본다면서요? 얼핏 봐도 체중을 많이 감량한 것 같아요.
“일부러 뺐어요. 몸이 가벼워져야 체력 관리하는 데 도움도 되고 부상 없이 건강한 공을 던질 수 있다고 봤거든요. 이전에 체중이 늘어나면서 구속이 떨어졌다는 지적을 받았는데 그땐 그 이유보다는 공을 많이 던지는 바람에 체력이 떨어진 게 컸었죠. 덕분에 15~16kg 정도 감량했습니다. 굶어서 뺀 게 아니라 운동으로 살을 뺀 거라 힘이 더 좋아졌다는 느낌을 받아요.”
―지금의 몸 상태에서 구속이 어느 정도 나오는지 궁금하네요. 군 입대 전 최고 구속이 2019시즌에 작성했던 157.2km/h였거든요.
“구속은 아직 재보지 않았어요. 지금은 강한 공을 던지지 않고 있거든요. 곧 일본 미야자키로 개인 훈련을 떠나는데 날씨 따뜻한 곳에서 몸 만든 다음 본격적으로 피칭 훈련을 시작할 예정입니다. 일본에서 훈련을 마친 다음 2월 1일부터 시작되는 팀의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 합류한다면 캠프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고 있습니다.”
조상우는 군 입대 전 크고 작은 부상과 통증을 안고 있었다. 그로 인해 구속이 떨어졌고, 마운드에서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지만 야구를 떠나 있었던 2시즌 동안 많은 부분이 단단해졌다. 특히 몸 상태가 아주 건강해졌다.
―투수들은 공을 안 던지고 1, 2년을 쉬면 어깨와 팔 상태가 더 좋아진다고 하는데 실제 그러한가요?
“그 말이 맞는 것 같아요. 마냥 쉬는 게 아니라 체력을 회복하기 위해 몸의 기초공사를 재정비하다 보니 통증 없이 공을 던질 수 있는 상황까지 오게 됐어요. 돌이켜보면 어렸을 때는 진통제를 먹고 공 던진 적이 많았어요. 그러다 팔꿈치 수술을 받은 다음부턴 진통제를 안 먹었습니다. 사회복무요원 일을 마치면 퇴근 후 저녁 시간이 주어지는데 그걸 올곧이 몸 만드는 시간으로 만들었어요. 몸의 밸런스를 맞추면서 건강한 공을 던질 수 있을 거란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야구를 떠나 있는 동안 두려움이나 걱정되는 건 없었나요?
“그런 마음은 들지 않았어요. 사회복무요원으로 군 생활 잘 마치고 몸 잘 만들어서 팀에 복귀하겠다는 목표밖에는 없었습니다. 야구를 더 잘할 수 있도록 소중한 시간이 주어졌다고 생각했어요. 웨이트 트레이닝을 할 때는 굉장히 힘들었는데 점차 변해 가는 몸 상태를 보면서 스스로 제 자신에게 칭찬을 해줬습니다. 잘 버티고, 잘 참았다고요.”
조상우는 대전고 졸업 후 2013년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1순위로 넥센(키움) 히어로즈에 입단했다. 2019년부터는 본격적으로 키움의 마무리 투수로 활약했고, 2020년 53경기 5승 3패 33세이브, 평균자책점 2.15로 커리어하이를 달성하며 KBO 세이브왕에 올랐다.
국가대표 선수로도 좋은 활약을 펼쳤다. 특히 2020 도쿄올림픽 대표팀에 선발돼 7경기 중 6경기에 등판해 146구를 던지며 투혼을 펼쳤지만 메달 획득의 목표를 이루진 못했다. 도쿄올림픽에서의 조상우는 6경기 8이닝 5피안타 1실점 평균자책점 1.13의 성적을 올렸다.
조상우는 도쿄올림픽 이야기를 꺼내며 “만약 그때 메달 획득으로 병역 면제 혜택을 받았다면 부수적인 이익은 존재했겠지만 몸의 회복면에서 큰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라면서 “군 복무했던 시간들이 오히려 내게 몸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로 작용했다”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동안 야구장 밖에서 프로야구를 보는 시선이 어떠했는지도 궁금합니다. 혹시 눈에 띄는 투수들이 있었나요?
“한화의 문동주랑 KT의 박영현이 눈에 띄더라고요. 문동주는 피칭 메커니즘이 깔끔해요.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공을 던질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박영현은 정말 자신감있게 공을 던지더라고요. 대표팀 마운드에서도 피해 가기보단 정면 승부를 택하는 모습이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제가 그런 유형의 투수를 좋아하거든요. 젊은 선수들 사이에서 강속구 투수들이 눈에 띄는 것도 고무적인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키움에서 함께 활약했던 이정후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 입단했고, LG 고우석이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서 뛰게 됐습니다. 두 선수의 미국 진출을 어떻게 보고 있나요?
“(이)정후는 예상보다 더 좋은 내용의 계약을 맺었는데 같은 팀에 있었던 선배로서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정후는 멋있는 친구예요. 그라운드에서 야구할 때나 더그아웃, 라커룸에서도 선수들을 잘 챙겼어요. 이정후, 고우석의 메이저리그행을 보면서 부럽기도 했습니다. 제가 처음 야구 시작했을 때부터 가졌던 꿈이 메이저리그였거든요. 어렸을 때는 야구하면 당연히 갈 수 있는 곳으로 여겼다가 그 무대가 굉장히 닿기 어려운 곳이라는 걸 알게 됐었죠. 기회가 된다면 저도 도전해 보고 싶습니다. 그런 점에서 (고)우석이가 가서 잘 했으면 좋겠어요. 한국의 불펜 투수도 메이저리그에서 경쟁이 된다는 걸 직접 증명해 보였으면 합니다.”
―올 시즌 마운드 복귀를 앞두고 새로운 변화구를 연습 중이라고 들었습니다.
“제가 투 피치 선수잖아요. 직구와 슬라이더를 던지다 좌타자를 상대할 때 체인지업을 구사하는데 직구와 슬라이더 사이에 있는, 즉 슬라이더보다 빠른 변화구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스플리터를 연습하고 있어요. 그래도 타자들은 직구를 노리고 들어오겠지만요.”
조상우는 올 시즌 고척스카이돔 마운드에 오를 상상을 하면 기분 좋은 떨림을 느낀다고 말한다. 야구 팬들이 가득 찬 야구장에서 관중들의 함성을 뒤로 하고 마운드에 오르는 장면을 잠시 떠올린 그는 “재미있게 야구하고 싶다”는 바람을 덧붙였다. 2024시즌 키움 마운드의 뒷문을 책임질 것으로 보이는 조상우. 과연 그가 어느 정도의 활약을 펼치게 될지 몹시 궁금할 따름이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